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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술(仁術) 대신 부정(不正) 익힌 의사 자녀
정숙경 데일리메디 차장
[ 2019년 07월 15일 08시 30분 ]

그 아버지는 들키지 않을 것이라 믿었을까. 그것도 만인과 만인이 경쟁하느라 항상 서로를 주시하고 탐문하는 의과대학 입시 한복판에서 말이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과 너무도 닮아있는 장면을 의사 부모가 재현했다. 대체 얼마나 간절했기에 그 같은 파렴치한 짓을 벌였던 것일까. 기가 막힐 따름이다. 

최근 부산광역시의 한 의과대학 A교수가 자신이 재직 중인 의대에 아들을 진학시키기 위해 면접시험 문제를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해임됐다.

A교수는 지난해 의대 편입학 전형의 면접 시험 문제를 미리 빼낸 뒤 편입학 지원자인 아들에게 건넸다. 시험에 앞서 교수들이 합숙을 하면서 문제를 내고 답안과 채점 기준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답 내용이 포함됐다가 이후 발견된 적이 있었다. 헌데 면접시험을 본 지원자 중 한 명이 그 오답을 ‘그대로’ 읊은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시험지 유출로 경악한 일이 낯선 소식은 아니다. 의료계에서도 빈번하게 회자됐다. 

지난해 10월 광주광역시 한 사립고등학교 에서는 의사이자 학교운영위원장인 엄마가 행정실장과 공모해서 시험지를 유출한 사건이 적발, 당사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성형외과를 운영 중이던 의사 B씨는 아들이 의대에 진학하길 바랐으나 성적이 그에 못미치자 점수를 올리기 위해 행정실장에게 부탁해 시험지를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재판부는 “선량하게 공부하는 학생들과 이를 묵묵히 뒷받침하는 학부모들에게 크나 큰 충격과 분노·불신을 초래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유죄 근거를 밝혔다.

인술(仁術)을 토대로 제자들을 가르치는 현직 의대 교수와 일선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을 위해 마음을 다하는 의사 부모의 언행에 재판부가 일침을 놓은 것이다.

혹자는 상당수 한국인들은 최고·최대에 한(恨)이 맺혀 있다고 말한다. 한(恨) 많은 민족이라 그런지 몰라도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의사라고 해서 최고·최대를 향해 목숨 걸고 질주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철저한 서열 문화와 폭넓은 인맥이 ‘가치 있음’을 눈앞에서 목격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 수 년 그 길만 달려왔기에 그것이 정말 이상해 보인다는 생각을 못한 것일까.

물론 대(代)를 이어 의대에 진학하게 끔 반칙도 서슴지 않는 그 배경에는 불법을 개의치 않는 인성 부재와 개인 과욕 및 부정에 느슨한 사회적 분위기가 중첩돼 있다. 수시입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부종합전형의 빈틈을 파고들 수 있는 ‘지름길’ 역시 의사 부모들의 과욕을 부추긴다.

참고 문헌을 찾아오고 초록을 번역하는 작업을 한 아들 이름을 교수 본인 논문에 공저자로 올리는 유혹에 빠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 의대 교수 자녀라는 이유로 유명 학회지 논문에 이름까지 올리고 이를 입시 에도 활용해 의대에 진학하는 반칙까지 벌어지는 사건이 드러나는 것을 보면 이번 시험지 유출 사건도 과연 한 부모의 일탈(逸脫)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과욕’은 오히려 화(火)를 키운다. 부모 욕심에 자식 인생 망친 일이 허다하지만 자식들까지 피의자로 입건됐다는 소식에 동정의 여지가 없다. 엄한 처벌이 중론이다.

서울 소재 某의과대학 교수는 “의사 학부모의 잘못된 선택은 대다수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킨다. 문제는 이들 사건의 경우 시스템 점검과 교육 강화만으로 막기 힘들다는데 있다. 언제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겠냐”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에 모범적인 모습, 즉 노블리스 오블리지를 보여야 할 의사들이 단지 자식을 위한다는 이유로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부정을 저지르는 일을 막기 위해선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과욕은 파멸을 낳고 불행을 초래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시험지 유출을 통한 부정사례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라면 반드시 그 의사 부모들도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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