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편견 버려야…'간질 치료 가능'
2010.01.05 02:50 댓글쓰기
간질은 치매와 마찬가지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질환이다. 특히 소아기(0~9세)와 노년기(60세 이상)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인구 1000명당 4~10명 꼴로 발생하며, 매년 10만 명 당 20~70명이 새로 발생한다. 간질 환자 중 70% 정도는 약물로 충분히 좋아질 수 있지만 나머지 30%의 ‘난치성 간질’ 환자들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에도 심각한 지장을 겪는다. 손영민 여의도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국내에는 약 30만 명의 간질환자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무엇보다 간질은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불치병이라는 편견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간질 원인, 매우 다양

간질은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흥분현상에 의하여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을 억누르는 약물을 쓰거나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병소를 제거하면 증상의 완화와 치료가 가능한 병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조절이 가능한 질병이고 일부에서는 완치를 기대할 수도 있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주요 원인으로는 유전, 교통사고로 인한 뇌손상, 미숙아, 분만 중 뇌손상, 분만 중에 아기의 뇌에 산소 공급이 안됐을 경우, 뇌염이나 수막염을 앓고 그 후유증으로 뇌의 신경세포가 망가진 경우, 뇌가 형성되는 중에 문제가 있는 경우, 뇌종양, 뇌 혈관기형, 뇌 내 기생충 등이 있으나 원인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많다. 연령에 따라서도 그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보다 원인을 찾아 그에 맞는 치료해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질이 있을 경우 일단 진찰을 통해 간질발작이 맞는지 여부와 어떤 형태의 발작인지 알아봐야 한다. 간질을 알아보는 검사로는 뇌파 검사, 뇌영상검사, 동영상뇌파검사, 핵의학검사, 최근에 개발된 자기뇌파검사 등이 이용된다. 간질의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검사는 뇌파검사이다. 부분발작인지 전신발작인지를 구분하는 중요한 지표로 이용된다. 하지만 뇌파검사에서 간질파가 나오지 않는다고 간질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손영민 교수는 “30~40%의 간질 환자에서는 처음 시행한 뇌파에서는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간질의 증상이 없는 사람에서도 1~2%는 간질파가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동영상뇌파검사, 핵의학검사 등과 같은 다른 검사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뇌심부자극술, 난치성간질 치료 새로운 희망

처음 간질이 발작해서 병원에 오는 경우 일단 여러 가지 검사를 하게 된다. 검사 후 치료 방침을 결정하게 되는데, 검사 상 특별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하지 않고 경과를 관찰하게 된다. 단, 두 번 이상의 간질 발작이 특별한 원인없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시작된다.

또한 ▲뇌파에서 뚜렷한 초점성 발작파가 관찰되거나 ▲뇌에 구조적 이상이 있거나 ▲신경학적 검사 상 이상이 있거나 ▲간질 발작의 가족력이 있거나 ▲과거력 상에서 뇌 감염이나 의식소실을 동반한 외상이 있었거나 ▲현재 활동성 뇌 감염을 앓고 있거나 ▲처음 발작이 간질중첩증(30분 이상 발작이 지속되거나 중간에 의식회복 없이 발작이 연달아 나타날 경우)인 경우는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경우 항경련제를 일정기간 적절히 복용하면 약 70% 정도는 경련 발작을 멈추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30% 정도의 환자는 항경련제를 복용하더라도 경련이 발생해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의 지장을 초래하는 ‘난치성 간질’에 해당된다. 이러한 난치성 간질 환자에게는 새로운 수술 치료법으로 뇌심부자극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신경과 손영민 교수팀에 의하면 발작이 심한 간질환자를 뇌심부자극술(DBS)을 시행한 결과 환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 70% 정도의 호전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 교수는 “뇌심부자극술의 경우 현재 건강보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난치성 간질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으로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완치를 기대하기보다 정상에 가깝도록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심부자극술은 환자의 머리를 열지 않고 대뇌 시상전핵 또는 하핵에 전극을 삽입해 미세한 전기를 흘려 신경세포를 자극함으로써 경련을 억제하는 시술이다. 뇌심부자극술은 미국 FDA 승인 이후 지난 2001년 국내에 도입됐다. 현재 국내에는 간질, 파킨슨 병, 근긴장 이상증 등 뇌신경계 질환에 대하여 뇌심부자극술이 약 85%정도의 호전율을 보이고 있다.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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