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국시 거부 속 '실기시험' 적합성 논란
이윤성 국시원장 'CPX는 객관적·구조적 평가 가능토록 설계된 시험”
2020.09.23 04:4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강애리 기자] 전국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 의사국가시험 응시를 거부함에 따라 2021년도 국시 실기시험 신청률은 14%에 불과했다. 그런데 소위 선발대(시험을 먼저 치르는 학생)가 뒷순서(늦게 시험 보는) 응시생들에게 시험 문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의대생들이 국시 거부를 강경하게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선발대 시험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이들이 실기시험 정보를 공유해 줄 수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실기시험 시스템이 지나치게 암기 형태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다시 한번 수면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메디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이윤성 원장과 대한의사협회(의협)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에게 국시 실기시험 시스템에 대해 질의했다. [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의사면허를 획득하려면 실기시험과 필기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매년 9월부터 두 달에 걸쳐 치러지는 실기시험은 OSCE(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와 CPX(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로 구성된다.
 
객관구조화 진료 시험 OSCE는 다양한 장비 및 모형을 이용해 정해진 조치 또는 진단 기술을 시행한다. 상처 꿰매기, 주사 놓기, 붕대 감기 등 총 32개 주제에 대해 5분 동안 시험이 진행된다.
 
환자 대면 시험 CPX는 모의 환자를 상대로 모의 진료를 수행하는데, 총 54개 항목을 숙지해야 한다.
 
이 가운데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시험이 바로 CPX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 위주로 구성된 선발대가 시험에 출제된 항목을 공유함으로써 다음 차례 응시자들은 일종의 소거법을 통해 시험을 비교적 쉽게 치를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정부가 의사국시 재신청 기간을 늘렸는데도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가 이어진 것은 선발대의 일정이 맨 뒷순서로 밀려서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국시 실기시험 중 CPX 54개 항목
 
이에 따라 ‘우리나라 국시 실기시험이 지나치게 암기 위주로 구성돼 예비의사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국시원 이윤성 원장은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정답·오답이 있는 게 아니라 응시자의 실기능력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가자(교수)에 따라 성적이 천차만별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객관적·구조적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험이 CPX”라고 설명했다.
 
또한 ‘CPX 항목이 54개에 불과해 의대생들이 한정된 범위만 학습을 하게 된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물론 실제 진료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대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하지만 54개 항목이라도 주어지지 않는다면 담당 교수에 따라 실습 학습 범위와 질이 크게 차이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CPX와 OSCE 모두 세계 각국의 학자들이 수십년에 걸쳐 설계·보완한 시험”이라며 “의사국시 실습 시험은 이대로 가되, 미국처럼 의대 과정에 환자를 직접 대할 수 있는 임상 실습 과정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국시 실기시험 시스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안덕선 소장은 “현재 국시 실기시험은 응시자의 실기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게 아니라 시험을 위한 실기에 그치고 있다”라며 “오로지 짜여진 각본에서 합격하는 것에 급급하고 실제 진료와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덕선 소장은 “인턴을 2년으로 바꾸고 1년 뒤에 의사시험을 보면 실제적인 임상실습 교육이 가능하다”라며 “현재는 시험을 잘 보는 의사를 키워내고, 이들이 역량 있는 의사처럼 보일 수 있는데 실제 진료 역량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7일 게시돼 ‘의사 국시 실기시험 선발대 논란’을 불러일으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의 9월 22일 오후 7시 기준 사전 동의 수는 5만6000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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