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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료진 아끼는 마음이 잉태한 'K-방역 워크스루'
H+양지병원 김상일 원장
[ 2020년 10월 23일 12시 44분 ]

지난 3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며 전국민을 패닉 상태에 빠뜨리고 있었다.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인 병원들의 경우는 더했다. 말 그대로 전장이었다.
 

전쟁터에서 총알과 포탄에 맞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군인들처럼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선별진료소에 투입된 의료진들은 매순간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초기 병원 내부서도 회의적이었지만 국내외 폭발적 반응"
 

병원으로서도 의료진이 확진될 경우 원내 감염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긴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라는 난적 앞에 병원과 의료진은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선별진료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황망했다. 겨우 컨테이너 박스 하나와 텐트 몇 동으로 하루에 8~9명을 검사하는 수준이었다. 열악한 상황에서 의사, 간호사 등 직원들의 두려움이 컸고 적극적인 진료에 어려움이 있었다.”


H+양지병원 김상일 병원장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의 어려웠던 순간들을 이렇게 회고했다.


선별진료소를 활성화 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언제 코로나19의 화마가 병원 내부로 번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환자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앞서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검사가 가능한 드라이브스루가 소개된 상황이었지만 중소병원들 입장에서는 언감생심일 수 밖에 없었다. 김 병원장이 다른 방안을 고민하게 된 이유다.


그는 “이전에 실험실에서 봤던 BSC(Biosafety Cabinet, 생물안전작업대)가 떠올랐다”며 “그런 캐비넷 안에 환자가 들어가고 바깥에서 의사가 검사와 진료를 한다면 훨씬 안전하고 밀도 있는 진료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워크스루를 개발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특허청 설득으로 보다 정확한 기술 공유 위해 특허 등록”


지금은 전세계가 찬사를 보내는 시스템이 됐지만 김상일 병원장이 처음 이 아이디어를 언급했을 때는 병원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얘기했더니 다들 반응이 시원찮았다. 그래도 곧장 병원 내 빈 공간에서 부스 제작에 들어갔다. 2월말 쯤 부스가 어느 정도 완성됐고, 믿지 못하는 직원들 앞에서 내가 직접 시연을 하기도 했다.”


이 무렵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하며 병원을 그만두는 의료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김상일 병원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3월10일 세계 최초로 워크스루 시스템을 도입했다. 도입 후 첫 검사는 김상일 병원장이 직접 진행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밀도있는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환자들은 물론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의료진의 만족도도 높았다.


그뿐 아니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수의 언론들이 워크스루와 H+양지병원을 집중 조명했다.


어깨가 으쓱해질 법 했지만 김상일 병원장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워크스루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부스 소독 시스템을 자동화했고, 부스 내부에 태블릿을 설치해 검사 절차 등에 대한 안내가 이뤄지도록 했다.


이 처럼 우여곡절 끝에 개발한 워크스루 시스템을 김 병원장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흔쾌히 공유했다.


그는 “워크스루가 언론에 소개된 당일 오후부터 병원들에서 ‘부스를 보러 오겠다’, ‘도면을 보여달라’는 등의 요청이 쇄도했다”며 “원래 도면도 없이 만들었던 지라 서둘러 도면도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정보들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각국에서도 문의가 이어져 아낌없이 공유했다. 애초에 다 공유할 생각이었기에 특허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특허청에서 정확한 기술 공개로 전세계 코로나19 대응에 도움을 줘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설득했다”고 특허 등록을 진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병원장은 이렇게 갖춰진 워크스루 시스템이 앞으로 결핵, 인플루엔자를 포함해 새로운 호흡기 감염병 등을 진단하는 목적으로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H+양지병원은 이후에도 또 하나의 ‘최초’라는 타이틀을 추가했다. 지난 8월초 LG유플러스의 AI 비대면 ‘일사천리 출입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병원 출입을 통제하는 직원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던 가운데 LG유플러스가 먼저 병원 측에 AI비대면 출입시스템 도입을 제안해왔다. 직원과 환자들을 위한 것이었기에 김상일 병원장으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일사천리 시스템 도입 이후 출입통제 요원들의 업무 피로도 경감은 물론 내원객 출입 시간도 80% 이상 단축됐다.


“코로나19 위기 중소병원들에 대한 정부 늑장 지원 아쉬워, 규모 확장 등 젊고 혁신하는 병원 지향”


이 처럼 코로나19 난국을 발 빠른 혁신으로 헤쳐 온 김상일 병원장은 정부의 한 발씩 늦는 의료기관 지원책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지방 병원이나 중소병원들이 코로나19로 의료수준 유지 및 제고를 위한 투자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정부의 선제적인 물적‧인적 지원이 시급한데 되레 현장에서는 실사 등으로 행정 부담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재정적 어려움으로 선별진료소, 안심클리닉을 운영하지 못하는 병원들이 이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료진 채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인건비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김상일 병원장은 끝으로 지난 16년간 놀라운 속도로 성장해온 H+양지병원의 역사를 언급했다. 16년 전 의사 5명, 직원 50명 수준이던 병원이 지금은 의사가 100명을 넘었고 전체 직원이 1000명가량 된다고 했다. 구로구에는 200병상 규모의 재활병원도 생겼다.


김상일 병원장은 우리가 이 만큼 해왔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그 말을 꺼낸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앞으로도 끊임없이 혁신해나가겠다는 다짐에 가까웠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빛을 발한 H+양지병원의 ‘혁신’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계속 놀라게 해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짧은 시간 내에 이토록 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직원들 모두가 혁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설사 수익에 도움이 안 된다 하더라도 어떻게 혁신하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지속적으로 고민한다. 앞으로 규모를 더 키우고 제2, 제3 병원도 오픈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항상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혁신 병원, 젊은 병원들을 만들어가겠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ms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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