원격의료 대세···고민 깊어지는 의협과 이필수 회장
정부 지원 사업 화상통신장비 '반납' 추진···의사들 무관심·비협조 '0건'
2021.07.28 06:1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화상통신장비 지원 사업' 철회를 촉구하면서 회원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출범 초기 당정과 스킨십 강화 등 성과를 내고 있는 이필수 회장이 원격의료 관련 사안에 암초를 만났는데 향후 이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20억 원을 투입, 의원급 의료기관 5000곳에 화상통신장비를 지원키로 했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경보 심각 단계에서 환자와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해 전화 상담과 처방에 참여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화상통신장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화상통신장비를 사용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진료를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업을 수주한 민간업체는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화상통신장비를 사용해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가 내장된 일체형 모니터와 관련 프로그램을 공급했다.

의협은 그동안 이에 반발하며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대립해왔다. 화상통신장비가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의협은 지난 15일 산하단체에 협조문을 보내 “화상통신장비 지원 사업은 원격의료를 도입하기 위한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회원들은 전화상담과 처방을 중단하고 업체에서 제공하는 장비를 받지 말고 이미 받았다면 반납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의협의 이러한 요청에도 회원들의 반응은 미지근한 분위기다.

실제 본지 취재 결과, 의협이 협조문을 보낸 이후 장비를 수령했다가 반납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납 관련 문의는 2건에 불과했는데 이조차 "정말 반납을 해야 하느냐"는 문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의협의 거센 반발에도 사업을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장비가 반납될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보건의료정보원 측은 "장비는 업체에서 처리할 문제"라고 말했지만 정작 업체 측은 "자신들은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특히 업체 관계자는 "장비를 신청한 의료기관이 많다"면서 "반납되는 장비는 다른 의료기관에 주면 되지 않겠냐"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의협의 목소리가 허공 속 메아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최대집 집행부 이어 이필수 집행부도 딜레마

이를 두고 의료계가 원격의료를 도입하도록 여지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의협이 회원들에게 협조를 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이필수 집행부는 지난 4월 같은 내용의 협조문을 보냈으며, 앞서 최대집 집행부도 세차례 협조문을 보낸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전화로 상담이나 처방을 한다고 화상통신장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기에 실제 사업에 신청한 의료기관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지만 의료계가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의협도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다. 박수현 의협 대변인은 "중앙회와 산하단체, 그리고 지역의사회가 한 목소리를 내면서 회원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그는 "회원들이 화상통신장비 지원 사업이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근거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며 "협회에서 이를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사업 추진 과정에도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복지부는 화상통신장비를 무료로 제공하는 점만 내세우고 정작 중요한 원격의료 빌미가 된다는 사실은 감추고 있다"며 "사업을 설명할 때 원격의료 시범 사업이라고 표현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를 빌미로 의료계와 협의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건 원격의료를 의·정 협의체가 논의하기로 한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복지부는 사업 신청 현황 등 자세한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이라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는 짧은 입장만 전했다.


 



댓글 2
답변 글쓰기
0 / 2000
  • 의협이든 정부든 제발 바란다 07.28 09:14
    의협은 원격의료, 비급여 공개 목록 범위, CCTV설치 같은 지엽적인 것들 보다

    의료전달체계가 바로 잡히도록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나씩 그에 밎도록 틀을 잡아 정부와 협상해나가면 좋겠다. 제발..
  • 현실주의 07.28 08:49
    의대증설을 얘기할 때 항상 쫓아다니는 말이 낙도 등 의료환경이 열악한 지역민을 위한 의료대책입니다. 그런 곳에 자진해서 파견갈 의료인이 부족한 현실이 비추어 원격진료는 나름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하시는 이유가 명백하지만 원격의료의 순기능을 살릴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셔야 할 때 입니다. 시대를 역행하려다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