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전 속 독감 백신 정치화···제약사들 난감
업계 '원장님들 백신 공급 등 요청 많지만 추가 물량 공급 쉽지 않아'
2020.09.22 05:3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독감 백신 공급 수요가 늘면서 제약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원가는 독감 백신 추가 물량을 요청하고, 정치권에선 전국민 독감 백신 접종 카드를 꺼내들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독감 백신 공급량은 지난해에 비해 증가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독감 백신을 접종하려는 수요가 예년에 비해 늘자 개원가들도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실제 질병관리청은 올해 국내 독감 백신 출하량이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투약할 수 있는 약 2950만 도즈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2467만 도즈보다 20%가량 늘어난 수치다. 

독감 백신 공급이 많아졌지만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자가 확대되면서 개원가에 풀릴 물량이 줄어들었다. 이에 개원가에선 독감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해 영업사원들에게 민원을 넣고 있다.

백신 보유 제약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독감을 예방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난해에 비해 개원가에서 독감 백신 물량을 더 확보해달라는 요청이 증가했다"며 "그러나 우리도 추가 공급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아 어렵다는 입장만 반복해서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제약사들은 개원가의 독감 백신 공급 민원을 신규 거래처 발굴 및 처방 확대를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독감 백신을 평소 자사 제품을 많이 처방했던 병·의원에 우선 공급하도록 인센티브 제도를 적용한다는 것. 일정액 이상 처방한 병원에 독감 백신을 공급하면 실적을 더 많이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영업사원들은 독감 백신을 주문 받을 때 자사의 다른 품목들도 끼워팔아 거래를 늘리라는 지시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 관계자는 "의약품 공급 물량이 부족하거나 주문량이 많을 때 종종 회사에서 활용하는 영업 방식"이라며 "영업사원들 입장에선 불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고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를 다질 때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개원가 의사들은 독감 백신 물량이 충분치 않으며, 영업사원들에게 요청을 해도 조치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는 "예방 접종을 문의하는 전화가 자주 와서 독감 백신을 추가적으로 확보하고 싶은데, 구할 방법이 없다"며 "영업사원에게 말해봤지만, 올해는 좀 어렵다는 대답만 반복했다"고 토로했다.

한편, 독감 백신 접종에 정치권도 끼어들어 제약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전 국민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제약사들은 이미 독감 백신 생산이 끝나 추가 물량 공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독감 백신은 계획 생산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연초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올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 바이러스 유형을 발표하면 3월쯤 생산에 착수해 8월에 생산을 마친다. 이후 식약처 승인을 거쳐 시중에 유통된다.
 

만약 전 국민에게 독감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려면 추가 생산을 하거나 수입을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유정란을 이용한 백신 생산은 제조에서 품질 검증까지 약 6개월이 걸리고, 세포배양 방식도 3~4개월은 필요하다.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전국민 독감 백신 접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정치권에서 독감 백신을 정치 이슈로 계속 거론하고 있어 관련 뉴스를 모니터링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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