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故 임세원교수 의사자 인정' 복지부 '항소여부 미정'
'적극적·직접적 구조 인정' 판결 관련 수용여부 관건
2020.09.14 05:0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의사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왔면서 의료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앞서 의사자 인정을 거부했던 보건복지부는 법원 판단을 참고하며 재심 혹은 항소 여부를 논의 중이다.


11일 복지부 관계자는 “처분을 취소하라는 구체적인 근거를 확인해 이후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며 “법원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인정을 할지, 위원회에 재심할지, 아니면 재판 결과에 대해 항소할지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관계와 판결 내용을 잘 살펴본 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사자 불인정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다. 하지만 무조건 법원 판단을 따르는 결과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임 교수의 경우 당시 그의 행동을 ‘적극적·직접적 구조’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새로운 판단을 복지부가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앞서 복지부는 당시 몸을 피하다가 돌아서서 간호사의 대피를 확인한 그의 행동이 ‘적극적·직접적 구조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임 교수가 충분히 대피할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범인의 주의를 끌었고, 다른 의료진이 무사히 몸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위급한 상황을 알렸기 때문에 타인의 생명·신체·재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설령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통상적 구조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봤다.


구조행위 개시 직후 범행을 당해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로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앞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복지부 의사상자심의위원회가 임 교수를 의사자로 승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자신을 희생하고 동료를 살린 임세원 교수는 반드시 의사자로 지정돼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학회가 유가족을 통해 받은 법원 자료에 따르면, 임 교수가 위협을 느끼고 옆방으로 이동하자 외래간호사가 진료실 문을 열었고 그는 '도망가'라고 소리치며 외래간호사의 반대 방향으로 뛰어나갔다.

바로 뒤따라 나온 피의자는 외래간호사에게 칼을 휘둘렀고 불과 50cm 차이로 칼을 피했다.
 

이때 임 교수는 간호사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며 발길을 멈추었고 간호사스테이션을 향해 "빨리 피해! 112에 신고해"라고 소리친다. 이 외침에 피의자는 임 교수 쪽으로 방향을 돌려 추격하기 시작하고 결국 참혹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학회는 “임 교수 행동이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이뤄졌기 때문에 의사상자심의위원회는 고민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 찰나의 행동이 생사를 갈랐다. 계속 피했다면 적어도 본인은 안전했을 것이지만 다른 사람이 희생당했을 수 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교수 의사자 인정이 불발되자 의료계는 탄원서를 모으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아직 의사자 인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법원 판결엔 환영을 표했다.

임 교수의 대학친구인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그간 관심가져주신 분들, 탄원서를 내는데 함께해주신 분들, 그리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신 법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고인은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에도 생명을 구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무엇보다 기뻐할 유족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벅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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