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유행 우려, '코로나19 중환자전담병원' 지정 필요'
전문가들 '중환자 증가하면 국내 의료체계 마비 시간 문제' 경고
2020.11.30 04:4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인한 국내 의료체계 마비를 막기 위해 공공병원을 활용한 ‘코로나19 중환자전담병원’을 지정해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민간병원을 활용한 중환자실 병상 확보는 인력 마련 등에 한계가 있어, 전국 차원에서 공공의료 시스템을 활용한 병상 마련이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홍성진 전(前) 대한중환자의학회장(가톨릭의대 교수)은 28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과 함께 주최한 ‘COVID-19 재유행에 따른 전문가 긴급좌담회’에 패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홍 회장은 “지난 1월 코로나19 발생 이후 방역당국과 학회, 의사단체 모두 한목소리로 중환자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는데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중환자 관련 정책은 갈피를 못 잡는 게 아닌가 싶다”며 “정부는 여러 차례 중환자 진료 정책을 발표했지만 막상 실행으로 옮기는 데 어려움이 있어 대부분 실제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집단발병을 맞으며 중환자 치료 정책은 중환자 병상 수를 늘리는 것보다 있는 병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중환자실재원적정성평가위원회를 구성해 경증 환자의 중환자실 입원을 최소화하는 등 병상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운영 방법을 바꾸는 전략으로 지난 8월부터 2차 대유행을 근근이 버텨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당장 다음 주면 일일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갈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지금 상황은 8월과 비교할 수 없어 중환자실 병상수의 절대량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공공병원을 활용해 감염병 전담병원과 같은 중환자 거점병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일반환자를 진료하는 민간병원이 코로나 환자 중환자실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선 감염 위험이나 인력 등 부담해야 할 짐이 많다”며 “민간병원을 활용한 방법은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이런 정책보다는 감염병전담병원에 중환자 병상을 늘리거나 필요하면 중환자 거점병원을 지정하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환자가 늘어나면 인력 부족도 큰 문제인데 지원자 모집이나 상급종합병원 근무자, 기존 중환자전담인력 활용 등을 통해 외부에서 인력을 차출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중환자 의료인력을 교육해야 하는데, 중환자전담병원을 운영한다면 자원자로 와있던 인력들이 같이 환자를 진료하며 교육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간병원 곳곳에 환자를 흩어놓고 전문 인력이 진료하는 것보다 환자와 전문인력이 한 곳에서 같이 진료를 보게 되면 효율성 또한 올라갈 것”이라며 “코로나19가 당분간 진행될 것이라 예상하면 코로나중환자전담병원을 만드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비용대비 효율적인 대책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중환자 증가로 다른 응급환자 의료 공백 초래는 시간이 문제”
 
코로나19 중환자 증가로 인해 만성질환과 같은 다른 이유로 중환자 치료에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이재갑 한림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3월 대구․경북에서 이미 경험해봤지만 주요 대학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대응에 집중하느라 심근경색이나 교통사고 등 다른 응급환자는 주변 지역 의료기관으로 이송됐다”며 “타지역은 환자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우려해 검사를 우선적으로 요구하며 결과적으로 환자 치료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중환자 병상이 부족하지 않지만 앞으로 하루에 1000명씩 환자가 발생한다면 2%만 중환자로 발전해도 20명 수준으로 다음 주 말이면 병상이 가득 차는 수준”이라며 “추가적인 중환자실 확보가 아니라 일반환자를 빼는 방법으로 병상을 늘리게 되면 관련된 문제가 당연히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중환자 진료 체계 정비나 중요성은 지난 3월부터 전문가들이 계속 얘기했던 부분이고 올가을 큰 유행이 올 것이라는 얘기 있었는데 정부가 이 부분을 너무 백안시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벌써 추경이 3, 4번째 진행됐는데 의료체계 개선에 조금만 신경 썼으면 지금 많은 부분 해결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성진 회장 또한 “지금 상황만 본다면 최근 환자 급증으로 각 병원마다 코로나 병상을 지정받으며 일반 중환자 병상을 줄였지만 다행히 아직까지는 일반중환자 진료에 차질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가득 찼는데 환자가 계속 발생하면 일반 진료 체계가 마비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의료체계에 대혼란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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