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여권시대 도래···한국인 '홀대' 우려
박대진 데일리메디 부장
2021.01.05 11:18 댓글쓰기
[수첩] 신년 1월 8일부터 모든 외국인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국내 입국이 허용된다.
 
지난 2020년 1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정부가 모든 외국인에 대해 조건부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세계에서 급속히 확산하는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음성 확인서 제출 의무화는 한참 늦은 행보다. 이미 세계 각국이 외국인에 대한 조건부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 중이다.
 
코로나19 초기 전문가들의 강력한 입국 제한 권고를 간과했던 과오를 여전히 답습하는 모양새다. 이미 영국과 남아공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의 상륙이 이뤄진 후에야 내려진 조치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음성 확인서가 여권화된 지 오래지만 우리나라는 뒤늦게야 그 흐름에 편승했다.
 
문제는 흐름의 변화다. 이제 하늘 길에 통용되는 여권이 음성 확인서에서 백신 접종 증명서로 빠르게 대체되는 모습이다.
 
실제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 되면서 백신 여권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백신을 맞은 뒤 다른 나라에 입국하거나 공연장·경기장 등에 입장할 때 접종 사실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디지털 증명서다.
 
세계경제포럼이 각국 항공사와 미국 의료법인들과 손잡고 이런 용도의 스마트폰 앱 개발에 나섰다. 공통의 통행증을 뜻한다는 점에서 코먼 패스(Common Pass)’로 명명됐다.
 
여행업 비율이 높은 유럽 정부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루프트한자, 유나이티드항공, 캐세이퍼시픽 등 주요 항공사들은 코로나 검사 결과와 백신 접종 정보를 담는 백신 여권을 개발했다.
 
QR코드 형태로 스마트폰 앱에 저장해 해외 통행증으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IT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위·변조가 어려운 백신 여권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새해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서인 그린 여권발급을 예고했다.
 
전 세계에서 백신을 접종한 인구는 1200만명으로 추산된다. 미국에서 접종자가 400만명을 넘었고, 영국은 100만명 가까이 백신을 맞았다. EU에서도 최근 대규모 접종이 시작됐다.
 
백신 접종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서구와 아랍 부유국 등은 빠르게 집단면역수준에 다가가 해당 국민이 백신 여권을 발급받아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백신 확보량이 부족하거나 도입 시기가 늦은 나라 국민은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이르면 내년 2~3월 접종이 시작되는 한국에도 백신 여권이 장벽이 될 수 있다.
 
백신 여권이 등장하면 백신 접종이 뒤처진 나라 국민들이 차별받을 수 있다는 점이 벌써 논란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홀대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재 한국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나라 수(189) 면에서 세계 3위 여권 선진국이다. 하지만 백신 여권 세상이 되면 상황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
 
K-방역에 도취해 백신 수급에 안일했던 정부의 오판이 백신 여권시대에 국민들을 가슴 치게 만드는 상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그나마 최근 정부가 국내 인구의 100%를 초과하는 56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한 것은 다행이지만 전국민 접종이 이뤄지는 시점은 올해 말이나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그 때까지 예전의 하늘길이 열릴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백신 여권시대에 움츠러 들 수 밖에 없는 작금의 상황은 여권 강국국민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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