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난(國難)과 토적성산(土積成山)
박대진 데일리메디 부장
2020.12.31 17:16 댓글쓰기
[칼럼] 코로나19가 앗아간 일상은 ‘우환질고(憂患疾苦)’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근심과 걱정, 질병과 고생을 아우르는 이 단어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1186명에게 2020년이 어떤 한 해였는지 사자성어로 물으니 가장 많은 사람들이 ‘우환질고’를 택했다.
 
2위는 힘들고 어렵고 고생스럽다는 의미의 ‘간난신고(艱難辛苦)’, 4위는 바람에 병들고 더위에 상함을 일컫는 ‘병풍상서(病風傷暑)’가 차지했다.
 
그만큼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사태의 고생스러운 세파에 시달렸던 한 해였음을 방증한다. 바이러스 위력은 부정부패, 사건사고 등과 감히 견줄 수 없을 만큼 어마무시했다.
 
무엇보다 경제가 휘청였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의 절규는 커졌고, 기업들의 한숨도 깊어만 갔다.
 
사상초유 감염병 사태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중소기업인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노심초사(勞心焦思)를 꼽았다. 곤두박질 치는 경영지표에 애를 태운 그 심정이 오죽했겠는가.
 
그럼에도 중소기업인들은 오는 2021년 새해 사자성어로 ‘흙이 쌓여 산을 이룬다’는 뜻의 토적성산(土積成山)을 선정했다.
 
내년에는 여러 사람의 힘이 모아져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내실경영으로 경영위기를 벗어나 성과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제발이지 그 바람, 아니 그 염원이 이뤄지길 간절히 희망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직시하면 마냥 동조만 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정점을 찍고 있다. 연일 최다 확진자수 기록을 경신하며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양상이다.
 
심리적 저지선인 1000명대 벽이 무너진지 오래고,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이 없어 집에서 사망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그야말로 ‘병상대란’이 시작됐다.
 
물론 학수고대하던 ‘백신’이 등장하면서 희망을 움틔우고는 있지만 ‘진정세’라는 단어가 사용되기까지는 아직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내 확진자 수가 적어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내년 1분기에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접종은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가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데 신중을 기했다고는 하나 이른바 ‘K방역’에 지나치게 의존해 중장기 대책 마련에 소홀했음을 에둘러 시인한 셈이다. 그러는 사이 국민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우울’이라는 단어로 국립국어원에 등재됐다.
 
특히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요즘 직장인들은 코로나에 걸리는 그 자체보다 ‘확진자 1호’가 되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발표한 ‘코로나19 인식 조사’에 따르면 확진자들은 ‘완치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5점 만점에 2.75점, ‘주변 비난과 피해가 두렵다’에 3.87점을 매겼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두려움보다 확진으로 낙인 찍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1년의 경험을 통해 코로나는 누구나, 언제든 걸릴 수 있음은 이미 모든 이들에게 인지된 상태다. 걸린 사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고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직장이나 가정 내 ‘확진자 1호’ 타이틀 만큼은 피하고 싶은 마음은 절박한 희망사항이 되고 있다. 새해가 되더라도 이러한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달라진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비대면이 일상이 된지 이미 오래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생소함이 이제 일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 비자발적 일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가치는 동행이다. 함께하는 생활에 폐(弊)가 되고 싶어하지 않은 정서는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동행의 가치가 살아 있기에 우리는 희망적이다. 감염의 두려움을 무릎쓰고 코로나19 진료현장으로 뛰어든 의료진, 기꺼이 병원 전체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내어준 병원장. 마스크 착용률 세계 1위. 모든 가족이 확진을 받아 홀로 격리에 들어간 초등학생을 살핀 이웃과 공무원 등 코로나 사태 속 발휘된 ‘동행의 가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때문에 중소기업인들이 내년 사자성어로 선택한 ‘토적성산(土積成山)’이 가슴에 더 와 닿는다.
 
흙이 쌓여 산을 이루듯 남을 위한 배려의 힘이 모아져 이 전대미문 국난(國難)을 극복하고 코로나19에 빼앗긴 일상을 반드시 되찾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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