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혈액투석 진료비 무려 3조 육박, 국가 관리 절실'
국회 만성콩팥병관리법 제정 공청회서 제기, '질병 기반 단독법 제정' 촉구
2019.11.19 15:2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2020년 혈액투석 진료비가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의 만성콩팥병 관리가 촉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 20대 국회에서 만성신부전 환자 등록, 투석기관 질 관리, 의료비 지원 사업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만성콩팥병관리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18일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신장학회에서 주관한 '만성콩팥병관리법안 공청회'에선 이 같은 법적 제도 필요성이 제기됐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사 출신 신상진 의원은 "만성콩팥병이 12대 만성질환 중 환자 증가율이 가장 높고 진료비도 급증하고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며 "개인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발의했지만, 제정법이어서 쉽지 않기에 총력을 다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 수는 약 10만명(말기신부전 7만7617명, 신장이식 2만119명, 복막투석 6248명)으로 최근 5년간 26% 증가했다. 신환 발생 역시 최근 5년새 45%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환자 증가율 세계 4위···대책 마련 시급
 

우리나라 환자 증가율은 세계 4위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만성콩팥병 환자 확대로 투석기관도 같은 기간 39% 증가했고, 투석기 보급 역시 42% 늘어났다.

실제 심평원이 일부 공개한 2018년 혈액투석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5년 1조9000억원 수준이었던 진료비는 2021년 3조원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양기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은 "2018년 투석으로 진료비를 청구한 기관은 3005곳으로 환자 수는 9만901명이며, 이는 2014년 대비 각각 123% 증가한 수준"이라며 "총 진료비는 2조6341억원으로 2014년 대비 141% 늘어난 것으로, 이런 추이를 보면 2020년 3조원 턱밑까지 오르고 2021년 3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기 신장학회 투석이사(한림의대 신장내과)는 "신부전 환자 0.16%가 총 보험급여비 45조원의 4.3%를 사용하고 있다"며 "만성콩팥병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고, 이 병은 예후도 나빠 치료비가 가파르게 상승함에 따라 국가가 나서서 적극 관리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만성콩팥병관리법안'은 크게 세 가지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말기콩팥병 환자등록, △투석기관 질 관리 △의료비 지원 사업 등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말기콩팥병 환자 등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투석환자의 의료 질 관리가 잘 되지 않고, 동반질환에 대한 확인 및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며, 투석환자의 사망원인에 대한 파악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류동열 신장학회 등록이사(이화의대 신장내과)는 "말기콩팥병은 진행이 빠르고, 5년 생존율도 암 환자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투석 전 만성콩팥병 환자를 적절히 관리하고 치료를 제공하려면 국가 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투석시기를 지연하고, 수준 높은 투석치료 기회를 보장하며 이 과정에서 쌓은 데이터는 향후 관련 정책이나 진료지침 수립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미국·일본 등 국가 차원서 만성콩팥병 환자 관리"

영국,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국가 차원에서 만성콩팥병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00년 진료표준법(the Care Standards Act)을 제정해 환자등록관리(UK Renal Registry Dataset)를 진행하고 있으며 의료질관리위원회를 마련해 인공신장실 평가 등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1972년 메디케어 최초 질병기반 정책을 펼쳐 만성콩팥병 관리를 시작했다. 말기신부전 환자 관리모형을 통해 환자 통합 관리를 진행하며, 의료질 관리를 위해 인공신장실 규제, 의료조직 평가 등을 실시하고 있다.

백상숙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호주는 1963년, 뉴질랜드는 1975년, 일본은 1968년부터 말기콩팥병환자 등록체계를 운영해 왔다"며 "미국, 영국 등에선 이를 위한 법제화 작업과 함께 인공신장실 질 관리에 대한 지침도 완비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만성콩팥병관리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질병 기반 제정법 마련 시 기존 법들과의 충돌 및 중복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기남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높은 유병률과 발생률, 합병증 및 의료비 증가 등의 이유로 만성콩팥병관리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게다가 지금까지 정부의 만성콩팥병 지원이 상당히 분절적이면서 대상자별로 이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 사업으로 콩팥병 환자를 9600명 정도 지원하고, 장애인복지법 신장지원 대상 9만명, 건강보험 산정특례 대상으로 일부 본인부담금을 적용하고 있다"며 "투석기관 질 관리는 심평원에서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의료기관 감염 종합대책 내에서도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정책 연속성을 위해 질병 기간 제정법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질병 단위 제정법은 보건의료 기본법, 건강증진법 등 기존 법률과의 중복 및 충돌 문제 등 걸림돌이 많다"며 "질병 기반 제정법은 에이즈, 결핵 등 사회적 파장이 크고 관심이 높을 때 우선순위로 고려됨에 따라 만성콩팥병에 대한 심각성과 지원 필요성을 계속 알리는 게 중요하다. 향후 법안 논의 시 이런 부분을 세밀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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