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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상징 의사들 왜 노조 만들까
교수 이어 봉직의·전공의까지 전직역 참여, "생존권 넘어 단체교섭권" 주장
[ 2021년 07월 15일 13시 10분 ]
 
[데일리메디 신지호 기자/기획 3] “전문가 자유는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다. 의료 전문직의 상징인 존엄성, 특전, 그리고 존경은 편견에 젖은 언론들의 의사에 대한 통렬한 비난과 의사들의 의료행위를 통제하려는 보험회사와 정부에 의해 침식되고 있다. 조직화된 노동운동에 참여하려는 의사들은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환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며, 노동조합을 통해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달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미국 일리노이 의사노조 설립자, 조지 라고리오)
 
“모든 직업들과 전문직종 가운데 의사들만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얼마를 받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왜 의사들만 그들의 자유를 포기하고 있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 사회의 다른 부분들은 탄탄하게 조직돼 있는 반면 의사들은 집단적으로 행동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 의사노조 설립자, 케네스 버튼) 
 
그동안 사회 지도층 그룹으로 인식돼왔던 대한민국 의사들이 이제는 ‘노동자로서 권리’를 지키고 ‘단체교섭권’을 위해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공의를 비롯해 봉직의, 개원의, 의과대학 교수들 등 모두 제각기 다른 상황에서 의사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이들은 의사도 이제는 노동자로서 인정 받고 부당한 일이 있을 땐 단체행동권과 교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에서 의사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로 인해 자유로운 직업 활동이 제한받고 있다. 의사는 국가와의 계약에 의해 고용된 노동자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의사들은 노동자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금 교섭에 해당하는 수가 협상을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에 저항하지 못하고 받아들여야 했고, 법정 정규 근로 시간과 당직 시간을 크게 초과하는 살인적인 업무량은 의사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의사들은 엄청난 초과근무를 함에도 합당한 대가를 지불 받지 못하고 있으며 연차 휴가나 병가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노동자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형병원의사들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병원의사 노조는 지난 2017년 9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2018년 8월 중앙보훈병원에서 두 번째 출범 후 아주대학교병원 노조가 세 번째다. 여기에 가장 최근 인제대 의대도 교수노조가 출범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는 당시 아주대학교병원 의사노조 출범 소식에 적극 지지하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병의협은 "의사는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자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노동자가 아니라 마치 사용자처럼 인식돼 왔다"며 "의사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의사노조를 통한 단체교섭권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민의료보험과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의사에게 의료 행위에 대한 가격결정권이 있었고, 상당수의 의사들이 의사면허 취득 또는 전문의 자격 취득 후에 개원을 하였기에 의사가 사용자로 인식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이젠 전체 의사 중 개원의는 3만 명 전후에 불과해 대부분의 의사들이 임금 노동자로 생활하고 있으며, 개원의조차도 의료 행위와 가격 결정의 자유가 없어 국가에 종속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의사도 스스로 노동자임을 자각해야 하고, 국가와 사회로부터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아야 하는 암울한 현실을 타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병의협은 “열악한 봉직의 근로 환경과 고용 불안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봉직의가 노동자로 합당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며 “아주대 의사노조 설립 이후에는 추가적인 노조 설립 움직임이 없었고, 의사들의 노조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지 못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전했다. 
 
의사노조 설립은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였다. 회장에 출마한 후보들 모두 의사들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며 의사노조 설립에 적극 지지를 보냈었다.
 
의사 노조가 전문가 지식인 노동조합 형태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노동 3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후보도 있었다.
 
이필수 제41대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의사노조 설립은 시대적 요구”라면서 의협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필수 회장은 후보 시절 “의사노조는 전문화된 교육 과정을 거쳐 고도의 지적 작업을 성취하는 대표적 전문직인 의사가 자원해서 노동자 범주 안으로 편입된 것으로 그만큼 우리나라 의사들의 근무 여건이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다만 의사 사회 내부에선 아직도 의사가 왜 노조를 설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상당수가 존재한다. 이처럼 의료계 내부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의사노조 설립에 대해 회원들이 뜻을 모은다면 협회 차원에서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의사들은 대중들에게 명예와 기득권을 가진 집단으로 인식되며 암묵적으로 한단계 높은 신분으로 인식돼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 기조를 보이며 의료공급자인 의사들에 대한 압박을 시작하자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에서 의사 노조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조직이 가진 힘에 따라 단체행동권 많이 달라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지지부진 한 사이 4월,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아주대 의대 교수들이 국내 최초로 의대교수 노조 설립 소식을 알려온 것이다. 
 
아주대 의대 교수들이 노조를 설립한 목적은 노동자 권리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단체교섭권 확보다. 
 
아주의대 교수노조 노재성 위원장은 “우리나라 전체 대학교수 중 의대교수들이 15%정도 되는데 이들은 일반 교수들과 다르다”며 “의대교수들은 방학도 없고 병원에서 일하는 근로자이기도 하다. 때문에 교원노조법에 의해 단체행동이 제한되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 급한 일은 아니지만 정리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의대교수들은 교수협의회 등을 만들어 병원 측과 소통한다”며 “하지만 교수협의회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병원 측이 들어줘도 그만이고, 안들어줘도 그만인 경우가 태반이다. 심지어 그냥 모른 척해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하지만 교수노조는 다르다. 노조에서 병원 측에 단체교섭을 요청했는데 응하지 않는 것 자체가 부당노동행위가 된다”며 “교수노조가 파업은 할 수 없지만 교수협의회와 다르게 적어도 대화와 협상 파트너가 된 것이다. 이제는 병원과 노조가 서로에게 의무가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의교협 관계자 역시 "사립대병원은 물론 공공병원에서도 의사들이 병원이나 재단에 목소리를 전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조를 통해 전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권성택 전의교협 회장은 "교수노조가 설립되면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갖고 의협보다 더 강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협상권이 있어야 한다"며 "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뒤 의료정책과 교육정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젊은 의사들 역시 노조 설립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이들은 노동자로서 인정받는 걸 넘어 '노동 3권'을 주장한다. 
 
단체행동권은 물론 단체교섭권이다. 자신들의 과도한 업무량을 노조 설립을 통해 해결코자 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전공의에게 제대로 된 수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번아웃(Burn out)을 막아 전공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지난 201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전공의특별법은 올해로 도입된 지 4년을 맞았지만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힘들다는 것이 전공의들의 주장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5월 열린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전공의 노조가 병원별로 설립될 필요성이 있다는 내용을 안건으로 논의했다.
 
현재 전공의 노조는 이른바 회사와 상관없이 동일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전공의 전체의 ‘직종별노조’에 해당한다. 
 
노동자 권리를 찾으려면 병원별 노조를 세워 단체행동이나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협은 “전공의특별법 이후에도 전공의 근무환경이나 수련 질에 있어 가시적인 개선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특히 각 병원의 설립 형태, 규모, 재정적, 인적 구성에 따라 전공의들 수련환경이 상이해서 병원별로 노조를 구성해 수련환경에 따라 각자 병원과 협상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종전의 직능별 노조를 그대로 둔 상태로 각 병원별, 기업별 노조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며 “병원별 노조를 설립한 후 병원 성격에 따라 국공립병원, 사립대학병원, 중소병원 등 소산별 노조에 편입시키는 방법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sjh@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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