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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카누맙' FDA 승인 의미
이재홍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
[ 2021년 07월 04일 18시 27분 ]
[특별기고] 2021년 6월 7일은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 역사에 큰 획이 그어진 날이다. 미국 바이오의약품 회사인 바이오젠에서 개발한 ‘아두카누맙’이 우여곡절 끝에 까다로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약(藥) 개발 흑역사 마침표 찍은 이정표" 

이 약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이라고 할 수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에 대한 단일클론 항체로서 알츠하이머병 환자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덩어리를 제거해주는 작용 기전을 갖는다.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고 진행시키는 주범을 제거한다면 이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약은 종전의 ‘아리셉트’ 같은 증상 개선제와 달리 병의 경과를 바꿔주는 최초의 DMD(disease modifying drug)가 되는 것이다.

또한 2003년 ‘메만틴’이라는 증상 개선제가 마지막으로 나온 이후 18년 만에 신약이 나온 것이니 감격스럽지 않을 수 없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의 길었던 흑역사에 마침표를 찍고 제약업계에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린 격이다.
 
문제는 이 약의 효능이다. 당초 아두카누맙 임상시험은 동일한 프로토콜을 가진 두개의 3상 시험(ENGAGE & EMERGE)을 진행하던 중 2019년에 중간 분석 결과, 약효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개발사에서 연구 중단을 선언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후 더 모아진 임상 자료를 추가 분석한 결과, 고용량군에서 효능이 입증된다며 FDA에 사용 승인 신청을 내는 극적인 반전이 있었다.

국내 대표 PI로 임상시험 참여, ENGAGE 연구 입증 못했고 EMERGE 연구에서는 일부 효과

필자도 이 약물 임상 연구에 우리나라 대표 PI로 참여했는데 당시 담당했던 ENGAGE 연구에서는 약효를 입증하지 못했고 또 다른 연구인 EMERGE 연구에서만, 그것도 고용량군에서 유의한 효과가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효과란 뇌(腦) 아밀로이드 축적량이 60~70% 정도 줄어들고 인지 저하가 위약군 대비 약 23% 감소했으며 이는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두 건의 임상 3상 시험에서 상충되는 결과를 나타낸 경우이니 이 약은 원칙적으로 FDA 승인을 받기 어려운 처지였다. 더군다나 개발 제약사에서 스스로 실패를 선언했다가 번복한 결과가 되었으니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연말에 FDA 외부 전문가 자문위원회에서는 거의 전원이 이 약의 사용 승인에 반대표를 던졌다. 자문위원회 의견은 구속력은 없으나 FDA 최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니 이 약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이게 되었다.

회사 주가가 폭락한 것은 물론이다. 금년 3월에 내리기로 한 FDA 결정이 6월로 미뤄지면서 과연 승인이 될지 여부가 학계와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드디어 6월 7일, 아두카누맙에 대한 FDA 사용 승인 신청이 떨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조건부 승인으로 시판 후 추가 임상시험(4상 임상시험)을 통해 확실한 약효를 입증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당장 알츠하이머병 환자 이익단체인 Alzheimer’s Association에서 결정을 환영한다는 메시지가 나왔고 개발사인 바이오젠에서 만세를 불렀을 것은 불문가지이다. 반면 전문가 그룹에서는 효능이 확실하지 않은 약을 승인해 주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우리 돈으로 6000만원 등 지나치게 비싼 비용 가장 큰 난제
 
FDA 승인을 얻었다고는 하나 당장 이 약이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데에는 몇 가지 난관이 예상된다.

아밀로이드를 뇌에서 제거해 주는 약이므로 당연히 환자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여 있는 것이 증명돼야 한다.

그러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영상 검사나 까다로운 뇌척수액 천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무래도 큰 병원에서만 가능할 법하다.

또한 이 단일 클론 항체약을 썼을 때 일부 환자에서 뇌의 부종이나 점상 출혈이 올 수 있으므로 안전성 모니터링을 위해 정기적으로 뇌(腦) MRI를 찍어봐야 한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매달 정맥주사로 항체 투여를 받아야 하는데 회사에서 책정한 약가가 1년에 5만 6000달러, 우리 돈으로 6000만원 정도라 하니 보험 급여가 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노인성 치매의 70% 가량이 알츠하이머병인 현실을 비춰보면 이렇게 약가가 비싸서야 얼마나 큰 보건학적, 혹은 사회적 반향을 가져올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그것도 경제 형편이 넉넉한 환자들이 우선적인 대상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외래 진료실에서 “알츠하이머병 신약이 나왔다는데…” 하며 환자나 가족들로부터 질문이 쏟아질 것을 생각하면 기쁜 한편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제까지 알츠하이머병과 싸울 변변한 무기가 없던 차에 비로소 무기다운 무기를 손에 쥔 격이다. 그러나 이 약이 나온다고 해서 알츠하이머병이 완전히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한 보다 좋고 효과있는 약물이 나올 수 있는 계기 마련"

알츠하이머병은 여러 가지 요인이 관여해 일으키는 복잡한 병이므로 완전한 치료를 위해서는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

아밀로이드뿐만 아니라 과인산화 타우 단백질, 신경염증 등을 타겟으로 한 약물이 나와야 비로소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아이언맨, 토르, 헐크, 호크아이 같은 어벤져스 슈퍼히어로 군단이 만들어져 지구를 구하듯 알츠하이머병도 여러 강력한 무기가 동원돼야 그 끝을 내다볼 수 있다. 그러니 이번 일로 치매 정복이 가까워진 양 호들갑을 떨 것은 없다.
 
그러나 이번 FDA 결정으로 인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새 장(場)이 열리고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는 새로운 분위기가 마련된 것은 분명하다. 모쪼록 이를 시발점으로 해서 알츠하이머병이 불치의 병에서 유력한 치료 옵션을 갖는 병으로 탈바꿈할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돌이켜보면 에이즈와 암이 그랬고 다발성경화증이 그랬다. 젊은 연령층에 중추신경계 탈수초성 질환을 일으켜 큰 고통을 주는 다발성경화증은 치료제가 1993년에 처음 FDA 승인을 받은 이래로 혁신적인 약물이 속속 개발돼 현재 20여 개의 약물이 임상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이번 아두카누맙 성공은 알츠하이머병의 ‘끝판왕’ 약물이 나온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더 효과적인 약물이 나올 수 있는 물꼬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1969년에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을 타고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이 남긴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라는 말이 이 시점에서 떠오른다면 이것도 너무 앞서나가는 걸까.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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