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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원무과 직원들 잇단 횡령 사건···"전담 감시인력 필요"
진료기록 시스템 접속 권한 등 악용···"대형병원 제외 관리체계 허술" 지적
[ 2019년 09월 19일 05시 43분 ]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일반 병원을 포함 규모가 큰 대학병원의 진료비 관리체계가 허술한 것을 이용, 직원들의 횡령 사건이 연이어 적발됐다.
 

일부 병원에서는 진료비 관리체계를 강화했지만 그렇지 않은 병원도 다수 있어 앞으로도 횡령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9월16일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가천대길병원 前 원무과장과 원무과 주임, 前 원무팀장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2012~2013년 길병원에 가수납된 진료비 중 국민건강보험공단 심사 후 확정된 초과분 4200만원을 환자들에게 되돌려주지 않고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앞서 길병원 전·현직 직원 2명이 2016∼2017년 같은 수법으로 진료비 환급금 2800만원을 빼돌린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원무과 직원들의 진료비 횡령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고신대병원 노조는 원무과 직원이 환자에게 환급돼야 할 진료비를 횡령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병원 감사 결과, 고발된 직원은 수납된 진료비를 가상의 환불 계정으로 이월하는 수법을 통해 8000여 만원의 진료비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1년에는 경기도 소재 한 종합병원에서 원무과 직원이 환자에게 돌려줘야 할 환급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해당 병원이 자체 감사를 통해 추산한 횡령사고 규모는 374건으로 974만원에 달한다. 횡령사실이 드러난 직원은 해고조치 됐다.

이 밖에도 원무과 직원이 진료기록을 조작한 횡령사건은 다수 있었다.

2011년 대구보훈병원에서는 원무과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이 무려 32억원의 공금을 편취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진료받은 사실이 없는 사람의 명의로 진료가 이뤄진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86차례에 걸쳐 모두 32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는 제주시에 소재한 H종합병원 원무과 직원이 9042차례에 걸쳐 1억3900만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빼돌렸다.

이 직원은 환자들이 진료예약을 취소한 것처럼 기록을 조작한 뒤 이미 환자들이 납부했던 진료비를 본인 명의의 계좌로 옮기는 수법을 사용했다.

지난해에는 전남대병원에서 환자 진료비 예탁금 횡령 의혹이 제기돼 관할인 광주 동부경찰서가 수사에 들어갔다.

간부직급을 맡고 있던 해당 직원은 환자등록번호를 부정사용해 진료비 예탁금 일부를 환자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전남대병원으로부터 진료비 예탁금과 관련된 전산자료를 제출받아 조사한 경찰은 해당 직원을 지난해 12월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

횡령 사건을 겪은 병원들은 부랴부랴 진료비 관리체계를 재정비했다.
 

이번 횡령 사건이 드러난 길병원은 환자 미수금과 환불금 내역을 관리하는 전담팀을 신설했다. 큰 액수의 환불 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환급이 이뤄졌는가를 자세하게 살핀다.
 

고신대병원도 원무과 체계를 대대적으로 바꿨다. 환급금을 묵혀두지 않고 1주일 이내에 환자에게 돌려주기로 하는 규칙을 신설했으며, 환자들에게 환급금 안내 통지가 곧바로 이뤄지도록 했다.
 

또 원무과 직원들에게 보안카드를 배분해 누가 언제 시스템에 접속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횡령사건이 일어난 또다른 병원은 현금사고 예방을 위해 환자등록번호와 환불액을 표기한 환불확인서를 OCS프로그램에서 직접 출력해 사용하고 매일 일정 건 이상의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무과 직원들 “진료비 횡령 오랜 관행, 전담 관리인력 필요”
 

연이은 횡령사건에 대해 병원에서 오래 근무한 원무과 직원들은 진료비 횡령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원무과에 재직 중인 A씨는 “원무과에서 진료비나 환급금을 빼돌리는 것은 공공연한 일로, 심지어 정규직 직원이 용역회사에서 파견된 직원에게 횡령을 시키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원무기록에 대한 접근기록을 갖고 있는 직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료비나 환급금을 빼돌릴 수 있는데, 오래된 직원들은 이 같은 시스템의 미흡함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A씨 주장이다.
 

문제는 이를 감독할 수 있는 인원이 부족해 앞으로도 횡령 사건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병원 원무과에 근무했던 B씨는 “빅5병원의 경우 진료비와 환급금 내역만을 감시하는 전담인력이 수십명씩 있어 횡령 사건이 발생할 일이 없는데, 다른 많은 병원에서는 아직 관리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옛날에는 병원에서 오래 일한 직원들이 이런 엉성한 관리체계를 알고 공공연하게 진료비 등을 빼돌리는 일이 많았는데, 관리체계가 강화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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