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엔, SK 따라잡을까···'국산 재조합 단백질 백신' 촉각
코로나19 게임 체인저 부상 속 항체 생성 유도 '면역증강제' 역할 매우 중요
2021.07.24 06:1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HK이노엔도 본격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 단계에 뛰어들었다. 두 회사는 모두 ‘재조합 단백질’ 기반 백신을 개발 중이다.
 
학계에서는 재조합 단백질이 코로나19 ‘게임 체인저’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앞으로 임상에서 개발한 항원과 면역증강제 간 궁합이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HK이노엔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IN-B009’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1상 시험계획을 지난 22일 승인했다. 이로써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의약품은 백신 10개, 치료제 13개 등 총 23개 제품이 됐다.
 
IN-B009는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플랫폼을 사용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기술로 만든 것. 이번에 승인받은 백신은 단백질 말단부위에 세포 투과율이 높은 ‘세포 투과 펩타이드’(CPP)를 추가 발현시켜 세포 내 단백질 전달 효율을 높였다. 
 
현재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플랫폼으로 개발된 백신 중에서는 노바백스가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 중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가장 앞서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현재 임상 1‧2상 동시 진행 중이다. 1상 단계는 시험 완료 후 데이터 분석 중이고, 2상의 경우 피험자 투여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백신에 대한 임상3상 계획을 식약처에 제출했다.
 
학계에서는 HK이노엔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존의 검증된 플랫폼으로 백신을 제작할 수 있어야 판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백신 전문가인 김정기 고려대 약대 교수는 “현재 사용 중인 mRNA 백신과 바이러스 벡터 기반 백신들은 플랫폼 특성상 사백신이나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등 기존 플랫폼보다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태생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며 “결국 우리가 장기적으로 코로나19와 대적하려면 기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성공적인 백신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기반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성패를 좌우할 열쇠로 ‘면역증강제’(adjuvant)를 지목했다. 각 회사가 어떤 면역증강제를 썼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노바백스의 경우 사포닌 기반 면역증강제인 ‘매트릭스-M’(Matrix-M)을 이용해 항체 생성능력을 끌어올렸고, 이를 토대로 3상까지 오는 데 성공헀다”며 “국내 제약사들이 어떤 면역증강제를 선택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HK이노엔 모두 '알럼(ALUM)' 면역증강제 사용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와 HK이노엔은 모두 ‘알럼’(ALUM)이라는 면역증강제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여기에 ‘AS03’이라는 면역증강제도 임상에 투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1‧2상을 설계할 때 항원과 함께 ALUM을 투여하느냐, 아니면 AS03를 병용하느냐에 따라 2개 군으로 나눴다”며 “3상에서는 둘 중 효과가 더 좋게 나타난 면역증강제를 단독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LUM과 AS03은 각각 미국과 유럽 백신 제조 현장에서 널리 쓰는 면역증강제다. ALUM은 황산알루미늄 기반의 면역증강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유일한 제품이다. AS03의 경우 GSK에서 개발한 스쿠알렌 기반 면역증강제로, 같은 스쿠알렌 기반인 MF59와 더불어 유럽에서 허가를 받았다. 두 회사 모두 시중 면역증강제를 사용한 셈이다. 
 
두 회사는 우수한 재조합 단백질을 개발한 만큼 일반적인 면역증강제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CEVI) 융합연구단으로부터 기술이전받은 후보물질로 개발했다”며 “타 후보물질 대비 3~5배 뛰어난 효능을 보였다. 일반적인 면역증강제로도 충분한 항체 생성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정기 교수는 이에 대해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백신 제조 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면역증강제 개발 능력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가장 일반적인 면역증강제를 쓴 것으로 보인다. 항원에서 어떤 차별화을 했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국내 백신 제조업체가 이제는 면역증강제 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노바백스가 임상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자체 면역증강제 기술을 보유한 까닭”이라며 “앞으로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염병에 대응하려면 면역증강제 기술을 갖출 필요가 있다. 또 면역증강제 시장은 아직 상대적으로 블루오션에 가깝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체 면역증강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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