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병원 채찍' 과연 능사일까
박성은기자
2020.04.01 19:4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수첩코로나19 최전방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환자를 돌보는 병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보상이 아닌 처벌이나 제재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영남대병원은 최근 17세 사망환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과정에서 일부 부정확한 결과가 나와 질병관리본부에 재검사 후 정보공유를 요청했다.

질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검사 내용을 바로 공개했으며, 실험실 오염 또는 기술 오류 가능성을 이유로 영남대병원 검사실을 폐쇄하고 그동안 진행한 모든 검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망환자 검사에서만 실험실 오염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져 이틀 만에 검사재개 결정이 내려졌지만 이미 병원은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경기도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와 접촉했던 144명의 사람들을 보고명단에서 누락해 추가 감염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분당제생병원에 형사고발 및 구상권 청구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분당제생병원 측은 접촉자에 대한 보고를 누락한 것을 고의가 아닌 업무적인 실수라고 밝혔지만 경기도는 감염병예방법에 의거 병원에 대해 수사기관 고발을 진행하려 했었다. 하지만 경기도는 의외로 반발이 크자 분당제생병원에 대한 고발조치를 철회하고, 엄중 경고 수준에서 마무리한 상태다.

최근 코로나19 집단발병 소식이 연달아 들려온 요양병원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처벌이 예고됐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집단발병이 발생한 요양병원들도 귀책사유가 분명할 경우 처벌 또는 손해배상, 구상권 청구 등으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홍보관리반장은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소수 요양병원,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취약한 구조였거나 의사가 운영하지 않는 요양병원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취약 요양병원들에서 계속 종사자 증상이 나오고 있음에도 업무배제를 하지 않는 등 귀책사유가 분명히 있어 집단감염을 야기한 경우 처벌, 손해배상, 구상권 청구 등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현장 의료진 철수까지 감행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하자 방역당국이 감염관리료 신설 등 나름의 당근책을 제시하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공분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이 3가지 사건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 및 제재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당국의 태도로 귀결된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는 일선에서 환자를 보는데 힘쓰고 있는 의료기관에 대해 처벌로 압력을 가하는 게 과연 최선의 대응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영남대병원 사태 시 정부는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시점에서 섣불리 검사를 제한했다. 결과적으로 한 건의 검사에서만 오염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영남대병원 검사능력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추락했다.

이는 한시가 급박한 대구시 코로나19 현장에서의 업무 과부하는 물론 국민들에게 필요 이상의 공포감과 불신을 안겼다.

분당제생병원에 대해 형사고발 조치를 취하는 방법 또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에 귀책사유가 있을 시 처벌, 손해배상, 구상권 청구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도 현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에서 말하는 ‘일부 소수 요양병원’의 귀책사유는 코로나19 사태가 도래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문제로 현 상황에서 병원들을 처벌하는 것은 감염병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반응이다.

무엇보다 의료기관에 대한 잇따른 처벌 소식은 현장에서 최대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의료진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감만 조성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역학조사 능력은 전세계에서 인정받을 만큼 우수하다고 자신할 수 있다. 이 처럼 뛰어난 성과 뒤에는 정부의 치밀한 대처능력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몸바쳐 일하는 의료진의 노고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유례없는 감염병이 창궐, 긴박한 상황에서 실수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 대상이 의료기관이라도 예외는 없다. 혹은 더욱 엄격하게 다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종식이다. 이 같은 목표 아래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한 팀이다. 지금은 책임론, 문책론이 아닌 가장 우선시 되는 목표를 기점으로 최선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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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옳소 04.02 09:13
    코로나-19의 확산이 과연 누구의 문제일까?

    외국인의 국내 유입에 조기차단, 선별진료 등 선제적인 예방이 없어 감염확산이 이렇게 터진 상황에서 정부는 좋은 먹잇감을 찾았네...정부의 책임을 떠 넘기기 좋은 명분을 발견하였으니...정부차원에서는 소위 말하는 땡큐지...

    의료기관 특이, 중소병원의 현실을 좀 더 알고 대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 04.02 09:14
    대한민국은 아직 힘있으면 강자....힘없으면 약자가 될수밖에 없는 구조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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