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시아인 회장으로 전세계 당뇨 전쟁 리드
조남한 국제당뇨연맹 회장
2019.12.06 04:4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이 전장(戰場)은 세계 전역의 4억 6000만명 환자가 관여돼 있으며 매년 400만명이 목숨을 잃는 치열한 격전지다. 더군다나 이 싸움은 치명적이지만 단 번에 끝낼 수 없는 지루한 전투이기도 하다. 다름이 아닌 당뇨병에 대한 이야기다.
 

국제당뇨병연맹(IDF)은 170개국 전문가들이 당뇨에 맞서 싸우기 위해 모인 ‘연합군’이다. 지난 2015년 국제당뇨병연맹 최초의 아시아인 회장으로 당선된 조남한 회장(아주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은 지난 4년 간 전장의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위해 싸워왔다.

12월3일 부산에서 열린 국제당뇨병연맹 총회에서 올해를 끝으로 임기가 종료되는 조남한 회장을 만났다.
 

조남한 회장은 국제당뇨병연맹 서태평양지부 회장과 상임이사를 지낸 후 지난 2015년 치러진 선거에서 회장 자리에 올랐다. 기존에 유럽인들이 독식하던 회장 자리에 최초로 아시아인이 취임하자 여느 국제 연맹들이 그렇듯 내부적으로 적잖은 알력이 생기기도 했다.
 

조 회장은 “국제단체이다 보니 회장 선출 과정에서 비리가 있기도 했다. 또 최초의 아시아인 회장이다보니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존 세력들이 견제하거나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없이 하기도 했다”며 선거와 회장직 수행 과정에서 있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당뇨라는 공동의 적(敵)을 앞에 두고 아군 내부에서 자중지란 할 경우 자칫 전열이 흐트러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조 회장은 국제당뇨병연맹의 수장으로서 묵묵히 해야 할 일을 수행했다.
 

특히 조 회장은 기존에 소외받고 있던 저개발국들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예로 조 회장은 인공지능(AI)으로 당뇨망막병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기기를 개발, 회원 단체들에 공급한 일을 꼽았다.
 

그는 “유럽에서 회장들이 계속 배출되다 보니 저개발국 환자들의 고통을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의료시설이 부족하거나 열악한 곳에서는 당뇨 망막병증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데 기기 제공을 통해 조기에 병을 확인하고 실명을 방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외에도 조 회장은 당뇨 환자 대부분이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치료약이 제한적인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에 해당 국가의 정부 인사들을 만나 의료제도 개선에 대한 조언과 지원에 힘써왔다.
 

그리고 임기 마무리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조남한 회장은 고국 땅에서 국제당뇨병연맹 총회를 개최하게 됐다.
 

이번 총회의 부산 개최도 과정이 순탄치만 않았다. 특히 치열한 경쟁 끝에 부산이 개최지로 최종 결정된 후에도 정부의 소극적 지원으로 한 때 총회가 무산될 뻔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결국 무사히 개최가 가능했다.
 

조남한 회장은 "이번 총회가 부산에서 개최된 것은 부산이 당뇨 예방을 위한 천혜의 도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은 운동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또 훌륭한 개원의들도 많아 당뇨 환자들이 쉽게 병원을 찾을 수 있다. 현실적인 선정 이유도 하나 대자면 따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운 지방에서 오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날씨도 고려 사항이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총회 개막식에서 조 회장은 한국전쟁을 언급하며 부산이 전쟁 당시 마지막까지 점령되지 않았던 곳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당뇨와의 전쟁에서도 부산이 천혜의 환경을 가진 요새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조 회장은 “이번 총회는 전세계, 그 중에서도 아시아 지역에 당뇨병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아시아에 당뇨의 심각성을 알리는 동시에 어떻게 당뇨를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개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실제 동양인들은 선천적으로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서구인에 비해 부족해 당뇨병에 취약하다. 전세계 당뇨인구 중 아시아인 비율이 65%에 달할 정도다.
 

한편, 이번 총회는 애초에 북한측 인사 50명도 참석할 계획이었다. 조남한 회장은 지난 5월 북한을 방문해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계획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개막 3주 전 최종적으로 불참 통보를 받았다.

조 회장은 방문하는 북한 인사들을 통해 당뇨병 관리 기기, 약제 등을 지원할 예정이었는데 요즘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이다 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임기 끝나지만 저개발국 인도적 지원 계속 이어갈 것"

"국내 당뇨 교육 체계화 시급, 인공지능(AI) 등 신기술로 질환 관리 용이해질 전망"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당뇨 관련 교육 제도가 부족하다는 것이 조 회장의 지적이다.
 

조남한 회장은 “국내에서 노인 당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60년 이상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당뇨에 걸렸으니 운동을 해라, 식이습관을 바꿔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뇨는 결국 꾸준한 관리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환자도 올바른 지식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당뇨 교육을 체계화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조 회장은 임기 중에 전문의부터 일차의료기관, 간호사, 환자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당뇨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온라인 스쿨을 개설하기도 했다.
 

교육 못지 않게 조 회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AI를 비롯한 신기술이다. 이번 총회에서도 관련 프로그램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특히 삼성, 애플, 구글 , 페이스북 등 내로라 하는 글로벌 기업의 임원들이 참여하는 심포지엄에서는 IT기술을 통한 당뇨병 예방과 치료를 주제로 토론도 마련했다.
 

조 회장은 "이처럼 새로운 기술 발전과 도입으로 당뇨병 관리가 더욱 용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혈당이 오면 수면 중에도 사망할 위험이 있는 등 혈당 관리는 매우 중요한데 지금은 환자들이 수시로 직접 혈당체크를 해야 한다. 하지만 AI 등의 신기술이 당뇨병 분야에 접목된다면 혈당이 위험 수치일 때 경고를 보내는 식으로 지금보다 혈당관리가 용이해 질 것이다. 이를 통해 합병증을 예방하고 환자들의 정상적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 회장은 퇴임 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10년을 넘게 활동을 하면서 지쳤다며 우선은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장직에서 내려와 백의종군을 하더라도 당뇨와의 전장에서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는 “퇴임 후에는 아시아에 더 관심을 두고 어떻게 체계적인 의료시스템을 만들어 약물 등을 지원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 후임 회장도 저개발국을 자주 방문하고 필요한 지원 제도를 만드는데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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