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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적극적인 의대-한의대 '학제 통합' 소용돌이
최혁용 회장 강력한 의지 보였지만 '직역갈등 심화' 등 암초 산적
[ 2020년 10월 28일 05시 09분 ]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대두되자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의대-한의대 교육통합’ 논의가 덩달아 등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지난 8월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곧 의료계는 물론 한의계 일각에서도 반대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의대-한의대 통합을 둔 논란이 거세지자 전부는 곧 ‘정식으로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고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통합 반대파는 ‘아니 뗀 불에 연기 나지 않는다’며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한의협은 정책 추진 여부를 두고 내홍이 진행 중이다. 의료계와 한의계의 뜨거운 갑자였던 통합의대 논의 양상을 되짚어봤다.


“여당, 의대-한의대 정원 통합해 지역의사 양성하는 방안 검토 중”

지난 7월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의대와 한의과대학을 모두 설립한 대학의 한의과 정원을 의과 정원으로 이관해 지역의사로 양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같은 보도내용이 알려지자 여당은 곧 ‘한의과 정원을 의과정원으로 이전해 양성한다는 최근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도가 퍼진 당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정책조정회의에서 “"지금까지 이러한 방안은 논의된 적이 없다"면서 "공공의대 및 지역의사제와 관련 세부 사항은 이전 당정협의에서 발표한 내용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여당은 사실무근이라 설명했지만 한의협은 곧바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최혁용 회장은 취임 당시 ‘의료일원화’를 주된 회무로 공언하기도 했다.


여당의 발표가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아 최 회장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의대-한의대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했다.
 
최 회장이 제안한 의학과 한의학의 교육일원화 내용은 이렇다.
 

한의대를 폐지하지 않고 복수전공제를 도입, 한의대생이 의사면허도 취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기존 한의사 면허 보유자에게는 필요한 교육을 이수하면 의사국시 응시 자격을 보장한다는 방안이다.


최 회장은 “한의대에서 의학을 가르치면 한의대생은 한의사국시와 의사국시에 모두 응시할 수 있고, 기존 한의사도 필요한 교육을 이수하면 의사면허를 취득할 기회를 주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반대로 의사 또한 한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특히 의원급에서도 한의사와 의사 간 상호 고용이 보다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최 회장은 또 “기존 한의사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의료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만성병 위주 질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앞으로 일차의료 전문가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한의사는 질병관리 전문가로 보편적 의미에서 의사가 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이 의료일원화”라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물론 한의계 내부서도 거센 반발

최 회장의 이 같은 적극적인 발언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곧바로 비판에 나섰다.


성명을 발표한 의협은 최 회장의 교차교육 및 의사·한의사 교차면허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의 의료인 면허제도와 관련 법령을 철저히 무시하는 불법적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가 되기를 원한다면, 열심히 공부해서 수능을 통해 의대에 입학 후 의사면허를 취득하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의협은 "한의사협회는 의대와 한의대의 수업이 단지 과목명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의대와 한의대 교육과정의 75%가 동일하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실상 의대와 한의대의 교육 수준에 대한 차이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비교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대의학과 한의학은 근본적인 학문적 원리와 질병에 대한 접근 방법, 진단·치료에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어, 단순히 교차 교육을 통해 상대 학문을 융합시키거나, 접목시킬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같은 이유로 한의대생에게 의사 국가고시 시험 자격을 부여하거나, 기존 한의사에게 의사면허를 부여하자는 주장도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전통의학에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행위들이 혹시라도 있다면 현대의학으로 흡수해, 의료를 통합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의료일원화의 진정한 의미"라며 "이 과정에서 기존 면허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대방의 면허 범위를 침해하는 어떠한 거래도 용납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의계 내부에서도 반대여론은 곧 일었다.


원로 한의사 단체인 ‘국민건강과 한의학 수호 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최혁용 회장 집행부 방침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 원로 한의사들은 “허준 선생 이후 지금까지 우리 조상과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온 한의학이 적폐대상이냐”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한의대 폐지를 주장하는 논리는 마치 국악을 하는 사람들의 대중적 요소가 늘지 않는다고 국악을 없애고, 한복을 입는 사람들의 대중적 요소가 늘지 않는다고 한복을 없애고 양복과 양장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사회적 합의 없이 절대 불가능한 의대-한의대 통합, 갈 길 멀다”


의대-한의대 통합 논란은 곧 국회 토론회로 무대가 옮겨졌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지난 8월 ‘한의사·한의대를 활용한 의사인력 확충방안 국회간담회’에선 보건복지부와 국회가 분명한 입장을 표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았다. 의료계와의 합의는 물론 한의계 내부적으로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醫)·한(韓)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이창준 한의약정책관은 “복지부는 기본적으로 국민건강, 직역 간 상호호혜, 사회적 수용성의 원칙에 입각해 정책을 추진한다”며 “넓은 의미에서 의료통합을 이루려면 이러한 원칙들이 해결돼야 하는데 아직 한의협은 더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또 한의계가 현시점에 의료통합을 추진하는 측면에 주목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과거 의료일원화에 반대한 이력이 있지만 근래 한의사 입지가 점차 좁아지면서 통합 논의를 다시 키우고 있단 취지의 발언이다.


그는 “복지부에서 20년간 일했는데, 2000년대에는 한의사가 속된 말로 잘 나갔다. 그때도 의한 갈등은 있었지만 지금과는 결이 달랐다. 의사도 그렇지만 한의사도 자신의 고유영역을 꼭 껴안고 뺏기지 않으려 하는 양상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 국장은 일례로 지난 2012년 꾸려진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를 언급했다. 당시 복지부는 의사와 한의사에게 가능한 각 의료행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위원회를 구성했다. 의사는 한의학의 침술(IMS)을, 한의사는 천연물과 의료기기사용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했지만 양측 다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합의는 불발됐다.


그는 “지금 한의사는 필요한 여러 의료행위가 법적으로 제한됐다며 과거와는 달리 스스로를 ‘약자’라고 칭한다”며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이러한 흐름을 충분히, 그리고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그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났고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의료인인 한의사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복지부로서도 복잡한 심경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앞으로 의료일원화 논의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선 한의계 내부, 그리고 의료계의 목소리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민형배 의원 또한 “의료일원화는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될 사안”이라고 당부했다.


민 의원은 “사회가 변화한 만큼 의료계에서도 새로운 상상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국민건강은 절대로 성급하게 접근해선 안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통합을 얘기하기엔 아직 이른 단계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규칙을 만들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한의협이 통합논의를 들고 나왔는데 오늘 이 자리에도 젊은 의사가 들고 일어나지 않았나. 면허통합, 기관통합, 의료통합 다 멀었다”며 쓴소리를 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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