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한의대 통합설 솔솔···여당 '사실 무근' 일축
김성주 의원 '관련 방안 논의 없었다' 부인···한의계서는 반발 등 부정여론 폭발
2020.07.31 06:3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한의대 정원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設)이 불거지자 한의계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 여론이 일었다.
 

정부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한의사들은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의료일원화 논의는 국내 한의학의 입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의과 정원을 의과정원으로 이전해 양성한다는 최근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이러한 방안은 논의된 적이 없다"면서 "공공의대 및 지역의사제와 관련 세부 사항은 지난 23일 당정협의에서 발표한 내용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앞서 일부 언론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의대 정원을 의대 정원에 이관해 지역의사를 양성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의대와 한의과대를 모두 설립한 대학의 정원을 통합해 중장기적으로 의료일원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보도를 통해 전해지자 한의계는 즉각 반발했다.


원로 한의사 단체인 ‘국민건강과 한의학 수호 연합회’는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허준 선생 이후 지금까지 우리 조상과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온 한의학이 적폐대상이냐”며 “한의학 말살정책을 폐기하고 ‘독립한의약품’ 재정 등 육성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의대 폐지를 주장하는 논리는 마치 국악을 하는 사람들의 대중적 요소가 늘지 않는다고 국악을 없애고, 한복을 입는 사람들의 대중적 요소가 늘지 않는다고 한복을 없애고 양복과 양장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뿔난 한의사들 “의료체계 흔들리면 한의사부터 건드려”

민주당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한의사들의 놀란 가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통합에 반대한다. 앞서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2020년까지 의료일원화 추진을 주요 회무라 발표했지만 원로 한의사들의 여론은 다르다. 지난 2018년 의정한 협의체까지 구성됐자만 한의계 내부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의료일원화에 반대하는 한의사들은 반복되는 의대-한의대 통합 논의를 완전히 잠재우긴 위해선 한의학의 명확한 입지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임원을 맡았던 원로 한의사 A씨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국내 의료체계의 많은 미비점이 불거졌다. 의료인력 부족문제와 의사와 특히 한의사 간 불명확한 업무범위로 인한 직역갈등이 부각됐다”며 “문제는 의료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한의사 폐지가 항상 거론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선 대표적으로 한의사의 검체채취 자원봉사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검체채취를 할 의사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의사들이 자원봉사에 나섰지만, 정부는 관련법상 업무범위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지난 2015년 의료일원화 논의가 고개를 들었을 때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한의계와 의료계의 갈등이 심화됐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A씨는 “의사와 한의사의 가능한 의료행위를 두고 아직도 많은 논쟁이 일고 있다”며 “한의사 제도가 아직까지 허술한 것으로 한의학의 제대로 된 육성을 위해선 정부차원의 쇄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젊은 한의사들 또한 반복되는 의료일원화 논의가 한의계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말한다.
 

몇 년 전 한의대를 졸업한 후 현재 수도권에서 한의원을 운영 중인 한의사 B씨는 “한의대생들 사이에서도 ‘의료일원화가 살 길이다’는 말이 종종 나오기도 한다”며 “한의사의 불안한 입지에 학생들도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한의학을 육성한다고 하지만 같은 의료인으로서 한의사가 전문성과 역할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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