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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저하 망국(亡國)의 지름길"
[ 2005년 01월 14일 02시 01분 ]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7월 취임한 뒤 "출산율이 83년 대체출산율(인구를 현상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인 2.1명으로 떨어졌을 때 (출산 장려로) 방향을 전환했어야 하는데 20년 넘게 고민만 했다"고 한탄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출산정책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통계청 인구동태 조사에 따르면 2003년 말 우리나라의 합계 출생율을 1.19로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으며, 연금공단이 2010년 출생율로 가정한 1.30과도 거리가 멀어 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지급받아야 할 사람들이 월등히 많아지는 파탄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출산 장려 정책을 써왔지만, 별 효과가 없었으며 지금과 같은 추세로 출산율 저하가 계속될 경우, 2100년의 일본 인구는 현재의 절반인 5000만~600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출산율 저하를 '소자화(少子化)'라고 표현하고, 소자화(출산율 저하) 현상을 나라 전체가 죽어가는 '죽음의 공포'로까지 부르기도 한다.

현재 일본의 출산율은 1.32명이다. 일본은 1975년을 기점으로 이 수치가 2.0 이하로 내려갔으며 1990년대 이후부터는 1.5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후생성은 "일본 이상으로 소자화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는 한국과 홍콩 정도"라고 분석한다.

아이가 적은 데다 평균수명이 높다 보니 나라 전체가 늙어가는 고령화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노동인구를 줄이고 연금을 갉아먹는다. 인구 감소로 국내시장이 줄어들면 기업들도 내수만으로는 생존하지 못한다.

덴쓰의 오시마 후미오(大島文雄) 부사장은 "소자화가 지속될 경우 결국은 외국인 이민을 받아들이는 방법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걸쳐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보육제도를 정비하는 등 수많은 '대책' '플랜'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출산율은 여전히 높아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작년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일본이 오랜 실패 끝에 낸 결론은 "육아 책임을 여성에만 돌리는 것이 소자화의 큰 원인"이라는 것. 육아 책임은 부부가 모두 져야 하며, 사회가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버지에게도 육아관련 휴가를 주고, 노동시간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 정책의 골자다.

이 정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기업들에 보내는 특별한 메시지를 만들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부모 모두의 책임이며, 회사가 가정과 양립할 수 없어서는 경제도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들의 근무시간을 줄여주세요"라는 호소다.

올 들어서는 '세대 간 워크 셰어링(work sharing)'이라는 후속정책을 내놨다. 워크 셰어링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많은 사람을 고용하게 하는 제도.

30~40대는 아이를 낳고 키울 무렵인 만큼 이 연령대의 근로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을 줄이고, 대신 고령자와 20대 젊은이를 추가 고용해 달라는 것이다. 실업문제, 고령화문제, 개개인의 삶의 질문제를 모두 바라본 해법인 셈이다.

지난 7월23일 일본 국회는 '소자화사회 대책 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소자화를 '유사 이래 미증유의 사태'로 규정한 후 아예 '가정과 육아의 꿈을 가질 것'을 국민의 책무로 명기, '개인 가치관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비판조차 받았다. 일본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경쟁력이나 인권이 아니라 소자화문제라는 공감대가 있었던 셈이다.

이토록 일본이 다각적으로 인구증가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없는 반면 프랑스는 1950년대 전쟁이후 개인주의 확산과 젊은이들의 결혼율이 감소하면서 인구가 줄기 시작하자 즉각적이고 전방위적인 국가 차원의 출산장려 정책을 편 끝에 현재 출산율은 2002년 기준 1.88명으로 한국(1.17명). 일본(1.32명)보다 훨씬 높다. 유럽국가 중 아일랜드에 이어 2위다. 이렇게 출산율이 높은 것은 편안하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각종 지원을 해 주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2001년 기준으로 해외령을 제외한 본토 내 인구가 5900만명. 1950년(4200만명)보다 40%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 15개국 평균인 27%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프랑스는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30여년 동안 인구가 정체상태를 보였다. 프랑스 정부는 이에 위기감을 느끼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45년부터 지속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폈다. 프랑스가 결국 인구 정책에 성공한 것은 다각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산전관리 비용을 보험으로 해주고, 정상분만 중 본인부담금을 대신 내주는 정책을 최근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숲은 보지 못하고 새 다리에 붙은 모기 한 마리 잡아주고, 숲 전체의 건강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의 현실성이 없는 정책의 하나다.

물론 이것이라도 아쉬운 사람들이 없지는 않지만, 당장 재원이 부족하여 불임증에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보험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탁아 보조금이나 육아 휴직비용등을 지급할 여력조차 없다.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탁아소, 유치원등이 턱없이 부족하니 당장 맞벌이 부부들에게 임신이란 그저 꿈만 같은 일이다.

또한 과도한 사교육비는 하나라도 제대로 키우자라는 풍조를 만들어 내고 있어, 한 가정에서 아이 둘 가지는 것 조차 힘들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산부인과 개원가는 이러한 국가적 재난 사태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고 쓰러져 있으며, 근간에 지방제거술 건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산부인과 선생님과 같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산부인과를 등지고 비보험되는 비만, 성형, 노화방지쪽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자녀들이 제대로 교육받을지 불안해 하는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여러명의 자녀를 가지는 것이 불가능한 사회에서, 엉켜버린 이 실타래를 풀어낼 방법이 묘연하다.

우리는 일본처럼 돈이 많은 나라도 아니고,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다민족국가로 차별이 존재하지 않아 많은 이민자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나라도 아니다.

지금도 혼혈아는 그 태생을 떠나 직, 간접적인 차별을 받고 있고,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는 외국 노동자들 역시 그러한 차별을 쉽게 느끼고들 산다.

부족한 노동력을 메꿔줄 정책도 없고, 줄어드는 출산율을 높여줄 첩경도 없고, 이 출산율 감소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 역시 실종된 2005년 장기 불황속의 한국. 수많은 국가적 문제가 산재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과 가장 기본이 돼야할 것, 가장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정리해서 정확히 파악하고 충분히 토의해 대처하는 문화가 아쉬울 따름이다.
김동원 tunaatunaa@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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