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노조 강했던 의사들 변화···'親노조' 전환 촉각
의대교수, 11월 노조 출범 유력···봉직의·전공의 등 설립 초기과정 난항
2020.08.10 11:4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정부가 의대정원 확충과 첩약 급여화, 원격의료 도입 등을 추진하자 의료계가 총파업을 강행하며 반발하고 있는 향후 정부 정책에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수단으로 ‘의사노조’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예전과 달리 근래 대학병원 소속 교수를 비롯해 봉직의, 전공의들이 제각기 소속된 기관에서 다양한 형태로 단체를 조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노조활동에 대한 의사들이 망설임이 크고 생각만큼 조직 결성도 활발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등 공식적이고 보편적인 의사노조 출범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대학병원 교수, 교원권리 근거로 오는 11월 노조 설립


전국 규모의 노조 출범이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건 의과대학 소속 교수들이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는 오는 11월 21일 (가칭)‘전국의과대학 교수 노조연합’(이하 전의교노) 설립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의교노는 단위노조 형태로 설립된다. 연합단체 노조 구성원이 각 지부 조합이 되는 것과 달리, 소속기관 개개인이 구성원이 된다.
 

전의교노 설립은 사립학교법과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둔다. 현행법과 판례 등에 따르면 대학병원에 소속된 의사들은 교원직위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고, 임상업무는 오히려 부수적이다. 학교별 노조는 개별 대학교 단위로 설립이 가능하고, 전국대학교 노조는 전국 단위로 조직이 가능하다.
 

다만 전의교노의 경우 교원신분인 교수들만 대상이며 같은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임상강사 등은 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
 

국내 대학병원 중 첫 번째로 의사노조를 설립한 아주대의료원 노조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노조와 교수회가 합심하고 있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 중 3분의 1은 진료교수(비전임 교수)로 교수노조 가입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때문에 교수들이 활동하는 교수회와 교원이 아닌 의사가 참여하는 의사노조가 양립된 형태로 운영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병행체계도 난점은 있다. 교원인 교수와 교원이 아닌 의사들이 원내 제도를 문제삼을 때 법적으로 보장받는 범위가 달라지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의사노조가 연차를 쓰지 못했을 때 받는 ‘연가보상비’ 지급을 보장받았을 때, 의료원은  대학 소속 교원인 교수들에게는 방학을 이유로 보상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교수회는 현재 의료원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봉직의-전공의도 조직 설립 움직임...초기 과정은 난항

봉직의와 전공의들 가운데서도 노조 혹은 이와 유사한 단체 조직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의사노조 가입원 모집에 나섰다. 병의협은 현재 의료연대본부와 함께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병의협에 따르면 노조설립사업은 초기 난항을 면하지 못했다. 의사들에게 노조는 아직 생소하기도 하고, 평소 기존 거대 노동연맹에 대한 거부감이 의료계 내부에 퍼져 있어 당장 큰 반향이 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주신구 병의협 회장은 노조설립 사업에 대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분명히 형성돼 있다”며 “회원들이 노조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는 것이 협의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병의협의 노조설립 사업은 향후 개원가 의사들까지 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 회장은 “궁극적으로 전체의사노조를 만들어야 실제 정부와의 협상 등에서 제대로 교섭권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의 경우 올초 대한전공의협의회 서울대병원 지부에서 설립을 추진한 바 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일면서 지금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진 않고 있다.


공식 출범은 아직이지만,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이 병원과 대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조직한 TF팀은 병원과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까지 도출해 주목받고 있다.


앞서 전공의들은 다른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상여금, 교통비, 식비 등 비용지급을 병원에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은 전공의들과 ‘임금개선 TF’를 구성해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 결과 병원은 ‘의학연구지원금’ 제도를 신설해 레지던트에게 연 200만원, 인턴에게 연 7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교육수련팀과 두 달마다 정례회의를 통해 근로환경에 대한 상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 역시 공식적인 노조 설립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김중협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회장은 "만일 TF가 아닌 노조 형태였다면 병원 집행부 시선이 부정적이었을 것이다. 또 만일 노조를 만든다고 해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