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선도했던 벨빅, 리덕틸 전철 밟을지 촉각
식약처 '환자 피해 보상 등 사안, 앨러간 인공유방 사례와 다르다'
2020.02.24 14:5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한동안 비만치료제 시장 성장을 이끌었던 '벨빅'이 발암 문제로 생존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 과거 부작용 이슈로 시장에서 퇴출됐던 아콤플리아, 리덕틸의 전철을 밟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에자이는 벨빅(성분명 로카세린)에서 원발암 발생 가능성이 확인돼 판매 중지 및 회수에 들어갔다.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비만치료제 흑역사가 회자되고 있다. 잘 나가던 약물들이 부작용 이슈로 시장에서 대거 퇴출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영국 등 37개 나라에서 상품명 '아콤플리아'로 시판됐던 사노피아벤티스의 '리모나반트'는 2007년 신경학적, 심리학적 문제를 일으켜 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로 FDA에 시판 불허 권고를 받았다.

카나비노이드1 수용체 차단제인 '리모나반트'는 이후 유럽 내에서도 판매가 중단돼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비운의 운명을 맞은 또 하나의 품목으로 애보트의 '리덕틸'이 꼽힌다. 아콤플리아와 달리 리덕틸은 시부트라민 성분의 비만치료제로, 199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사 시 포만감을 줘 식사량을 감소시키고 지방세포의 에너지 소모를 늘려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이중작용 약물이다.

실제 애보트는 100여건 이상의 임상시험과 실제 처방 경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했다. 리덕틸은 2001년 국내 발매됐으며 당시 '가장 안전한 비만약'으로 주목 받았다.

이에 따라 리덕틸의 PMS(신약재심사) 기간이 만료된 2007년 국내 제약사들이 개량신약 출시에 뛰어들었다. 한미약품 '슬리머', 대웅제약 '엔비유', 종근당 '실크라민' 등 그 예다.

여기에 제네릭 품목까지 가세하고 '다이어트 열풍'이 생기면서 시장이 대폭 성장했다. 2008년 1000억원 규모에 달하던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시부트라민 제제가 절반가량의 비중을 차지했다.

리덕틸, 심혈관계 발생 위험 보고되면서 판매 중단

그러나 성장가도를 달리던 시부트라민 제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위기를 맞았다. 심혈관계 발생 위험이 보고됐기 때문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2010년 애보트가 진행한 스카우트(SCOUT)연구 중간결과를 바탕으로 리덕틸의 심혈관계 질병 유발 위험이 비만치료 효과보다 크다고 판단, 판매 중단 결정을 내렸다.

시부트라민을 복용한 비만환자는 위약 복용군에 비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1.4%p 높았다. 당뇨 동반 환자에서는 13.9%대 11.9%로 상대적 위험이 2%p 컸다.

미국 FDA 역시 SCOUT 최종 보고서를 검토한 후 시부트라민의 위해성이 유익성보다 크지 않다고 여겨 판매 중지 조치를 내렸다. 국내 식약처(당시 식약청)도 동일하게 움직였다.

당시 제약사들이 제품 회수 및 폐기에 대한 비용을 부담했다. 2012년에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장 철수와 관련된 경제적 보상을 제약사들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빅 판매 중지 및 회수 비용 역시 제약사가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단,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환자 피해보상에 관한 부분은 향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환자 피해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를 통해 보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벨빅 사태의 경우 약물 복용과 피해 여부를 명확하게 입증하게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잠재적 피해를 막기 위한 선제적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기기인 인공유방(앨러간) 케이스는 희귀암이 발생한데다 암 발생 위치도 한정돼 있어 해당 업체가 재수술 비용 보상에 어려움이 없는데 의약품은 좀 다르다"며 "복용하면 소실되기 때문에 피해를 명확히 입증하기 어려우며, 특히 벨빅의 경우 '약 복용→암 발생'으로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진단 후 암이 발생하지 않은 사례도 진단비용을 지원해 줘야 하는지 등 사례별로 다 검토가 필요하다"며 "판매중지 및 회수 조치가 진행된 후 이후 여러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부적 이슈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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