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강 회장 사임 삼일제약, '오너-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정기 주총서 김상진 대표이사 선임···실적 호조 연계 '시너지 효과' 주목
2021.03.23 05:3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삼일제약이 30여 년만에 '오너-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었다. 이 같은 변화를 통해 최근 실적 호조를 이어가면서 재무 건전성도 회복하겠다는 방침으로 보여 추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일제약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변경 안건을 의결했다. 허강 회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갑자기 사임하면서 '허승범 부회장과 김상진 사장'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된 것이다. 

김상진 신임 대표는 지난 2018년 삼일제약 영업 및 마케팅 총괄 사장으로 영입됐다. 서울대 약대 출신인 그는 한국 얀센 입사 후 벨기에 본사 근무, 이후 홍콩얀센 사장(2006년), 타이완얀센 사장(2008년)을 역임했다.  

2011년부터는 한국얀센 사장을, 2013년에는 한독 부사장으로 재임하며 전문의약품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총괄하며 회사 성장을 이끌었다. 이후 삼일제약에 합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번 변화로 지난 2013년부터 계속돼 온 허강 회장과 허승범 부회장의 부자(父子) 경영이 마침표를 찍었다. 일각에선 허강 회장이 물러나면 허 부회장 단독 경영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과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허승범 부회장은 다른 제약 오너 3세들보다 일찍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미국 트리니티대학 졸업 후 삼일제약 경영전략실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아온 그는 2013년 3월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다음해 9월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뒤 부친과 함께 회사를 경영해오다 2018년 7월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에 오너 3세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삼일제약은 오너와 전문경영인 병행 체제를 선택했다. 허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등극한 2018년부터 삼일제약  경영 실적은 개선됐지만, 재무 건전성 과제가 남아있다는 점이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실제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일제약 매출은 2018년 946억원에서 2019년 1211억원, 2020년 123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018년 57억원 적자를 기록하다가 2019년 48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지난해 65억원으로 36% 성장했다. 순이익도 2019년 흑자 전환한 뒤 작년 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실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재무 건전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부채비율과 함께 차입금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부채비율은 2018년 163.8%에서 2019년 195.3%로 급증한 후 작년 201.6%를 넘기며 3년 연속 상승했다.

차입금 규모 역시 확대되고 있다. 조정총차입금(총차입금+잠재채무)은 2018년 667억원에서 2019년 936억원, 2020년 944억원으로 오름세다. 이 가운데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내년 베트남 점안제 공장 완공 및 신약 연구개발, 새로운 상품 도입 등 굵직한 이슈가 많은 삼일제약에 있어 재무 건전성 회복은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위한 중요한 과제다.

이에 허승범 부회장과 김상진 사장이 향후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주목받고 있다. 두 대표 역할이나 업무 범위 등은 아직 공표되지 않았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이번 대표이사 변경 건에 대해선 공시된 내용 외에 잘 모르고 각자 대표 역할에 대해서도 아직 공지된 바 없다"며 "다만 부채 비율 등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차츰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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