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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가래통 씌웠다" 태움 폭로에 돌아온 '명예훼손'
가해 지목 교수 "사실무근" 폭로자 고소···대학 "사실 확인 어려워"
[ 2021년 04월 03일 06시 36분 ]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9년이 지난 일이지만 우연히 듣게 된 가해자의 이름만으로도 온몸이 떨리고, 심장이 벌렁거려 며칠째 잠을 잘 수 없었어요. 태움은 사라져야 할 악습입니다."
 
간호사 A씨는 2012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악몽보다 더 끔찍한 시간을 보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중환자실에 갇혀 수많은 선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했다.
 
A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심하게 괴롭히던 선생님들 이름 끝 글자를 딴 별칭을 불렀는데 그중에서도 B씨는 A씨를 가장 힘들게 했다.
 
셀 수 없는 폭언, 폭행, 부모 욕은 물론 대선에서 특정 후보 뽑기를 강요했고, 악성 균 감염환자에게서 뽑은 가래침 통을 뒤집어씌우기까지 했다.
 
무슨 말을 해도 손찌검으로 끝나는 결말에 '어차피 때릴 거 소리 지르지 말고 빨리 얻어맞고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날도 많았다.
 
중환자실 근무 중 인계받은 환자 3명이 모두 사망한 날에는 "네가 만지면 내 환자 죽는다, 재수 없다"는 말을 들었고, 이후에도 살인자 취급을 당했다.
 
유니폼으로 가려지는 곳은 1년 내내 보라색 멍투성이였다.
 
무릎 뒤를 발로 차기, 빗장뼈 아래 주먹질, 명치 때리기, 겨드랑이 꼬집기, 등짝 팔꿈치로 때리기 등으로 육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인 치욕까지 느꼈다.
 
A씨는 당시 온전한 피부색이었던 날이 단 하루도 없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그는 "가래침 통을 뒤집어썼던 날 가래의 색깔과 느낌, 냄새까지 모두 기억이 난다"며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고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결국 병원을 나가기로 한 A씨는 퇴사를 만류하는 엄마에게 모진 말을 내뱉고 나서야 퇴사하면서 그렇게 '13개월의 악몽'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듯했다.
 
그러나 9년이 흐른 지난달 초 취미로 쌓은 네일아트 실력을 활용해 구한 손 모델로부터 'B씨의 이름'을 듣는 순간 A씨는 심장이 요동치고 손이 떨렸다.
 
B씨가 강원지역 한 전문대학에 최근 간호학과 교수로 임용됐다는 소식을 들은 A씨는 "누구에게 모범이 되거나 가르침을 주셔도 될 만한 분이 절대로 아니다"라며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원했지만, 그런 A씨에게 돌아온 건 B씨의 고소장이었다. B씨는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B씨를 고소했다.
 
B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A씨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관련 자료를 수집해서 경찰에 제출했고, 경찰에서 잘 밝혀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황이 당황스럽고, 삶 자체가 피폐한 상태"라며 "학생과 학교도 피해를 보고 있어서 죄송하고, 빨리 해결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A씨 측도 변호사를 선임해 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A씨는 "B씨가 되레 당시 피해자들에게 거짓 진술을 받고, 주변인들에게 입단속을 한 것으로 안다"며 "아픔을 안고 사는 분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 있어야 진실을 밝히고 악습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B씨가 재직 중인 대학 측은 당시 A, B씨가 있었던 대학병원 측에 사실확인을 요청했으나 이직 또는 퇴사자가 많아 조사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대학 관계자는 "우선 명예훼손 고소 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처분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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