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치료제 ‘춘추전국시대’ 경쟁 치열
SGLT-2 억제제·GLP-1 유사체·차세대 인슐린 등 속속 선봬
2017.11.16 11:34 댓글쓰기

500만명에 달하는 국내 당뇨병 환자수는 2030년이면 600만명까지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5억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환자 수 증가로 이미 항암제 다음으로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당뇨병치료제 시장은 계속해서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제약사들은 다양한 기전의 당뇨병치료제를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변화하고 있는 당뇨병치료제 시장을 들여다봤다.

SGLT-2 억제제·GLP-1 유사체, 비만 동반 당뇨병 효과
과거 한국형 당뇨병을 ‘마른 당뇨’로 불렸다. 한국인의 특성상 비만이 아닌 당뇨환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2형 당뇨환자의 50%는 비만을 동반하고 있고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 당뇨병치료제 시장과 마찬가지로 당뇨 치료에 비만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최근  비만치료 효과를 가진 기전인 SGLT-2 억제제와 GLP-1 유사체가 주목받고 있다.

SGLT-2 억제제는 신세뇨관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담당하는 SGLT-2를 억제해 혈당을 조절하는 새로운 기전의 약물이다.

이 기전은 인슐린과 독립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베타세포 기능장애가 있거나 인슐리 분비능이 심하게 저하된 환자에게도 저혈당 우려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혈압과 체중을 낮춰주는 효과까지 밝혀지면서 전체 당뇨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출시된 SGLT-2 억제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와 베링거인겔하임·릴리의 ‘자디앙’, 아스텔라스의 ‘슈글렛’ 3종으로 경쟁이라기보다 기전 전체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얀센은 자사의 SGLT-2 억제제 ‘인보카나’를 국내 시장상황을 고려해 출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보카나의 부작용 논란이 타 SGLT-2 억제제 제품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FDA는 최근 인보카나의 제품정보에 족부 및 하지 절단 위험에 대한 경고문 표시를 지시했다. 이는 임상시험 결과 인보카나 치료군의 하지 절단율이 위약 치료군보다 2배 높게 나온 데 따른 결정이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SGLT-2 억제제 전 제품에 하지절단 주의사항 추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사용제인 GLP-1 유사체도 비만 관리에 효과가 있는 당뇨병치료제로 관심을 받고 있다. GLP-1 유사체는 2015년 메트포르민, 인슐린 등과 병용요법으로 급여 범위가 확대되면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주 1회 주사하는 장기지속형 GLP-1 유사체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면서 편의성을 높였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듀리언, 릴리의 트루리시티, GSK의 이페르잔 등이 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GLP-1 유사체 제품이 최근 비만치료제 시장에 직접 진출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최근 노보노디스크는 GLP-1 유사체 ‘빅토자’의 용량을 조절해 비만치료 적응증을 획득한 ‘삭센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GLP-1 유사체가 음식섭취에 반응하는 GLP-1 호르몬과 97% 일치해 투여할 경우 식욕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을 착안한 것이다. 향후 당뇨병치료제 시장 뿐 아니라 비만치료제 시장에서도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DPP-4 억제제’ 국내사 점유율 급증
하지만 위 두 기전은 당뇨병치료제 시장에서 ‘떠오르는 별’로 아직 시장을 선도한다고 볼 수 없다. 여전히 DPP-4 억제제가 당뇨병치료제 시장의 대표 약물이기 때문이다.

DPP-4 억제제 시장에서는 국내 제약사의 제품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그간 다국적제약사 제품이 주류를 이뤄왔던 구조를 무너트리고 있는 모습이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시장 선두인 MSD의 ‘자누비아’ 제품군의 상반기 처방액은 55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557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소폭 하락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트라젠타’ 제품군 또한 올해 상반기 540억원으로 지난해 556억원에서 하락했다.

다국적제약사의 DPP-4 억제제들이 주춤하는 사이 국내사의 처방액은 크게 늘었다.

LG화학의 ‘제미글로’ 제품군은 상반기 351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선두권을 맹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제미글로 제품군의 처방액 242억원에 비해 45% 성장한 수치다.

한독 ‘테넬리아’ 제품군 역시 지난해 상반기 6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08억원까지 처방액이 80% 증가했다.
JW중외제약의 ‘가드렛’ 제품군도 19억원에서 43억원, 동아ST의 ‘슈가논’ 제품군은 6억원에서 35억원까지 성장했다.

국내사 제품의 전체 DPP-4 억제제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15.1%에서 1년 새 23.8%까지 늘었다. 국내사의 DPP-4 억제제 제품군이 다국적제약사의 점유율을 빼앗고 있는 모습이다. 상승세를 고려할 때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계 관계자는 “새로운 기전의 당뇨병치료제가 시장에 출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DPP-4 억제제 계열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국내 제약사의 제품이 차츰 폭넓은 임상데이터를 확보하며 처방 실적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저인슐린 대표 ‘란투스’, 입지 좁아져
기저인슐린 시장은 절대 강자인 사노피의 ‘란투스’로 대표된다. 하지만 최근 란투스의 특허만료와 후속약물의 성장으로 그 입지가 상당히 좁아진 모습이다.

란투스는 IMS헬스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186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연간 실적 500억원을 훌쩍 넘기던 란투스가 점차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란투스는 216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00억원을 돌파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노피는 란투스의 매출감소를 후속약물인 ‘투제오’를 통해 보전하고 있다. 투제오는 올해 상반기 93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 대비 7.8% 성장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차세대 기저인슐린 ‘트레시바’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트레시바는 올해 상반기 80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 66억원보다 20.8% 성장했다. 성장폭이 투제오를 압도하는 상황이라 사노피로서는 위협적인 경쟁 제품이다.

투제오와 트레시바는 란투스의 저혈당 위험성을 낮추고 효과의 지속성을 높여 1일 1회 투여로 편의성을 높인 것이 장점이다.

란투스는 후속약물 외에도 향후 처방액에 영향을 미칠 요소가 있다. 유수의 바이오 업체들이 속속 란투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완료하고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릴리와 베링거인겔하임이 지난 4월 국내 최초의 란투스 바이오시밀러로 출시한 ‘베이사글라’는 임상 자료와 바탕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에 주목받기도 했다.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 493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오픈 라벨로 24주간 진행한 이 연구는 2개 이상의 경구용 혈당 강하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 베이사글라와 란투스를 각각 투여해 대조군 혈당 강하 효과 및 안전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베이사글라의 병용 투여군은 혈당 강하 효과 및 안전성이 란투스 병용 투여군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 동등성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베이사글라 병용 투여군의 당화혈색소(HbA1c)는 전체 평균 베이스라인(8.60%) 대비 1.25% 감소해 란투스 투여군(-1.22%)과 동등한 당화혈색소 개선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 밀러 ‘루수두나’ 또한 지난 7월 미국 FDA로부터 잠정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른 국내 시장 출시도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이다.

란투스가 군림하던 기저인슐린 시장은 향후 계속해서 판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는 “란투스는 당뇨병 치료의 혁신적 돌파구로 등장해 현재까지도 주요 치료 옵션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도 “후속약물들과 바이오시밀러까지 옵션이 늘어났지만 우선 그간 저평가 돼 있던 인슐린 치료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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