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약으로 완치' 암환자 속인 한의사들 2심도 ‘징역형’
법원 '말기암 환자와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 이용해서 억대 편취”
2021.04.02 12:0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무면허상태에서 ‘암이 대변으로 배출된다’는 등 특수약으로 암 치료가 가능하다며 환자들을 속여 수억 원을 편취하고,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한의사들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월 4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위반(부정의료업자) 및 사기,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A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4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은 한의사 B씨에게는 1심(징역 3년에 벌금 700만원)보다 다소 낮아진 징역 2년에 벌금 700만원, 그리고 A씨 증거 위조를 도와준 한의사 C씨는 징역 6월을 각각 선고했다.

B씨는 D한의원 원장이고, A씨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부정의료업자) 등으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지난 2012년 3월∼2015년 6월까지 한의사 면허가 취소됐다.

하지만 해당 기간 B씨가 운영하는 D한의원에서 연구원장이라는 직함으로 환자를 진료했다.

A씨 등은 지난 2013년 11월∼2015년 2월까지 공모해 D한의원에서 암 환자를 대상으로 ‘암세포를 없앨 수 있는 효능을 가진 약을 개발했다’며 수억 원대의 치료비용을 받았다.

B씨는 D한의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25년 암 연구 결실로서 만들어진 약이 Y입니다’라는 제목하에 ‘D한의원에서는 실제로 재발이 없이 암 사이즈를 줄이는데 효과를 보이는 한약들을 연구해왔습니다. 그 결과, 뚜렷하고 특정 약재들에서 강력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효능이 발굴됐고, 그렇게 만들어진 약이 Y입니다’는 광고 등을 게재했다.

B씨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환자의 보호자에게 “전에는 소변으로 고름을 뺐는데, 지금은 대변으로 덩어리가 나오게 하는 기법을 쓰고 있다”며 “해당 기술은 최근에 도입됐는데 그 약에 대해서는 연구원장인 A씨가 따로 상담하니 연구원장에게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A씨도 “2년 전에 개발한 특수 약을 쓰면 고름 덩어리를 대변으로 뽑아낼 수 있다”며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으니 환자를 데려오면 특수 약을 써서 90% 이상 완치시킬 수 있으며, 3개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비용은 한 달에 5000만원”이라고 말했다.

수사과정에서 A씨의 한의사 면허는 취소된 상태였고, 실제로 암 치료가 가능한 특수 약을 개발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A씨가 처방한 약에서는 독성 물질이 검출됐을 뿐, 암세포를 없앨 수 있는 효능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암독을 푼다며 환자에게 사용한 온열기 또한 암세포를 파괴하기 위해 의료계에서 사용하는 고주파 온열암 치료 장비가 아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원적외선 전기온열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A씨와 B씨는 환자들에게 총 1억 4600만원을 치료비 명목으로 받았고, A씨는 피해자 3명에게 9900만원을 치료비 명목으로 받았다.

이에 1심 재판부는 “A씨 등이 처방한 약은 일부가 인체 면역력을 높여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에 불과할 뿐, 암 치료제로써의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없어 A씨 등이 암이 완치될 것이라고 기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사용한 약재의 독성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망한 환자들에게 과량 복용하게 해 중독 증상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이어 "A씨 등은 암 치료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는 가족의 간절한 마음에 편승해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했음에도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며  "A씨는 이 사건 부정의료행위를 숨기기 위해 수사 과정에서 책임을 떠넘기려 했고, C씨에게 처방전 위조를 교사해 죄질이 좋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원고들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이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항암치료도 효과가 없을 정도로 절망적인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한의학에 희망을 걸어보려는 말기암 환자와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마치 완치할 수 있을 것처럼 거짓말해 폭리를 취했다”며 “검증되지 않은 한방치료를 시행해 환자들이 금방 사망했음에도 제대로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해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 모든 행위는 암 환자와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자 한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고, 환자는 한방치료를 받고 증상이 개선되기는커녕 사망해 결과의 불법성도 매우 크다”며 “다만 대부분 범행을 자백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환자의 유족들과 원만한 합의에 이르렀으며, 다른 환자의 유족과 합의하려고 노력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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