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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료인 운영 의료법인 사무장병원, 잇단 '무죄' 판결
법원 "의료법 위반 판단 신중, 객관적으로 형식적 법인인지 명확히 파악 필요"
[ 2021년 03월 03일 06시 27분 ]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받아 재판에 넘겨진 의료법인들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비의료인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료법인을 개설했고, 의료법인이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면 그가 운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어도 의료법 위반으로 속단하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간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을 두고 하급심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최근 법원은 이같은 취지의 일관된 판단을 내리는 모습이다.
 
최근 광주지방법원 12형사부는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을 운영, 의료법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某의료법인 前이사장 A씨에 대한 공소사실 중 의료법위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사기)·업무상횡령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사무장병원을 개설·운영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조사 결과 비의료인인 A씨는 형식적으로만 의료법인 명의를 유지한 채 직접 의료기관을 개설·운영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법원은 A씨가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라 판단했고, 2008년 선고가 확정됐다.
 
판결 이후 A씨는 해당 의료법인 이사장직에서 해임됐다. 하지만 가족을 의료법인 이사로 재직하게 하며 의료기관 운영에 지속적으로 개입했다.
 
법인 임직원들로 하여금 소속 병원의 직원인사·투자내역 등을 보고하게 하며 계속해서 의료기관에 관여했다.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검찰은 A씨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어진 재판에서 A씨 변호인 측은 "범죄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적법한 의료기관 설립자격이 있는 의료법인이 이사회 개최 등 절차에 따라 산하 의료기관을 운영했다면 이 같은 혐의를 적용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다.
 
A씨 변호인 측은 우선 이 사건 의료법인이 적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사회 임원이 A씨 친인척 등으로 구성됐단 것과 관련해선 "의료법시행령에선 의료법인의 자격을 의료인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으며, 의료법인 설립허가 신청 시 임원을 반드시 의료인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비의료인인 임원 등이 의료기관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에 대해 변호인은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의료법인은 의료기관의 시설, 장비, 인력 등 확보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의료장비의 수량, 평가액, 취득방법, 취득예정일은 물론 의료기관 개설에 필요한 의료인 및 의료관계자 수, 인건비, 채용 및 채용 예정일도 상세히 기재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비의료인인 임원이 의료기관 운영에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시행령이 전제하고 있단 것이다.
 
또한 그는 "최근 개정된 의료법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신설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5년 개정된 의료법은 의료법인이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사회 임원의 친족관계 비율 등을 제한하고 있다. 선임 과정에서 금품수수가 있었을 시 처벌 규정도 존재한다.
 
이 밖에 비의료인 임원이 의료기관 수익을 부당하게 가져가더라도 이는 배임이나 횡령 등의 형사처벌을 할 수는 있지만,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별개 사안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재판부는 이 같은 A씨 변호인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의료법인 의사 결정을 지배하면서 자의적으로 의료법인을 운영한 것은 인정할 수는 있으나, 객관적으로 볼 때 의료법인이 형식상으로 존재하며 A씨 개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불과하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의료법인은 매년 2회 정기이사회를 포함해 법령이나 정관에서 의결을 거치도록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서 회의록을 작성하고 주무관청에 제출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사회가 친인척 등으로 이뤄졌어도 당시 법령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병원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 등을 받은 것에 대해선 "A씨는 사임한 후에도 실질적으로 이 사건 의료법인 이사장으로 행세하면서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A씨 아내가 후임 이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10여 년간 의료법인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A씨가 조언을 해주는 '고문 역할'을 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각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사실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되, 무죄 주요 부분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을 맡은 이용환 법무법인 고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재판부에서 민법상 재단법인인 의료법인이 사무장병원이 될 수 있는 판단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의료법인 제도 도입 경위부터 살피는 등 의료법인 본질에 집중해서 법리적으로 상당히 고심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는 의료법상 허용되는 행위가 분명하다”며 “단순히 법인격의 형해화를 이유로 ‘사무장병원’이라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이념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의료법인의 객관적인 형해와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재판부는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의료소송 경험이 많은 또 다른 변호사는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법인이 산하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합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며 “배임·횡령 등 부적절한 행위는 개별불법행위로 처벌 가능한 상황에서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의 판단기준 또한 정교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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