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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자 학문적 도반(道伴) 역할 지속 응원”
장성구 前 대한의학회 회장
[ 2021년 01월 16일 06시 42분 ]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그야말로 영욕(榮辱)의 세월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년 임기. 의학계 대표단체인 대한의학회를 이끄는 동안 참으로 많은 변곡점을 지나왔다. 숙원이었던 군의관 복무기간 단축 등 굵직한 성과는 물론 초중고 교과서 건강정보 오류 개선 사업, 국치일 기억하기 운동 등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행보도 이어왔다. 그렇다고 꽃길만 걷지는 않았다. 정치권에서 불거진 논문저자 적정성 여부 논란이 의학계로 불똥이 튀면서 홍역을 앓아야 했고, 20년 만의 의료계 총파업을 야기시킨 정부의 의료정책에 가슴을 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따른 학술활동 위축은 가장 큰 난제였다. 그럼에도 비대면 학술대회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하며 학술활동의 영속성을 지켜냈다. 지난 14일 정기총회를 끝으로 그동안의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은 대한의학회 장성구 前 회장은 “열심히 했다는 기억 외에 남는 게 없다”며 몸을 낮췄다.


“의료계 염원 해소, 가장 의미 있는 성과”


사실 장성구 前 회장은 대한의학회 50년 역사를 새로 쓴 인물이다. 서울의대와 연세의대가 양분해 오던 의학회 수장에 타 대학 출신으로는 처음 회장에 올랐다.


대한비뇨의학회 명예회장, 대한암학회 회장, 대한비뇨기종양학회 회장, 보건복지부 중앙약사 심의위원 등 왕성한 활동을 통해 의학계 발전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 받았다.


물론 타 대학 출신 중에도 그에 필적할 업적을 쌓은 의학자들이 적잖았지만 시대적 변화도 의학회 50년 역사상 최초 비(非) 서울대·연세대 출신 회장 탄생에 일조했다.


대한의학회는 지난 2017년 처음으로 경선 방식을 도입키로 했고, 그 첫 주인공으로 당시 부회장을 맡고 있던 장성구 前 회장이 선출됐다.


이듬해인 2018년 3월 공식 취임과 함께 남다른 의미의 첫 발을 내디딘 그는 대한의학회에 모든 열정을 쏟아냈다.


임기 동안 이룬 업적 중 가장 높게 평가받는 성과는 단연 군의관 복무기간 단축이다.


의학회는 국방부를 설득한 끝에 군의관 입영일자를 기존 2월에서 3월로 조정하기로 확정했다. 교육기간도 기존 8주에서 6주로 단축됨에 따라 복무기간이 한 달 정도 줄어들었다.


사실 군의관 입영시기 변경은 그동안 의료계의 숙원이었다.


규정 상 레지던트 4년 차는 2월 말까지 수련을 받아야 하지만 2월 중순 입영이 이뤄지다 보니 미완의 수련 상태에서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수련 직후 입대하는 레지던트 4년 차들의 경우 수련 도중에 군사훈련을 받으러 군대에 가야 한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입영시점이 매년 1월 치러지는 전문의 시험 일정과 맞물려 있던 탓에 당사자인 전공의는 물론 수련병원들도 애로점이 상당했다.


전문의 시험을 치러야 하는 레지던트 4년 차의 근무오프가 공공연하게 진행됐고, 그에 따른 인력 공백이 되풀이 됐다.


남은 인력이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 만큼 업무 피로도가 누적될 수 밖에 없어 전문의 시험 직후 이뤄진 군의관 입영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문의 시험을 주관하는 대한의학회는 일선 전공의 및 수련병원들의 고충을 감안해 국방부와 군의관 입영 시점 변경을 논의해 왔고, 합의에 성공했다.


장성구 前 회장은 “군의관 입영시기 조정과 복무기간 단축은 의료계 염원이었던 만큼 의미있는 성과”라며 “전문의 자격시험도 정상적으로 수련 종료 후 치러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넓어진 시야, 대한의학회 달라진 위상

초‧중‧고등학교 교과서 건강정보 오류 개선 사업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행보였다.


교과서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되는 교재인 만큼 과학 지식 습득과 올바른 개념을 갖기 위해서는 교과서 내용의 신뢰성이 매우 중요하다.


2013년 대한의학회 주관으로 고등학교 교과서 오류 분석이 이뤄져 상당 부분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크고 작은 오류가 발견됐다.


이에 장성구 前 회장은 임원진과 뜻을 모아 교과서 건강정보 오류 개선에 나섰고, 각 교과서에 게재된 오류를 조사해 교육 당국에 수정을 건의했다.


뿐만 아니라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운동 단체들과 연합해 ‘국치일 기억하기 운동’을 전개했다.


아프고 쓰린 과거인 ‘경술국치(庚戌國恥)’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취지의 범사회적 캠페인이었다.


그는 “의사가 의학적 지식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한 시대의 선구자적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에도 등한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치일을 기억하자는 운동 역시 아주 작은 일이지만 지식인으로서 의료계가 앞장서서 주창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장성구 前 회장은 왕성한 외부활동과 유관기관들과의 호흡으로 의학회 위상도 한층 강화시켰다.


‘지구환경 변화와 질병’이라는 거대 담론을 통해 기후문제에 대한 특별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면서 국가기구환경회의 및 질병관리청과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고 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로부터 5억8000만원의 코로나19 극복 기금을 지원받아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병원협회 등에 물품을 지원했다.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영문 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의 주간 발행은 국내 학술지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월간에서 주간으로 전환을 시도한 JKMS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매년 동안 총 50개호 이상을 발행하며 완전히 자리잡았다. 연간 300편 이상의 원고가 실릴 정도로 투고 열기도 뜨겁다.


장성구 前 회장은 “집행부와 회원학회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결과물”이라며 “순탄치만은 않았던 지난 3년이 보람으로 기억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학회는 모든 의학자들의 학문적 도반”이라며 “앞으로도 의학회 발전을 위해 진심어린 응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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