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업계 '독감백신 중단, 지나친 불안·공포 유발'
'상온노출에도 품질 문제 없는 사(死)백신…성급하고 과한 정부조치'
2020.09.23 11:4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독감백신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시킨 부분은 문제지만 정부의 조치가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조 과정에서 이 같은 위험을 감안, 백신 생산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3일 백신업계에 따르면 독감백신의 상온 노출에 따른 국가예방접중사업이 전면 중단된 것에 대해 1차적으로 업체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해결과정에서 정부가 불안감을 더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판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제조과정에서 유통 시 생길 수 있는 여러 위험요인을 고려해 독감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감 백신 제조사가 유통업체로 백신 물량을 넘기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하게 검수 과정이 길어지면 상온 노출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온 노출  독감백신이 효과를 잃은 '물백신'이 될 수 있어 이런 변수들을 감안해 제품 생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백신 제조사들의 주장이다.

실제 독감백신은 장기보존이 아닌 단기간의 가속조건이 백신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가속시험과 신청된 저장조건 외 다른 조건에 제품이 노출될 경우 양상을 파악하는 가혹시험을 모두 거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세계 백신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혹 및 가속시험에 따르면 사노피와 gsk의 독감백신은 25도에서 약 2주간 품질에 문제가 없다.
 


국내사가 제조한 독감백신에 대한 결과는 없지만 같은 독감백신이라는 점에서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A 백신 제조사 관계자는 "상온에 오래 있으면 문제가 생기지만, 현재 논점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물량을 제조사에서 트럭으로 실을 때, 냉장차에서 냉장차로 전달할 때, 냉장차에서 나눠 의료기관으로 이동할 때 상온 노출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노출된 시간이 길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상온 노출이 되더라도 시간이 짧다면 아이스 박스 대신 종이박스를 사용, 운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독감백신이 수두 홍역 등에 사용되는 생백신이 아니라는 점도 주장의 근거로 제시됐다.

독감백신은 사(死)백신으로 생백신보다 열에 의한 민감도가 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상온 노출 시간이 짧다면 사백신인 인플루엔자 백신이 손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인플루엔자 백신은 바이러스를 죽여 불활성화시켜 만든 사백신이어서 홍역이나 수두 백신처럼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넣는 생(生)백신 보다 온도에 덜 민감하다고 알려져 있다"며 "어느 수준까지 문제가 없을지에 대해선 엄밀하게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독감백신 유통 자체가 모두 문제인 것처럼 발표해 유통과정에 대한 불신과 국민 불안감만 부추겼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B 백신 제조사 관계자는 "정부가 현황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독감백신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발표하고, 독감백신 접종을 하게 될 국민들에게 과도한 불안감과 공포를 조성한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며 "유통사가 잘못한 건 맞지만, 의약품 산업의 특성을 고려, 더 신중하게 움직여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신성약품은 "국민께 송구하며, 질본에 가서 사실관계를 잘 설명하고 2차 물량 배송시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보건당국이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다고 하니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10월에 진행될 노인 대상 무료 접종 물량을 제약사로부터 받게 되면 이번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잘 배송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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