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구로병원, 358억 규모 국책과제 성과로 입증'
서재홍 연구부원장
2020.08.07 04:4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무려 358억원이다. 기간도 장장 85개월로 넉넉하다. 국책과제로는 규모와 연기기간 측면에서 최적의 조건이다. 통상 2~3년 내 성과 도출을 종용하던 연구와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물론 이러한 국책과제의 책임을 맡는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낮에는 진료실, 밤에는 연구실에서 살았다. 데이터 분석에 몰두하다가 연구실 한 켠에 놓인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청하는 날이 다반사였다. 임상가와 연구가 삶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아니 희망을 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텼다. 물론 아직 머나먼 여정이 남아 있지만 그동안 축적한 인프라와 정부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연일 희망의 결실을 확신하고 있다.
 
항암제 연구, 인공지능(AI)과 만나 시너지 효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이 최근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2020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사업총괄 기관으로 선정됐다. 358억원 규모의 연구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2028년까지 총 85개월 간 진행되는 연구중심병원 육성 R&D사업은 산···병의 R&D 협력을 촉진하고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기 위한 사업이다.
 
고대구로병원 서재홍 연구부원장(종양내과/사진)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 지능형 혁신 의료기술 플랫폼 고도화 사업총괄 연구 책임을 맡았다.
 
진단-의료기기 및 신약 개발 플랫폼을 대상으로 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 플랫폼 고도화를 통한 미래융합형 혁신 의료기술 실용화가 목표다.
 
6개 세부과제로 나뉘어 연구가 진행되며, 4개 기관과 10개 기업이 참여한다.
 
서재홍 연구부원장은 환자 맞춤형 고효능-저비용 항암 치료제 개발 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미래융합형 혁신 의료기술 실용화를 현실화 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R&D사업의 핵심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다. 기존의 연구들이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적어도 임상시험 단계에 이르는 치료제 개발이 목표다.
 
결단코 허황된 얘기가 아니다. 이번 연구 책임을 맡은 서재홍 연구부원장은 삼중음성유방암 치료물질 개발에 몰두해 왔고, 이미 일부 물질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한 상태다.
 
이번 연구를 통해 해당 물질의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고 제품화 단계에 진입시키겠다는 각오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재발될 경우 치료제가 없어 환자는 속수무책 상태에 놓이게 된다. 세계 많은 연구진이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성공 사례는 전무한 상황이다.
 
서재홍 연구부원장은 유방암 환자의 15~20%가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임을 감안하면 치료제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세계 최초의 치료제 개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국책과제는 가능성 확인에 그치는 수준이 아닌 실질적인 제품화 진입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사회적 가치 실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수 많은 국책과제를 수행해 온 그가 유독 이번 연구에 큰 기대감을 거는 이유는 인공지능에 있다.
 
이번 연구에는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강재우 교수가 참여한다. 강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표적항암제 물질 개발 국제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한 실력자다.
 
삼중음성유방암의 경우 아직 표적 조차 찾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인공지능을 통해 표적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치료제 개발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다는 게 서재홍 부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현재 개발 중인 물질 외에 인공지능을 통해 표적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물질을 찾아낸다면 신약 항암제 개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의사들 치료제 개발 연구환경 개선 노력
 
수 십년 동안 진료실과 연구실을 넘나들며 연구에 매진해 온 서재홍 부원장은 국내 연구 시스템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상의사들이 진료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환자를 위한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구조가 가장 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다.
 
서재홍 부원장은 임상과 연구를 병행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국내 연구환경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고 토로했다.
 
진료는 진료대로 하면서 짬을 내 연구를 하는 구조 탓에 상당수 임상의사들이 연구를 포기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외국의 경우 임상의사가 치료제 개발 연구를 희망할 경우 1년 중 2~4개월 진료를 하고 나머지 기간은 연구에만 몰두하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물론 병원은 해당 교수가 진료한 부분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불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연구비에서 인건비를 지급받는 구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구비에서 연구자의 인건비 지급이 원천적으로 불가하다. 연구비 오용 방지를 위한 규제가 오히려 연구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서재홍 부원장은 임상의사는 수 많은 진료 경험을 통해 진정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제 개발 포인트를 잡을 수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고 토로했다.
 
이어 결국 연구자의 불신이 야기한 문제라며 의사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작금의 연구환경이 지속될 경우 임상에 기반한 의사들의 연구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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