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단위 감사 불구 '수백억원대 입찰비리' 놓친 공단
'직원 징계 조치와 별도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시급'
2020.09.25 06:2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경찰수사를 받게 된 직원에 대해 직위해제 등 인사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수시로 이뤄지는 내부감사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태를 미리 막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보공단 소속 직원 일부가 외주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직원들은 2017년 3월경 130억원 규모의 전산 사업을 발주할 당시, 수주 업체로부터 여행경비 등 뒷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건보공단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관계자들 수사에 착수했다.
 
공단 측은 ‘깊은 사과’와 함께 ‘엄중 문책’을 약속했다. 공단은 24일 해명자료를 통해 “2017년 3월 전산시스템 개발 관련 업체선정 과정에서 금품수수 혐의로 일부 직원이 경찰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수사가 진행 중인 직원에 대해 직위해제와 대기발령 등 인사 조치를 취했으며, 수사결과 금품수수 사실이 밝혀지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후속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부당 입찰에 연루된 직원들을 해고하는 데 그치는 것은 ‘꼬리 자르기’라는 평가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감사원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감사를 비롯해 1년에도 많게는 수십 차례까지 내부감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찰 과정에서의 금품수수 등 민감한 영역의 문제를 발견해내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공단은 일년 동안 재무감사와 종합감사를 비롯해 특정 사안별 기획감사, 성과감사, 복무감사, 민원감사, 특별감사 등 수많은 감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
 
가장 최근 공개된 지난 7월 복무감사결과를 보면, 모 부서 직원은 공단이 개최한 심포지엄 사전등록 신청 명단을 책상 위에 방치하고 퇴근했다는 이유로 시정 및 경고조치를 받았다.
 
또 다른 부서에서는 병가를 낸 직원에 대한 별도 의견서 첨부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해 시정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인터넷 민원 답변을 기준일 내에 등록하지 않았다거나 통신요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등 다양한 업무 사항에 대해 시정 조치를 내리고 있지만 입찰과 관련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단은 과거에도 입찰 관련 문제로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원주혁신도시로 이전했던 2016년이다.
 
7억여원 규모의 스튜디오 방송장비 구축사업에 참여했던 한 업체가, 공단에서 사업 규격을 만들어준 업체의 편의를 봐줬다는 고소장을 검찰에 접수하면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해당 계약의 경우 민사재판에서는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지어졌지만 올해는 결국 유사한 문제로 관련 직원들이 징계를 받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 셈이다.
 
공단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직원 처벌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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