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취업 대신 살 길 찾는 '펠로우(임상강사)'
대학병원 선호도 급감 추세, 전문병원·중소병원 등 '술기 전수' 전략 선회
2021.07.22 05:3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교수가 되기 위해 혹은 부족한 술기를 보완하기 위해 전문의 자격 취득 후에도 대학병원에 남았던 펠로우(임상강사)들이 최근 행보를 달리하기 시작하는 흐름이 보인다.
 
‘바늘구멍’으로 비유되는 대학병원 잔류보다 ‘추가 수련’의 개념이 일반화되면서 고된 대학병원보다 특정 분야에 두각을 드러내는 전문병원이나 중소병원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실 전임의, 임상강사, 펠로우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이들의 신분 불안 문제는 해묵은 얘기였다.
 
그동안 의과대학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등 총 11년 세월을 보낸 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도 2~3년 병원생활을 연장하는 게 통상적인 관례였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문의 취득자의 50% 이상이 펠로우 과정을 밟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과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내과, 외과 등 주요 전문과목은 평균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은 피교육자도, 그렇다고 완연한 근로자도 아닌 애매한 신분 탓에 ‘펠노예’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진료나 수술, 당직은 물론 지도교수의 연구 보조까지 1인 4역을 수행하지만 언감생심 그에 합당한 보수나 대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처지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교수’라는 목표점에 도달하거나 부족한 술기를 익히기 위해 기꺼이 인고의 시간을 감수했다. 일각에서는 ‘무급’까지 자진하며 대학병원에 남으려 했다.
 
이는 각 전문분야에서 익혀야 할 지식과 술기가 점차 방대해지고 세부분야가 발전하면서 전공의 수련과정 동안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 연출된 탓이었다.
 
때문에 자발적으로 또는 의료계의 필요에 의해 추가 수련을 위한 전임의 제도가 도입됐고, 나아가 전임의 역할이 점차 확대 되면서 전공의 수련 기회는 훨씬 위축됐다.
 
결국 전문의가 되더라도 독립적인 진료가 어려워지는 악순환 현상이 나타났고, 펠로우들은 수련 연장선에 놓이게 됐다.
 
2년 차에 접어든다는 한 대학병원 펠로우는 “말이 좋아 세부 수련을 받는 임상강사지 사실은 전공의 4년 수련이 부족해 추가 수련을 받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펠로우를 고용해 값싸게 활용하고 있는 병원들은 임상강사들 미래를 팔아 환자를 치료하는 꼴”이라며 “대학병원의 펠노예 상황은 여전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펠노예’는 옛말, 굳이 대학병원 고집 안하는 흐름 
대형 대학병원, 임상강사 채용 고민 늘어
 
이러한 상황이 십 수년 이어져 오면서 펠로우들 사이에서도 변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어차피 ‘교수’ 되기 위함이 아닌 부족한 술기를 익히기 위함이라면 굳이 힘들고 보수도 낮은 대학병원보다 의사로 대접 받으면서 술기도 배울 수 있는 길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기류는 전문병원 제도 시행 후 가속화 되는 양상이다. 병원급 의료기관 중 특정 진료과목이나 질환 등에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인 만큼 술기 익히기는 최적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전문병원에서 인생 2막을 설계하는 대학병원 정년퇴임 교수들의 사례가 늘어난 부분도 펠로우들의 행보 변화에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학병원에서는 보이지도 않던 기라성 같은 분이었지만 전문병원에서는 동료의사로서 근거리에서 술기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차원이 다른 대우 역시 펠로우들의 마음을 돌리고 있다. 대학병원에서는 살인적인 업무에도 낮은 보수를 받으며 술기를 익혀야 했지만 전문병원이나 중소병원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대학병원 대비 몇 배 높은 월급에 술기까지 배울 수 있으니 펠로우들 입장에서는 금상첨화다.
 
대학병원 대신 전문병원을 택한 한 전문의는 “예전에는 무조건 대학병원에 남아 부족한 술기를 익혀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지명도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전공의 만큼 중요한 부분은 아니기에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의 취득자들의 변화된 기류는 일선 대학병원들의 펠로우 채용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펠로우 채용시기에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지원자가 줄어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펠로우 채용 상황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한다”며 “전공의뿐만 아니라 전임의 충원에도 미달 사태를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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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핫 08.09 21:47
    실제 아산이나 삼성에서 본원 출신 vs. 외부 출신 연구 실적 비교해보면 재미있을듯, 삼성은 본인들 출신 들 잘 키워 뽑고 외부에서도 연구 잘하는 사람들 잘 뽑아오는데, 아산은 돈 버는 것 우선, 서울대 출신 우선이라 두 병원 사이 결과에 차이가 좀 날듯
  • 임상교수 07.23 10:30
    빅 5에 임상교수로 평생 일할 기회가 있습니다

    전임교수의 빈자리는 임상교수가...

    게다가 입원전담 교수라는 신종 직업도
  • ㅋㅋㅋ 07.23 09:56
    아랫분말에 동감. 열심히 인턴 레지던트 때부터 부려먹고, 펠로우까지 부려먹고 나서 투사구팽.  결국은 서울대출신, 당신들 출신을 못 뽑는다는 것은 당신들이 그만큼 못 키웠다는 증거. 논문수에서, 그만큼 본인들이 논문 못쓴다는 증거임. 논문 못써도 서울대 출신이면 뽑아주니까 악순환의 반복임.
  • 현대중앙 07.22 06:53
    바람직한 일이다. 전공의도 모잘라 펠로우까지 뽑아 작은 임금에 노동력을 착취해 가면서 돈을 벌고 있는 현대중앙 같은 재벌병원들은 반성해야 한다. 젊은 노동력을 착취해서 남는 시간에 교수들은 돈벌이에 몰리고 있고 정작 고급기술은 환자를 위해 쓰지 않도 펠로우들이나 전공의가 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온갖 잡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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