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판단 등 어려워' 동의서 작성했어도 2000만원 배상
법원, 의료진 설명의무 위반 손배 책임 판결···'본인에 충분한 설명 안돼'
2021.05.24 05:3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수술 전(前) 동의서에 '환자 의사판단이 어렵다'고 적혀 있어도 본인에게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의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최근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한 의료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선 의료진들이 훨씬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18민사부(재판장 심재남)는 뇌수막종으로 수술을 받았다가 실명한 환자 A씨 측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의료진 설명의무 위반 과실을 일부 인정,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2016년 뇌수막종을 진단받은 A씨는 이 사건 병원에서 뇌종양 전절제술을 받았다. 수술 과정에서 A씨는 왼쪽 눈 부위를 절개해 종양을 제거했다. 
 
그러나 수술 후 A씨는 왼쪽 눈의 시력을 잃게 됐다. 수술 과정에서 왼쪽 눈 주변을 절개했는데, 수술을 마친 후에도 부종이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시신경이 위축된 것이다. 
 
이에 A씨 측은 술기상 부주의를 포함해 지도 설명의무 및 후유증 설명의무 위반으로 의료진에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의료진이 수술 후 시신경 손상 임상 증상과 이에 대한 대처방법을 자세하게 지도·설명하지 않았다며 이는 지도 설명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 수술로 인한 시신경 손상의 가능성을 알려주지 않았고, 각 수술법의 장단점도 설명하지 않는 등 후유증에 대한 설명의무도 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의료진 측은 당시 A씨 가족이 서명한 동의서에는 '환자가 의사결정을 하기 힘든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경우'가 명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A씨가 설명을 직접 들을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의료진 측은 "A씨 가족에게 수술의 과정 및 방법, 그리고 시신경장애나 눈 움직임 장애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해선 충분히 고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의료진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일반적인 후유증에 대한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사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다"며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점에서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설명을 듣기 어려운 상태였다는 사정도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의료진 설명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신체적·정신적 장애 상태였다는 정황은 찾을 수 없다"며 "그에게 수술 합병증 등을 설명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응급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A씨가 이전 의료기관에서 뇌수막종 제거술 합병증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자기선택권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이사건 병원 의무기록지 기재만으로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다만 재판부는 지도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선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도설명의무는 환자가 '의사 업무범위 이외의 영역'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경우에 지워지는 의무'라며 "입원 중인 A씨에게 적절한 처치를 했다면, 해당 증상이나 대처방법을 보호자에게 지도·설명하지 않은 것은 별도의 의무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 외에 A씨 측이 제기한 술기상 과실 등은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설명의무 위반 과실과 실명 후유증 간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다고 판단, 의료진 책임 범위를 '자기결정권 침해'로 제한하며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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