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시험대 오른 '국가 감염병 관리·대응'
양보혜기자
2020.02.05 10:01 댓글쓰기

[수첩] 지난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터졌다. 중국 우한을 시작으로 일본, 독일, 베트남에서도 2차 감염자가 나오면서 ‘팬데믹(pandemic, 범유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월 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긴급회의를 소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해 국제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질병이 국제적으로 펴져 다른 나라의 공중 보건에 위험이 된다는 뜻이다.

WHO가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이번이 6번째로, 지금까지 2009년 멕시코의 돼지 독감과 2016년 브라질의 지카 바이러스, 2018년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 등 모두 5번 국제비상사태를 선포했다

5년 전 메르스 사태로 혼쭐 난 한국 정부는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메르스 사태 때 마련한 감염병 대응 및 관리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그동안 새롭게 마련했던 감염병 대응책이 첫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초동대응은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뒤 1월 29일까지 4명에 머물렀지만 이후 확진자가 늘면서 오늘(2월 5일 현재)까지 총 18명이 감염자로 판정, 격리 수용돼 치료받고 있다.


문제는 1월 30일 추가된 확진자 중 한 명이 세 번째 환자의 접촉자로 국내 최초 2차 감염 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한국도 일본과 대만, 독일 등과 함께 2차 감염자 발생 국가에 포함되게 됐다.

게다가 가장 최근에 보고된 16번째 확진자는 증상이 나타나고도 10일간 '의심환자' 감시망에 빠져 있어 이 환자를 통한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기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중국 전체 신종 코로나 누적 사망자는 490명, 확진자는 2만3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 정부가 메르스 당시 만들었던 감염병 대응 및 방역 시스템이 나름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1월 20일 우한에서 입국한 35세 여성 중국인이 확진자로 판명난 이후 기민하게 움직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설 연휴, 국내외로 이동이 많은 시기이니 항만 검역 중심의 대응은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대응체계를 갖춰달라"고 주문했다.

그럼에도 설 연휴를 기점으로 3·4차 확진자가 나왔고, 27일 복지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한 폐렴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감염병 재난 위기경보를 2단계 ‘주의’에서 3단계 ‘경계’로 격상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파견 인력을 배치하고 일일영상회의 개최, 실시간 상황 공유를 통해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방역활동을 지원했다.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치료하는 쪽으로 기관 기능을 대폭 전환하고 역학조사 및 연구 지원, 자원관리 등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들이 시행됐지만, 허점도 있었다.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문의를 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의 콜센터 1339에 전화를 했지만 통화 연결이 어려워 민원이 제기됐다. 

허술한 검역체계도 도마에 올랐다. 국내 3, 4번 확진자는 입국 당시 아무 증상이 없어 공항 검역망을 쉽게 통과했고, 이후 병원의 2차 검역망에서도 걸러지지 않았다. 

4차 확신자는 입국 하루 뒤인 1월 21일 감기 증세로 내원했지만, 사흘 뒤 고열 등으로 병원을 다시 방문한 뒤에야 감시 대상자로 분류될 수 있었다.

부처 간 혹은 기관 간 협업이 원할하지 이뤄지지 않은 일도 있었다. 국내 네 번째 확진자의 접촉자 수를 놓고도 평택시와 질병관리본부가 서로 다른 결과를 발표하며 혼선을 일으킨 게 그 예다.

물론 이번 사태가 발생한지 1달이 안 된 상황에서 제도 점검과 평가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들을 개선해 보다 체계적인 감염병 관리체계 완비에 나서야 한다. 
 
제도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실행 주체인 의료기관 및 의료인이 느낀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현장과 괴리가 있는 정책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 감염병 관리 대책에 국민들의 이해가 충분한지,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부분은 무엇인지 등 개선점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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