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만 금물, 최악 시나리오 염두해야'
고대 온라인 세미나, 전문가들 '한국 언제든 폭발 위험, 장기전 준비' 강조
2020.04.02 06:40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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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자만을 경계하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창궐 수준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가 자아도취에 빠지기에는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고, 언제든 폭발적 감염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다.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이 최근 미래건강연구소개설을 기념해 마련한 코로나19, 그 진실과 해법을 찾는다라는 제하의 온라인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섣부른 자만을 경계했다.
 
이번 세미나는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감염병 펜데믹(Pandemic) 상황의 대처방법과 적절한 삶의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고려대학교 미디어관 스튜디오에서 청중 대신 카메라를 동원해 온라인 녹화중계 형태로 진행됐다.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윤석준 원장이 사회를 맡았고,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천병철 교수,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 경희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백종우 교수,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고광필 교수가 패널로 나섰다.
<좌측부터 천병철, 최원석, 백종우, 고광필 교수 順> 
참석자들은 폭증하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소강상태를 보임에 따라 방역당국이나 국민들이 자칫 긴장감을 늦출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팬데믹 상황 속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 등 여러 나라들에 비해 방역이나 검사, 치료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대처하고 있기는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특히 세계적 감염추세가 확산일로에 있는 만큼 언제든지 대구경북 사태와 같은 폭발적인 전염 상황에 다시금 맞닥뜨릴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지금 상황에 안주하기 보다는 경각심을 늦추지 말고 확진자 폭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병상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서 짧은 시간에 확진자가 폭증할 경우 대구경북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천병철 교수 역시 대구경북과 같이 특정 지역에 확진자 편중현상이 발생할 경우 지원과 분산이 가능하지만 동시다발적 상황은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폭증이 나타날 경우 의료자원 배분 순위 등 다양한 관점에서 대비책을 세워 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고광필 교수는 감염병 환자를 치료하는 음압병상의 절대적 숫자를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현재 국내 보유 현황이 여유롭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음압병상 증설의 최대 장애요인은 비용이라며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확대를 하되 민간병원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음압병상 개설 및 운영 부담을 덜어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희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백종우 교수는 확진자의 심리적 문제에 주목했다. 건강에 대한 두려움, 신상정보 공개에 따른 스트레스, 남에게 피해를 줬다는 죄책감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자살율이라며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오랜 격리생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등이 가중돼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는 만큼 심리방역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조기종식 불가능하고 코로나19와 더불어 살아가기 고민
 
사회적 거리두기, 세부 행동지침 제시돼야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에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기 어려운 만큼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천병철 교수는 코로나19는 결국 장기전이 불가피하다정부는 국민들에게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들이 자율적 사회규제에 적극 협조해 준 덕에 확진자 발생이 균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상황 등을 감안하면 지금의 삶의 계속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원석 교수는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최선의 방법이지만 감내에는 한계가 존재한다정부가 단계적 행동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장기전이 불가피한 만큼 이제부터라도 시스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종우 교수는 이미 많은 국민들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속하되 단계를 설정해 후유증 없이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지나치게 방역과 치료에만 집중돼 있는 부분도 짚어봐야 한다정신건강과 관련한 행정, 복지서비스는 미약하다. 위기가정을 발굴해 도움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광필 교수는 작금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장기적으로는 유지하기 힘든 만큼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야외활동, 유지간격 등 구체적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역, 진단, 치료 시스템이 잘 자리잡고 있는 만큼 국민 공감대를 전제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적 완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를 맡아 세미나를 이끈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윤석준 원장은 지금까지 보여 준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협조는 이 사태가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었다장기전으로 갈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완전한 종식이 힘들다면 코로나19와 더불어 살아가기를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현명한 위기 극복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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