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리수술 척추전문병원 파문···수술실 CCTV 재점화
환자단체-의료계, 입장차 극명···'환자 알 권리' vs '제도적 장치 마련'
2021.06.04 10:03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최근 인천의 척추전문병원에서 의료인이 아닌 무자격자의 수술이 적발돼 대리수술로 논란이 되는 가운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이자 척추전문병원으로 이 병원은 원무과장 등 의사가 아닌 병원 관계자가 의사를 대신해 수술을 진행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척추전문병원에 근무했던 간호사가 폭로한 동영상에는 의사가 아닌 원무과장이나 진료협력팀 과장이 수술 칼을 이용해 절개 및 봉합하는 등 직접 허리 수술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진료협력팀 과장이 환자의 허리 부분을 절개해 직접 수술을 진행하고 40분 정도가 지난 뒤 의사면허를 가진 이 병원 정식 의사가 나타나 약 5분 정도 수술에 참여한 후 나갔다. 의사가 수술실을 나간 뒤에는 진료협력팀 실장이 들어와 환자 수술 부위를 봉합했다.
 
즉, 행정직원들이 수술 부위를 절개해 놓으면 의사가 들어와 필요한 처치를 하고, 다시 행정직원들이 봉합을 하는 방식이다.
 
그 외에 병원 원무과장 또한 의료용 현미경을 이용해 환부를 들여다보며 처치를 하는 등 의료행위를 이어갔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면허된 것 이외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지만, 의료인 자격이 없는 행정팀 과장, 실장 등이 직접적으로 의료행위에 참여한 것이다.

해당 병원에서 근무했다고 밝힌 간호사는 "병원 측이 대리수술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비밀유지서약서 작성까지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해당 병원의 수술 일지와 진료기록, 내부 CCTV 영상 등을 확보했다. 자료 분석을 마친 뒤 의혹의 당사자인 병원 원장과 직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공동 병원장 3명 등 의사 5명을 포함한 병원 관계자 9명이 형사 입건했다.
 
해당 병원의 대리수술 의혹이 커지자 의료계에서 강하게 반발했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이슈가 다시금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개최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의료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자권익연구소 등 환자단체는 환자 알 권리 등을 이유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토록 하고, 환자 동의나 요구에 따라 수술실 내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촬영을 의무화해야 한다"면서 “촬영정보는 법률상 목적으로만 사용되고 환자의 영상 삭제권을 보장하며, 위법행위는 엄중한 형사처벌이 이뤄지는 등 입법이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국민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5월 31일부터 6월 13일까지 수술실 내부 CCTV 설치와 관련해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의료계 “엄벌 처벌 대응 약속‧제도적 장치 마련, CCTV 설치 의무화 반대”
 
의료계 또한 이러한 민심을 읽어 해당 병원에 대해 검찰고발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하며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5월24일 해당 병원 대표 원장과 관계자들을 대검찰청에 고발하며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할 책임을 진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공모해 불법의료행위를 자행한 사건"이라며 "이에 단호히 대처해 국민 건강을 지키고 보건의료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병원협의회 윤리위원회 또한 최근 긴급회의를 열고 이 병원 제명을 전문병원협의회장에게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윤리위가 회원병원 제명을 권고하면 회장은 상임이사회를 소집해 징계를 결의한 뒤 총회 의결을 받는다.
 
윤리위 관계자는 “해당 병원 측에 1차 소명 요구를 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아 언론 보도 내용만으로 심의를 진행했다”며 “지금까지 보도된 사실만으로도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게 윤리위원회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서는 환자 사생활 노출 및 진료 위축 등에 대한 우려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얼마 전 인천 척추전문병원 대리수술 사건에 대해 의협은 엄정 처벌 원칙을 세우고 대응하고 있다”며 “이필수 의협 회장도 앞으로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기 내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의협의 반성을 지켜봐 달라"면서 설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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