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 품귀 현상과 때아닌 '성분명 처방'
양보혜 기자
2021.06.13 15:54 댓글쓰기
[수첩]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타이레놀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정부가 백신 접종 이후 발열, 근육통과 같은 증세가 있으면 해당 약을 복용하라고 권장한 결과다.

특정 상품명 언급이 논란이 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약을 쉽게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70개 품목 목록을 배포했다. 친철한 정보 제공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타이레놀을 찾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두고 상품명 처방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다른 의약품을 권해도 타이레놀만 찾으니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 처방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약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불을 지폈다. 서 의원은 "성분이 아닌 특정 회사 제품명을 언급함에 따라 품귀현상이 발생했고, 그 피해를 해열진통제가 필요한 국민들이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처방과 조제에 이르기까지 제품명이 아닌 성분 중심으로 국민들의 인식이 전환돼 국민보건의 잠재적 위협을 없애고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을 만나 동일 성분 의약품 인식 전환 방안 협의와 SNS를 통한 '아세트아미노펜 챌린지'를 추진했다.

논의 방향이 '성분명 처방 도입'으로 흐르면서 의·약계 간 첨예한 대립이 다시 예고됐다. 해묵은 과제가 수면 위로 오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확인해봐야 할 점은 타이레놀 품귀현상과 성분명 처방의 상관성이다. 타이레놀은 일반의약품으로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반면 성분명 처방은 전문약에만 적용된다. 전혀 다른 두 제품군을 동일한 제품으로 취급해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타이레놀 수요가 많은 게 아니라 공급이 적은 게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 내과 개원의는 "타이레놀 같은 오리지널 약의 경우 마진율이 낮아 약사들이 구매를 꺼려서 발생한 공급부족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성분명 처방 이슈를 재논의할 적절한 시기인지도 의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종식에 의약계가 힘을 모아도 부족한 판국에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이슈를 골라 분열을 초래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이다.   

불필요한 논쟁이 자칫 코로나19 기간 동안 공적 마스크 판매에 앞장서며 희생해온 약사들과 의료현장에서 헌신해온 의사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민들에게 그간의 고생은 잊혀지고 의약품 처방제도를 둔 직역 간 갈등만 기억에 남는다면 여간 억울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식약처 실수로 빚어진 단순한 해프닝을 침소봉대해 성분명 처방 이슈까지 몰고가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보톨리눔 톡신'을 '보톡스'라 부른다고 해서 국민 보건의 잠재적 위협이라고 생각하거나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친다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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