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타이틀 무겁지만 환자에 대한 애정 갖고 진료·케어 매진'
국내 첫 인하대병원 입원의학과 교수들
2019.12.18 11:12 댓글쓰기
좌측부터 정수경, 이정훈, 박정미, 이만종, 김아진, 김정수, 이재홍, 이정환 교수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내 상급종합병원의 질환 중증도는 높아지는 반면 곳곳에서 지적되는 환자 쏠림 심화 등에 따른 인력 공백 현상으로 환자 안전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대안이자 보완책으로 도입된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관심이 계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병원계에서 최초로 입원전담전문의 활성화를 위해 탄생한 인하대병원 입원의학과가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들었다. 아무도 간 적 없는 새로운 길을 묵묵히 헤쳐 나가야 하는 개척자는 외롭기 마련이다. 환자들의 생명 수호 현장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정착을 위해 불철주야 헌신하고 있는 인하대병원 입원의학과 교수진을 최근 데일리메디가 만났다. [편집자주
 
Q. 입원의학과 운영이 3년차다. 교수님들 근황을 듣고 싶다 
 
김정수 주임교수김정수 주임교수[사진 左] : 인하대병원 입원의학과는 입원전담전문의뿐만 아니라 신속대응팀 및 중환자전담의가 같은 의국 내에서 운영되는 체계다. 개별 진료과에서 보기 어려운 중증 복합질환자들을 효율적으로 돌볼 수 있다. 의대에도 교실을 만들었고 앞으로 전임 교원 제도가 도입될 것이다. 더불어 응급실전담의 제도를 신설해서 중환자팀과 병동팀이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개선해보고자 한다.
 
박정미 교수 : 응급실과 중환자실, 입원실에 머무는 환자들의 캐릭터가 모두 다른데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환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외과나 흉부외과, 비뇨의학과 같은 곳은 전공의가 부족하기 때문에 2인 주치의 개념을 도입해 주치의와 입원전담전문의가 일정 기간 환자를 같이 돌볼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병원 내부적으로 다양한 제도 개선을 논의 중인데, 사실 근무 환경이 편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전공의법 시행으로 생긴 공백을 메워야 하는 점도 있다. 특히 외과는 수술을 하지 않다 보니 경력이 단절되는 것처럼 인식된다. 이는 입원전담전문의 업무의 주체성과 독립성이 애매하기 때문인 것 같다. 
 
김아진 교수 : 입원 환자들은 항상 병원에 머물고 있지만 오히려 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 의사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없거나 거동이 불편한 경우기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재입원율이 늘고 치료 효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입원전담전문의제도는 환자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치료 연속성을 갖는 시스템 구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Q. 그동안 식구가 늘었다. 새로 부임한 교수님들의 입원의학과 선택 계기가 궁금 
정수경 교수
이재홍 교수 : 근무한 지 3개월 가량 됐다. 같은 의사들도 입원전담전문의는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뭐라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업무 자체가 저와 맞는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환자 치료 과정이 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느낌이다. 점점 더 분과가 늘어나서 복잡한 감도 있는데, 입원의학과는 전문의들끼리 훨씬 빠르게 통합적 진료가 가능하다.
 
정수경 교수 : 인하대병원 산부인과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금년 5월부터 입원의학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전공의 때 병동에서 예상하지 못한 응급이 발생해 당황하거나 의사결정 단계를 밟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경험이 있었다. 입원의학과가 중간에서 이런 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다. 또 개인적으로 수련을 받은 병원이어서 친숙하기도 하고, 병동에서도 입원전담전문의 결정을 많이 신뢰해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분만실에도 장기 입원을 하는 고위험 환자들이 많은데 이 분들을 관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입원전담전문의, 환자들 특징 파악 및 치료 연속성 등 장점
다학제 진료 기반 등 환자들 실제 입원기간 대폭 단축
근래 환자들도 선호하고 간호사들과의 협업 역시 만족도 상승
레지던트 5년차 취급 등 아쉽고 정부 지원정책 보다 더 확대 필요
 
박정미 교수Q. 입원의학과 운영을 통해 실제 개선된 지표가 있는지
 
이만종 교수 : 환자 생존율 증가와 심장마비, 심폐소생술 발생 빈도 감소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속대응팀과 연계돼 있다 보니 병상 입원일 감소 및 중환자실 환자 관리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는 것을 느낀다.
 
이정환 교수 : 2017년 3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폐렴 및 요로감염 환자 1015명의 입원 기간과 병원 내 사망률, 재입원율을 조사하고 입원전담전문의와 비입원전담전문의의 입원환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국제 공인 학술지(SCI)에 발표한 바 있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전체적인 재원기간이 8일로 비입원전담전문의 10일보다 적었고, 여러 인자를 보정했을 때 전체적으로 16.2%의 재원기간 감소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치의와 입원전담전문의를 합쳐 3명의 전문의가 회진을 돈다. 다학제 진료가 실시간으로 가능한 셈이다. 실제로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긴 후 다시 중환자실로 가야 하는 환자가 거의 없다. 우리가 가장 먼저 환자에게 달려가기 때문이다. 
 
박정미 교수 : 환자나 보호자들의 태도 역시 달라진 것을 느낀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길 때 입원의학과 선생님이라고 하면 생소하기도 하고 부족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었다. 최근에는 환자들의 경험도 쌓여서 입원전담전문의를 더 선호한다. 간호사들 또한 전공의보다는 입원전담전문의와 근무했을 때 만족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정환 교수Q. 입원전담전문의로서 가장 고민스러운 사안은
 
이정훈 교수 :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로서는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고민이긴 하다. 전공의가 부족한 과의 공백을 메운다는 점도 부담이다. 소위 5년차 레지던트 취급을 받는다고 하는데, 5년차까지는 아니고 6년차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김정수 교수 : 낮 병동 근무를 전담하다 보니 환자들이 이제는 저녁이 무섭다, 주말이 걱정된다 이런 얘기들을 한다. 입원전담전문의가 24시간 대응할 수 있으려면 그만한 인력이 필요한데 보완이 될지 걱정이다. 현재로서는 정부 보조금이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만 나온다. 입원전담전문의가 본격적인 정책 사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이정환 교수 : 수가가 경직돼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하기가 어렵다. 보다 유연성이 있었으면 한다. 또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보다 넌리 홍보가 돼야 한다. 인식이 완전히 바뀌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레지던트 5년차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서서히 입원전담전문의가 우리 병원 내에서 인정받는 느낌이 든다. 중증복합질환자를 보고 다양한 연구활동을 하면서 결과를 발표하는 등 임상 능력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위치를 잡은 것이다. 모든 병원이 같은 과정을 겪을 텐데, 이를 얼마나 지지해 주는지 등이 입원의학과가 유지될 수 있는 관건이 아닌가 싶다.
 
Q. 인하대병원을 비롯해 앞으로 탄생할 입원의학과가 어떤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인지
 
김아진 교수 : 입원의학과가 아직 생소하게 여겨지고 있는데 응급의학과도 처음 만들어졌을 때 비슷한 시선을김아진 교수 받았다. 인정받는데 까지는 외부 도움이 많이 있었고 특히 정부 지원이 많았다. 입원 환자들을 평가할 수 있는 입원 지표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이를 선별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 기관별로 입원 지표를 추출해 상호 경쟁을 시키는 방식으로 입원 환자 관리를 체계화하는 방법도 있겠다. 
 
박정미 교수 : 외래 진료를 통해 입원하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응급실 기반의 입원 진료부터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싶다. 단기 응급병상 운영을 통해 응급실에서 입원하는 모든 환자들을 일정 기간만이라도 집중적으로 볼 수 있게끔 할 수도 있다. 결국 본질적으로 입원의학과 또한 환자 중심의, 환자 안전을 위한 제도다. 우리 병원이 다양한 과의 자연스러운 협진이라는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수 교수 : 시스템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제도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 정비와 다발성 장기부전 환자 대응 매뉴얼, 트레이닝 제도 등을 통해 인하대병원이 입원의학과의 표준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현재의 운영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진료 공백을 만들지 않는 환자안전을 위해서는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을 수밖에 없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무겁지만 그만큼 다들 의욕과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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