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부모 품 안긴 횡격막 탈장증 '초미숙아'
서울아산 어린이병원 신생아팀, 76일 혼신의 치료·수술 결실
2019.06.27 15:4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900g 몸무게로 태어난 초미숙아가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이라는 이중고를 이겨내고 건강하게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횡격막은 가슴과 배를 나누는 근육으로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은 구멍 난 횡격막 사이로 배 속 장기가 올라가 심장과 폐를 압박하는 중증 질환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을 갖고 27주 5일 만에 900g의 초극소저체중 미숙아로 태어난 전호삼(3개월/남) 아기가 76일 간의 집중치료를 마치고 최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26일 밝혔다.


미국소아외과학회지 보고에 따르면 현재까지 왼쪽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을 갖고 태어나 생존한 미숙아 중 가장 작은 아이의 체중은 960g이다.


호삼이는 그보다 60g이나 적은 900g의 체중으로 태어났지만, 힘든 수술을 이겨내고 치료를 잘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호삼이 어머니 정씨는 임신 7개월 당시 임신중독증이 발병해 인천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치료 과정에서 아기와 산모가 모두 위험해질 수 있어 임신 27주 5일째인 지난 4월 11일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호삼이를 출산했다.


호삼이는 출생 직후 숨을 쉬지 않고 심장도 뛰지 않아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소생 후 시행한 검사에서 산전 초음파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왼쪽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이 확인됐다. 집중치료를 위해 곧바로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보통 산전 검사에서 태아의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이 확인되면, 최대한 엄마 뱃속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고 36주 이상이 되었을 때 출산을 한다.
 

출생 후 신생아는 심한 호흡부전으로 인해 인공호흡기와 에크모(ECMO) 치료가 필요하다. 구멍 난 횡격막 사이를 통해 올라간 소화기 장기를 배 속으로 내리고 구멍을 막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미숙아, 특히 1kg 미만의 초미숙아의 경우에는 혈관이 너무 얇아 주사 바늘(카테터)을 넣을 수 없어 에크모 치료조차 불가능해 생존확률이 희박하다. 이 때문에 미숙아 집중치료에서도 가장 고난도 치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초미숙아인 호삼이도 에크모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고, 전 세계적으로도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을 가진 초미숙아의 치료 경험들이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김기수‧김애란‧이병섭‧정의석 교수로 구성된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은 치료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 수시로 상태를 관찰하면서 전문적인 인공호흡기 치료를 통해 적절한 산소 농도를 유지했다.


또 소화기 장기들이 모두 가슴 안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모유도 정상적으로 먹을 수 없어 중심 정맥관을 통해 주사 영양제를 투여했다. 하지만 주사 영양제를 해독하기 위해 간(肝)의 부담이 커지면서 담즙정체가 일어났고 장폐색이 발생하기도 했다.


호삼이는 이 모든 과정을 다 이겨내고 태어난 지 40일이 되던 5월20일 체중 1530g이 되면서 소아외과 남궁정만 교수가 구멍난 횡격막을 막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이후 출생 47일째에 인공호흡기를 빼고 스스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입으로 모유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면서 체중 2.4kg이 돼 지난 6월25일 보통의 신생아들처럼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호삼이 부모는 중국인으로 20여년 동안 한국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다. 어머니 정향선씨(38세)는 “이렇게 아이가 건강을 되찾아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행복하다. 아이를 살려주신 의료진에 감사한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호삼이 주치의인 정의석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아기를 살리기 위해 다른 병원 의료진들 간의 긴밀한 협조가 이뤄졌고, 이러한 노력들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 의학기술로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오랜 치료와 전문성을 갖춘 의사와 간호사들이 힘을 합쳐 가능으로 바꿨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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