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7일·의대생 8일·개원가 14일 '연쇄 파업'
의대정원 확대 등 반발 의료계 단체행동, 파급력 극대화여부 이견
2020.08.03 11:42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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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대한민국 의사사회가 심상찮다. 진료실에서 청진기를 들고 환자를 맞아야할 의사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설 태세다.
 
특히 예비의사부터 원로의사에 이르기까지 한 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하면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최대 규모 의사 총파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단체별로 각기 다른 투쟁 날짜를 제시한 것을 두고 파급력 극대화를 위해 연대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여론 환기 차원에서 릴레이 투쟁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맞서는 모습이다.
 
대정부 투쟁 선봉에 서는 전공의
 
우선 가장 먼저 투쟁에 나서는 곳은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다. 대전협은 최근 홈페이지에 게시한 단체행동 안내문을 통해 오는 87일 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8월 초까지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한 즉각적인 정책 수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7일 비상사태 선언과 함께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24시간 동안 파업에 돌입한다.
 
특히 환자 생명과 직결된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 인원을 제외한 상태에서 투쟁에 나선다는 당초 입장을 선회해 전 영역 전공의들이 파업에 참여키로 했다.
 
대전협은 당초 수립했던 투쟁 로드맵에 따라 전열을 정비 중이다. 의대정원 확대를 찬성한 병원계는 물론 국회와 정부를 만나 정책 변경과 철회 등을 촉구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 지난 1일에는 전국 전공의 대표자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대정부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정부 정책 저지를 위한 단체행동을 결정했다. 사실상 투쟁을 위한 사전작업을 모두 마친 셈이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의대생들, 강의실 대신 투쟁장으로!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생들도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추진에 반대하는 단체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투쟁일은 전공의 파업 하루 후인 88일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회장 조승현)29일 대회원 서신을 통해 2만 의대생 단체행동 로드맵을 공개하고, 8일 전국적인 의대생 봉기를 예고했다.
 
전날인 87일 전공의들의 파업이 예정된 가운데 연이틀 젊은 의사들의 대정부 강경투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투쟁일 전까지 조승현 회장을 비롯한 의대협 집행부가 릴레이 시위를 통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8일에는 전국 2만 의대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단체행동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당초 의대협은 광화문에서 집회를 펼칠 계획이었으나 서울시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신고를 받지 않아 무산된 상황이다.
 
이에 의대협은 단체행동의 수위와 시행 일정·방식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대의원회 승인 후 조만간 공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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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단체 의사협회, 이달 14일 총파업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4일을 총파업 투쟁일로 정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대의원회에서도 의결되면서 의사협회는 투쟁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쳤다.
 
전국 대의원 240명을 대상으로 서면결의를 진행한 결과 207(86%)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164(79%)이 투쟁 '찬성'에 표를 던졌다. 반대는 29, 기권은 14명이었다.
 
서면결의 결과를 놓고 보면 대의원들이 총파업 투쟁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셈이다.
 
주목할 점은 대학병원 교수들의 투표 참여율이다. 대한의학회를 대표하는 대의원은 50명으로, 이 중 43명이 서면결의에 답했다. 이들 대부분은 투쟁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의협 주도의 파업 투쟁이 개원의 중심으로 이뤄져 반쪽짜리 투쟁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직역과 무관하게 의협에 힘을 싣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의대교수들도 사안 심각성 인식 동참여부 등 논의
 
실제 의대생과 전공의, 의협에 이어 의대교수들도 파업 및 단체행동 동참 수위를 놓고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회장 권성택)는 이번 주 중으로 전의교협 회장단 회의를 열고 의료계 파업과 관련한 논의를 계획 중이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파업 지지 및 동참을 결정하게 될 경우 파업이 미칠 여파는 가공할 수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교수들이 직접 파업에 동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하더라도 지지 선언만으로도 전공의들 파업 참여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파업을 할 경우 교수들의 부정적 시선을 우려해 파업 참여에 부담감을 느끼는 전공의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전의교협 입장이 개별 교수들 의견과는 다를 수 있지만 전의교협의 파업 지지 선언이 있을 경우 전공의들로서는 조금이나마 심적 부담을 덜고 파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교수들이 나서게 되면 사실상 병협을 제외한 의료계 전체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형국이 되는 만큼 정부로서도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연대투쟁 vs 각개전투
 
다만 각 단체들의 투쟁 일정을 놓고 의료계 내부에서는 연대투쟁각개전투지지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연대투쟁 지지 측은 대정부 투쟁이 힘을 받기 위해 모든 직역과 직능이 한날 한시에 투쟁을 벌이고, 종주단체인 의협이 예고한 14일에 대동단결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대집 의협회장 역시 최근 전국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및 학생, 전공의들에 각각 다른 내용의 서신을 발송하며 투쟁 동참을 당부했다.
 
그는 정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투쟁을 적극 지지해 줄 것을 간절히 청한다악법을 막아내는 저항의 대열에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각개전투효용론을 주장하는 측은 사안이 워낙 중대한 만큼 1회성 투쟁에 그치기 보다 각 직역과 직능이 지속적으로 투쟁을 전개하는 게 여론 환기에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한 의료계 인사는 작금의 정부가 투쟁 한 번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꾸준하고도 끈질긴 투쟁을 통해 압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의료계 종주단체인 의사협회 투쟁일에는 각 단체가 자율적으로 동참하면 된다지금 상황에서는 투쟁의 효율성 극대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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