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인공지능(AI) 관심 많은데 사용 기회 적어'
최병욱 학회 회장 '올 하반기 산학연 의료AI 장(場), 산업박람회 개최 추진'
2021.03.23 12:2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최근 의료 인공지능(AI)기업들이 잇달아 IPO 및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면서 의료AI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실제 임상 진료현장에서도 앞으로 AI가 의료 환경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목도에 비해 실제 AI기술 및 이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는 의료인뿐만 아니라 많은 연구자와 개발자, 기업이 만나 AI가 열어갈 의료혁신을 논의할 목적으로 지난 2018년 창립됐다. 데일리메디가 금년부터 2대 회장으로 학회를 이끌게 된 맡게 된 최병욱 회장(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Q.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출범 4년차를 맞았다. 그간 활동 내역 소개
학회가 창립하고 실질적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 2~3년 남짓인데 그 사이 국내 AI기업들 위상이 크게 바뀌었다. 스타트업 상장이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의사들의 관심 역시 매우 크다. 의료인공지능학회에서 학술대회에 맞춰 AI 교육 세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준비한 규모보다 훨씬 많은 신청자가 몰려 참가자를 선별해야 할 정도다.
다만 이런 관심도에 비해 임상 현장에서 적용이 힘든 상태다. 현재 허가를 받은 의료 AI제품이 60여 개에 달하는데 수익성이 확보된 제품이 하나도 없다. 제품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입증받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구매 주체가 분명치 않다 보니 병원에서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올해는 이런 문제에 더욱 집중해서 숨통을 틀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싶다.
 
Q. 그렇다면 올해 염두에 둔 사업은
산업 육성과 임상현장 활용이라는 두 축이 제대로 운영돼야 할 것 같다. 실질적인 사업으로는 하반기 추계학술대회와 함께 산업박람회 개최를 예정하고 있다. AI는 상당히 실용적인 학문인데 의료 분야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해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적다. AI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도 이제 막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한 단계다. 반면 의료영역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려면 상당히 강력한 증거가 필요하다. 병원 시스템도 고전적이다.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산학연이 보다 밀접하게 만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규모가 아니더라도, 실제로 어떤 의료 AI기술들이 개발됐는지, 병원에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취지 하에 기획을 추진 중이다.

"허가 받고 임상시험 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의료AI 적극 사용할 수 없는 상황"
“발전 속도 워낙 빨라 의료AI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가 차원서 미래 대비해야”
"AI는 신약 개발에도 빠르게 적용되는 추세"

Q. 국내 AI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는데 임상 현장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
앞서 말했듯 의료진들은 AI에 대한 호기심이 굉장히 높다. 실제로 써 보고 싶다는 의견도 많고, AI가 의사 역할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도 궁금해한다. 그런데 병원에서 거의 쓸 수가 없다. 일단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라도, 병원에서 쓰려면 대규모 임상시험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AI제품 구매의 주체가 병원이 되려면 수가를 매겨 수익이 발생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와 보험급여 평가 관문을 거쳐야 한다.
이처럼 기존 의약품 및 의료기기와 동일한 절차를 의료AI에 적용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의문이다. 신약도 임상적 근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아도 환자 필요에 따라 쓸 수 있게 해 주고, 긴급사용승인 제도가 있는 것처럼 AI도 이런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의료 AI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서 미래지향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현 제품의 상태를 보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AI 자체가 학습을 통해 계속 발전하는 기술인데 임상에 적용되지 않은 상태를 완제품이라고 여기는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 상태는 AI가 도입되기 시작한 첫 단계다. 아이들이 성장기에 들어서면 갑자기 자라는 것처럼 발전할 텐데 이를 대비해야 한다.

Q.의료와 AI 융합 가운데 어떤 분야가 주목받게 될거라고 보는지
지금은 데이터 수집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영상의학 분야에 접목이 많이 되고 있는데, AI가 의료시스템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병원들이 디지털화를 부르짖고 있는데, 환자를 위한 서비스 차원의 디지털화는 여전히 미흡하다. 의료와 관련된 모든 활동이 병원 밖을 벗어나지 않는다. 모든 검사는 병원에서 이뤄지고 진단서를 떼려 해도 병원에 가야 하고 의무기록을 종이에 프린트해 주는 곳도 많다. 시범사업 도입 전에는 왕진도 불가능했다. 의사도 자유롭게 의료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빠른 디지털화가 이뤄진 금융 분야와는 사뭇 다르다. 때문에 지역 불균형도 심각하다. 의료 AI가 이런 부분에 도입되면 많은 부분을 바꿀 수 있다. 최근 영국의 모 제약사가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전혀 한 바 없는데도 기존 의약품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성분을 AI 알고리즘을 통해 찾아내고 이를 FDA에서 승인받은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AI는 신약 개발에도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Q. 의료분야 AI 접목이 본격화됐을 때 의사 역할은
많은 전문가들의 얘기처럼, 현재 패턴화되고 있는 일률적인 의료행위는 쉽게 대체될 수 있다. 의사들은 보다 창의적인 연구에 집중할 것이다. 많은 AI 기술이 의료분야 접목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부분 실제 의료행위에 사용하기 어렵다. 진료 과정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가이드해줄 수 있는 것이 의사다. 같은 맥락에서 의료 AI기술 개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연구개발을 위한 양질의 데이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의료전문가가 필요한데 이 때도 의사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은 계속 진보한다. 당장 임상현장에서 성능이 좋지 않다고 해서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개별 병원의 로컬 데이터를 학습해 맞춤형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리얼월드에서의 임상검증과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데 의사 역할이 요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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