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모톰때문에 병원 있어야 할 의사들이 법원으로 간다'
이동석 한국유방암학회 부회장
2019.07.08 06:0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학술적 근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불법 시술로 낙인찍힐 위기에 놓인 맘모톰(Mammotome) 때문에 의료계에 비상이 걸렸다. 손해보험사들은 일선 의료기관에 소명 요청 및 소송을 준비 중이며 대한의사협회는 이에 맞서 신의료기술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소명을 요구한 시술 건수만 해도 금액으로 따지면 1000억원에 육박하는 바, 자칫하면 맘모톰 시술 자체가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따라 환자들의 불편까지 수반될 우려가 높다. 데일리메디가 최근 한국유방암학회 이동석 부회장으로부터 현황과 대책 등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Q. 보험사들이 맘모톰 시술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 대응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진공절제술 및 기타 청구금액으로 인해 민사소송 소장을 받은 병원이 대략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회사는 합의와 조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모든 의사들이 이것을 단호히 거부하는 입장이다. 은퇴를 앞둔 어떤 노(老)선생님은 “20년간의 대학교수 생활, 10년간 개원의로 정도(正道)를 걸어온 나의 명예가 무참히 짓밟혔다. 명예 회복을 위해 싸우겠다”고도 말씀하셨다. 젊은 의사들도 ‘과연 앞으로 이 땅에서 외과의사로 살아갈 수 있을 지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한다. 특히 맘모톰 시술을 많이 시행한 다수의 여의사들도 투사로 앞장서고 있다. 현재 몇 개의 법률회사로 법률팀을 구성해 공동 대응 중이다.
 
Q. 대학병원들은 소송이 제기되지 않고 있는데 대학병원과 개원가의 맘모톰 시술 차이가 있는지
 
보험회사가 대학병원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은 이 싸움을 쉽게 끌고 가기 위한 전략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2차 심의에서 채택된 국내 논문은 18편이며 이는 모두 대학병원에서의 수술결과에 대한 분석 연구다. 2012년 우리나라에서의 진공생검술 사용 현황에 관해 조사한 결과가 외국 잡지에 발표된 것이 있다. 62명이 설문에 답하였으며 이중 35명(56.4%)이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였다. 59명(95.2%)의 응답자가 진공생검술을 치료목적으로 사용한다고 답했다. 의사들은 학회의 교수들이 쓴 교과서를 통해 이 수술을 배웠고 학회에서 개최한 워크숍과 대학병원의 수술실에서 이 수술을 익혔다. 대학의 수술이나 개원가의 수술이나 다를 바가 없다. 
 
Q. 협력 중인 학회들도 있는지
 
한국유방암학회는 이사장이 직접 신의료기술평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로,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의 공정한 평가 활동을 위해 현재 공식적인 외부 활동은 유보 중이다. 대신 대한의사협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외과개원의협의회, 경기도의사회와 협력해 대책 방안을 수립했으며 상황에 맞춰 대응할 것이다. 

"유방암 환자 치료, 20년 전(前) 상태로 되돌려져"
"생검만으로도 종양 완전 제가 가능한데 보험사 인정 안해"
"외국에서는 양성보다 더 위험한 병변도 진공절제술 사용"

 
Q. 진단 목적의 맘모톰 시술을 치료 목적인 ‘양성종양절제술’로 사용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우선, 유방암 진단을 위한 생검이 ‘절개’생검과 ‘절제’생검으로 나뉜다. 종양 일부만 채취해 검사하는 것이 절개생검이고 종양 전체를 제거해 검사하는 것을 절제생검이라고 한다. 이 절제생검이 양성종양절제술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외과학회가 발간한 ‘외과학’에서도 “양성종양의 완전 제거를 목적으로도 절제생검이 시행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수술 흔적을 최소화하면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생검만으로 종양이 완전히 제거될 수 있다. 보험사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절개생검만 맘모톰으로 국한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Q. 해외에서도 같은 해석이 통용되나
 
지난 연말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렸던 진공절제술 관련 컨퍼런스에서 유방전문의들이 ‘악성도 불명’의 병변에 대해 진공절제술이 유용하다는 논의를 한 바 있다. 외국에서는 양성보다 더 위험한 병변도 진공절제술을 사용하는데 우리나라는 양성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올 1월 대한외과초음파학회가 중국의 조우(Zhou)박사를 초청해 진공절제술에 대한 중국의 현황을 들었을 때도 증례가 국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진공절제술이 이미 의료보험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우리나라가 중국에 뒤처지는 상황이 됐다.
 
Q. 정부와 어느 단계까지 논의가 진행됐는지 알려달라

이전 신의료기술 평가에서 의학지식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교과서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 이에 대한외과학회에서 발간한 외과학 교과서와 한국유방암학회에서 발간한 유방학 교과서를 추가로 제출했다. NECA의 심의과정을 지켜보는 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심의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Q. 맘모톰 사태에 대한 해결방안은

신의료기술평가 및 소송 과정에 의사, 심평원, NECA, 보험회사 등 여러 기관들이 엮이게 됐다. 그러나 서로 본인 입장만 이야기할 뿐 정작 이 문제의 핵심인 국민, 환자 입장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환자는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진공절제술을 시행할 수 없다면 다시 20년 전의 시술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여성들은 가슴에 흉터가 남는 외과적 수술을 받아야 한다. 흉터를 남기기 싫어 수술을 미루다가 암이 커진 다음에 진단되는 일들이 또 다시 벌어지게 된다. 매달 월급을 쪼개 보험료를 불입한 국민들은 정당하게 보험금을 수령할 권리가 있다. 의사는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심평원과 NECA는 환자들이 이 수술을 원한다면 이 수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보험사 또한 정당한 수술비 보험금을 지급해야할 의무가 있다. 
진공절제술과 관련해 보험사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잘 안다. 대한외과초음파학회에서는 진공절제술에 대한 진료권고안을 만드는 중이다. 이 과정에 보험사 이야기를 경청할 의향이 있다. 진공절제술이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으면 가장 혜택을 받을 곳은 보험사다. 대승적 이해를 통해 기존 소송을 취하해줄 것을 요청하는 바다. 의사는 진료실에 있어야지 법원에 있어서는 안 된다. 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각계의 도움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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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헌 07.08 08:27
    좋은내용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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