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공무원 불참 병·의원 현지조사 '위법→합법'
행정법원 판결과 상반된 서울고법 판결, '행정처분 취소 근거 안돼'
2021.01.20 05:4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참여하지 않은 현지조사가 합법하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들만으로 이뤄진 현지조사에 대해 ‘권한 없는 위법한 조사’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 3행정부는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업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줬다.
 
앞서 A씨는 개설신고를 하지 않은 채 병원이 있는 건물 지하를 검사실로 사용했다며 복지부로부터 30일간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 같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먼저 "업무정지 처분을 위한 현지조사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공무원이 실제 참여하지 않고 건보공단과 심평원 직원들에 의해서만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는 권한이 없는 자에 의해 이뤄진 위법한 조사라는 것이다. 절차적 하자인 만큼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항변했다.
 
실체적 위법과 관련해서는 개설신고를 하지 않은 게 단순히 행정적인 착오였다고 주장했다. 어떠한 기망의 의도가 없었으며, 검사실에서는 요양급여기준에 따라 적법한 의료행위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A씨 주장 중 실체적 위법 여부을 중점적으로 따져 복지부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절차적 위법과 관련해선 처분을 취소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가 건보공단과 심평원 직원들을 조사자로 지정했다면 관련 법에 따라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구(舊) 의료법 61조와 국민건강보험법 14조에 의하면 복지부 장관은 관계 공무원을 시켜 의료인 업무 상황, 시설 또는 관계 서류를 검사하게 하거나 진술을 들어 사실을 확인받게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설령 복지부 소속 공무원들에게만 조사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점을 비춰 보면 절차상 하자만으로는 처분을 취소할 정도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 자체는 부당하다고 봤지만, ‘복지부 공무원 없는 현지조사’에 대해선 기존 판례와 상반된 해석을 내린 것이다.
 
현지조사 관행 경종 울렸던 행정법원 판결들과 상반 촉각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은 복지부 담당 공무원이 직접 참여하지 않은 현지조사를 통해 26억원의 요양급여환수처분 내린 사건에 대해 처분이 적절치 않다고 판결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심평원이 독자적으로 가진 보험급여비용의 심사·조정 적정성 평가 확인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는 권한을 넘어선 현지조사권한을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위탁받았다는 법령상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처분의 근거가 된 현지조사는 권한이 없는 자에 의해 실시된 하자가 있는 위법한 행정조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 소속 공무원을 중심으로 꾸려진 현지조사팀이어도 현지조사 당시 공무원이 동행하지 않았다면 이는 위법하다는 구체적인 해석도 내놨다.
 
같은 해 6월에도 서울행정법원은 동일한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지조사 권한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있고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현지조사를 실제로 집행해야 한다"며 "(복지부 소속인) 주무관이 참여하지 않고 조사원들만으로 실시된 현지조사는 권한 없는 자가 시행한 것으로 위법하고, 현지조사로 취득한 자료들은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의료기관 현지조사와 관련한 사건을 다수 살폈던 일부 법조인들은 이번 서울고법의 판단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앞서 서울행정법원 판단에 대해 ‘그동안 현장에서 문제가 됐던 복지부 공무원 없는 현지조사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의료법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현행법은 복지부 현지조사 업무와 관련해 위임·위탁 범위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강제적인 처분이 동반되는 만큼 반론의 여지가 없도록 명확한 절차에 따라야 하는데, 규정이 없는 현 상황에선 앞서 서울행정법원 판단이 더 충실하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정혜승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는 “현지조사는 의사에게 있어선 세무조사와 비슷하다”며 “행정처분이 내려지는 행정조사인 만큼 정부 관할부처 소속 공무원이 아닌 유관기관 직원들에 의한 조사가 인정된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유사한 사건에서 현재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서울고법 판결의 경우 절차적 위법이 아닌 실체적 위법 사실을 집중적으로 심리한 측면도 있지 않나 싶다”면서 "향후 판결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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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철 01.29 17:59
    현지조사 칼만 안들었지 저승사자다 사람 죽음으로까지 몰고가지
  • 우와 01.20 12:40
    진짜 대가리 깨진 판결이다. 아직도 법원 들어갈 때는 사진도 녹음도 불가능하게 반민주적 만행을 저지르면서, 자영업을 대표한다 해도 될법한 의원에 대해서는 완전한 무장해제를 요구해? 예전부터 그랬지만 정치와 정권의 개 법조계 특히 판사는 철저한 개혁을 맞게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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