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정 코로나19 ‘대한민국 방역체계’
질병관리본부 리더십·의료진 헌신 합작···신종감염병 시스템 마련 시급
2020.04.14 20:20 댓글쓰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결국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 상황에 이르게 됐다.

‘대한민국이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전세계의 찬사가 이어지면서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마련된 감염병 법안 및 정책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5년 5월 20일 국내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올 당시부터 같은 해 12월 23일 ‘상황 종료’가 선언될 때까지 186명이 감염되고 그 중 38명이 사망했다.

당시 콘트롤타워 부재를 경험한 정부는 질병관리본부로 하여금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켰다.

대국민 소통을 책임질 위기소통담당관과 긴급상황센터를 신설했고 밑으로 위기대응총괄과를 비롯해 위기분석국제협력과, 자원관리과, 생물테러대응과를 뒀다.

아울러 유사시에는 긴급상황센터가 야전을 지휘하고 기존의 감염병관리센터가 긴급상황센터를 지원하는 체계로 바꿨다.

정부는 사업의 시급성을 감안해 질병관리본부 내 기존 건물에 임시 긴급상황실을 구축해 운영하면서, 동시에 국가 긴급상황실 설치를 위한 작업들을 진행해 왔다. 이어 지난해 긴급상황실 구축 및 업무 개편 작업을 마무리했다.

긴급상황실 내 메인룸에는 70명 규모의 비상근무자가 일하면서 감염병 위기대응 상황 등을 점검하며, 상황관리실에는 24시간 교대로 상황요원이 근무하면서 감염병 신고접수 및 대응업무를 수행한다.

업무 체계화를 위한 직제개편 작업도 마무리됐다. 기존 위기대응총괄과와 생물테러대응과를 각각 위기대응생물테러총괄과와 신종감염병대응과로 변경, 각각을 위기대응 및 생물테러 총괄부서, 신종감염병 및 생물테러감염병 대응 전담부서로 기능할 수 있게 했다.

감염병관리센터 산하에 있던 검역지원과를 긴급상황센터 소관으로 변경해, 메르스 등 해외 신종감염병 유입 위기상황 발생시 위기대응체계와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게 했다.

감염병예방법 근거 환자 이동경로 등 정보 신속공개 의무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확진자의 동선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동네의원부터 식당, 미용실, 마트 등 확진자가 다녀간 상세 위치를 파악해 위험지역을 일반 국민들이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상호명까지 공개하는 것은 해당 업소 등 지역상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지만 이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4조의 2에 따른 조치다.

해당 법률은 가장 먼저 처리된 메르스 관련 법안이다. 감염병 발생 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질병에 대한 정보와 전파 상황을 공유하고 보건복지부는 환자의 이동 경로와 진료기관 등을 신속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실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 건강에 위해(危害)가 되는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주의 이상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접촉자 현황 등의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

이는 2015년 메르스 발생 당시 실패에서 얻은 교훈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확진자 정보와 동선 등이 공개되지 않아 2차 감염자를 무더기로 양산,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바 있다.

특히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환자가 확산되면서 의료계 예방시스템은 물론 허술한 보건당국의 방역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문제는 정부의 초동조치였다. 보건당국은 사태 초기 메르스 환자 발생지와 병원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불확실한 정보 양산이 이어졌다.

발생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메르스 확진자와 관련 없는 병원이나 다중이용시설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방역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확진자의 동선도 알 수 없어 혼란만 가중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지난 4년간 국내 방역체계는 빠르게 발전했다.

코로나19가 현재 진행형이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이 대거 활용되면서 확진자 동선 및 관련 소식을 투명하게 공개한 점이 무분별한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 지지부진 등 예산 삭감 아쉬운 점도 있다. 메르스 사태 이후 필요성이 제기돼 설립이 확정된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은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해당 기관은 150개 이상의 음압격리병상을 갖추고, 감염병 진료·교육을 전담하는 시설이다.

설립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정부는 부지 확보 어려움, 소음환경 기준 미충족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올해 관련 예산은 399억원에서 51억원으로 87%나 깎였다.

5년 전 정부는 메르스가 발병하자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가 방역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 메르스를 겪으며 절감한 전문인력·시설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구축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해당 구축 사업을 결정하고도 3년이 지난 2018년 6월에야 전략환경영향평가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환경부에 평가서를 제출하는 단계까지도 가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회가 2017년 이후 3년간 신종 감염병 현장검역인력 충원 예산을 삭감한 사실도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는 교대제 검역근무, 유증상자 발생대응, 생물테러 상시출동 등 특별전담검역 인력을 포함해 최종적으로 필요한 검역소 인력은 총 739명으로 현재 453명보다 약 286명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최근 자료에서 2017년 예산심의 당시 야당 등의 반대로 신종 감염병 관련 현장검역 인력충원 예산이 삭감됐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해외 교류 증가에 따라 검역을 받는 해외입국자는 2014년 3122만명에서 2019년 4788만명으로 매년 증가했지만, 검역소 인원은 2019년 기준으로 453명에 불과하다.

1인당 무려 10만5000명의 검역을 책임지고 있을 정도로 업무가 과부하인 실정이다.

정춘숙 의원은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와 같은 해외 감염병 유입을 막는 등 국민의 안전을 위해 검역인력 증원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걷어차고 있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근무하고 계시는 검역인력들의 헌신과 노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최대한 막고 있지만, 충원해야 할 적정인력에 비하면 현재 인력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후 진척된 정책 미비···사회적 재논의 시급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일부에선 “메르스 사태 이후 진척된 정책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당시 19대 국회에선 30여개의 법안을 발의, 국내 감염병 관리 시스템 강화에 나섰지만 실제 통과된 법안은 4개에 그쳤다.

현재 전국에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은 198개에 불과하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은 2017년 39개소에서 2012년부터 추진된 영주 적십자병원 1개소가 늘어난 40개소가 전부다.

이 중 300병상 이상인 병원은 단 7개소로 2017년과 비교하여 오히려 1개소 감소했다. 신종플루와 메르스라는 신종감염병을 두 차례나 겪은 것 치고는 위기감이 없어 보인다는 우려다.

코로나19 치료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공공병원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지방의료원이나 적십자병원 의사 인력의 약 30~40%가 공중보건의사로 충원되고 있으며 봉직의도 평균 근무연수가 4년 3개월로 안정적인 진료가 어려운 실정이다.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의료원은 의사 인력의 82.7%가 공중보건의사다. 공중보건의사 감소 추세에 따라 2015년 기준 의사가 한 명도 없는 보건지소가 43곳에 이른다.

전체 보건의료기관 인력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기준 의사 13.4%, 치과의사 5.8%, 한의사 5.7%, 간호사 18.3%다. 양적으로 부족할 뿐 아니라 질적 부족 문제도 지속해서 제기됐다.

간호 인력은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을 막론하고 만성적인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노동강도 강화, 건강상태 악화, 사고 노출 위험으로 이어져 더욱 인력을 부족하게 만든다.

짧은 근속연수는 감염병 대응을 더 어렵게 만든다. 고대안암병원 응급실 사례처럼 메르스를 경험해 본 의료인력은 이번 코로나19 대응에서 큰 활약을 할 수 있었다.

의료계 한 인사는 “관련법안 등 정책적 뒷받침보다는 헌신적으로 업무를 수행 중인 질병관리본부, 최일선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 자원봉사자와 국민적 협력이 있었기에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의 대규모 유행이 가까운 시일 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문병원과 대응 노하우를 지닌 숙련된 인력이 포함된 의료체계가 필요한 만큼 새로운 공공의료 및 일차의료에 대한 국가와 사회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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