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발 '진단키트 3개 美FDA 승인' 가짜뉴스 논란
용어 혼선 해프닝, '등록·승인·허가 등 과정 복잡 정확한 이해 필요'
2020.03.31 05:1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높은 정확도와 우수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국산 진단키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급기야 인허가 과정에서의 용어 사용 혼동으로 인해 ‘가짜뉴스’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최근 외교부는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업체 3곳의 제품이 ‘미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승인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금번 FDA 사전승인 획득으로 해당 국산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다”며 “이는 지난 3월 24일 한미 정상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요청에 따라 국산 진단키트 지원의사를 표명하면서 FDA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즉시 승인되도록 관심을 가지겠다고 한 데 따른 후속조치 결과”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사전승인’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됐다. 지난 29일 일부 언론은 "외교부가 우리나라 코로나19 진단키트와 관련해 ‘가짜뉴스’를 배포했다"고 보도했다. 긴급사용승인 자체가 말 그대로 정식 절차가 아닌 긴급 상황을 위한 승인인데 이를 또 사전승인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사전승인을 받은 업체가 어디인지 파악하지 못했고, 현재 FDA 승인을 준비 중인 기업들도 통보받은 내용이 없다는 관계자들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했다.
 
외교부는 즉각 반박했다.

외교부는 30일 “FDA 긴급사용승인(Emergency Use Authorization)을 신청한 국내 업체 중 사전 긴급사용승인번호가 부여된 3곳의 진단키트 제품이 사전 FDA 승인(preliminary/interim FDA approval)을 받았고, 이로써 연방정부 조달을 포함해 미국 수출에 문제가 없게 됐다는 통보를 외교경로를 통해 미측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상의 사전승인이며 따라서 FDA 긴급사용승인 허가 리스트에 아직 등재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며 “이를 가짜뉴스라고 보도한 것은 중대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일이 얼마 전에도 있었다. 某 언론에서 ‘FDA가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는 검사에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정부가 해명에 나선 적이 있다.
 
해당 보도는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한국의 진단키트 수입을 논의하던 중 FDA가 ‘한국 키트는 단일 면역글로블린항체를 검사하므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을 낸 것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당시 FDA가 언급한 면역글로블린항체 검사 진단키트는 아직 코로나19 진단 검사에 도입되지도 않은 새로운 제품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쓰고 있는 PCR검사(실시간 유전자증폭 검사)와는 검사방법 자체가 다르다.
 
이 같은 가짜뉴스 해프닝은 그동안 전문적인 영역이었던 진단검사가 대중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명확하지 않은 용어가 남발된 결과로 보인다.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승인이라는 것은 없다’는 의료기기업계 주장도 틀린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승인을 받기 위한 모든 단계마다 복잡한 준비과정을 거친다. 만약 ‘사전승인’ 단계가 있다면 업체들은 이를 위한 별도 서류를 추가로 마련하고 제품을 보완해야 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절차 관련 용어에 민감하다.
 
외교부는 ‘기업이 최종 결과를 받기 전에 승인된 사실을 공개하게 됐다’는 의미로 발언한 것이지만, 이를 승인을 위한 특정한 단계로 받아들인다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등록’과 ‘승인’이라는 단어도 FDA 절차 내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의 결과를 지닌다.
 
‘승인’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다. 화장품이나 소모성재료와 같은 단순 의료제품은 승인이 필요 없이 ‘등록’만 해도 사용이 가능하다. ‘FDA 등록’ 제품이 혹시 ‘FDA 인허가를 획득했다’며 홍보하면 허위 광고를 하게 되는 셈이다.
 
또한 FDA 승인은 미국에 해당 제품이 수출될 수 있다는 것만을 뜻한다. 물론 FDA 승인을 받은 제품은 높은 효과성을 입증한 것이지만, 각 나라가 요구하는 인증 기준은 또 다르다. FDA 승인을 받은 제품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별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신제품의 경우 유럽 CE 인증을 받은 후 제품을 수출하고 FDA에 도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재 우리나라 진단키트가 다른 나라에 활발히 수출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우 의료기기 허가·심사 분야 용어집을 통해 영문과 국문 용어 정의를 규정한다. 일례로 ▲동일제품군 ▲동등제품 ▲동등공고제품 ▲동일제품의 정의가 각기 다르며, ‘무균’과 ‘멸균’이 다르며, ‘작용원리’와 ‘작동원리’가 다르다. 인허가 절차상 요구하는 항목이 다르기 때문에 이 같은 정의 또한 명확해야 한다.
 
이제 막 주목을 받기 시작한 국산 진단키트가 불필요한 리스크를 떠안지 않도록 주의가 요구된다.
 
외교부 측은 “통상 국내 의약품·의료기기의 해외 판매 승인 절차는 정부간 협의 없이 해당국 소관부처가 정하는 규정에 따라 우리 신청기업이 직접 진행하게 되는데 이번 미 FDA 사전 승인은 외교부·식약처 등 관계부처와 해당 업체들간 협조를 바탕으로, 국무부 등 미국 정부기관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미 수출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양국간 협력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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