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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 해외진출과 ODA(공적개발원조)
배좌섭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본부 의료해외진출단장
[ 2021년 05월 27일 08시 53분 ]

최근 한국의 국력이 상승함과 동시에 한국이 부담하는 ODA(공적개발원조,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2010년을 기준으로 133개국 12억600만불의 규모로 제공되던 한국의 ODA는 2019년 132개국 24억6300만불로 9년 만에 2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이러한 9년간 한국의 ODA 규모 연평균 증가율은 11.9%(DAC 회원국 연평균 증가율은 2.4%)로서 이는 DAC(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된다.

작년의 경우에는 COVID-19에 대응하는 한국 감염병 관리시스템에 대한 세계 각국의 긍정적인 평가들이 많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는 ODA 지원액 중 많은 비중을 보건의료분야 지원으로 책정, 다른 국가들의 신종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기재부는 개도국에 대한 보건의료분야 ODA를 대폭 확대키로 했다. EDCF에 4억 달러 이상을 긴급 지원함과 동시에 ADB 등 국제기구에 한국정부가 출연한 신탁기금 중 보건분야 지원을 평상시의 5배 수준인 1000만 달러로 확대했다.
 
이처럼 COVID-19로 인해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이 더욱 커지면서, 한국의 ODA에서도 보건의료분야는 점점 큰 비중으로 확대되고 있다.

많은 분들이 ODA를 어려운 나라들을 돕는 원조 자금으로 알고 계시고, 사실 그 원래의 취지나 의미가 원조(援助)라는 뜻으로서 물품이나 돈 따위로 도와주는 것을 말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실제 ODA는 단순히 도와준다는 의미보다는 보다 복잡한 개념과 작동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ODA를 보다 현실적인 목적, 즉 자국의 정치적 안녕과 경제적 발전을 위한 장기적 전략의 도구로 활용하는 국가들도 분명 존재한다.

 
해외진출에 있어 ODA의 활용에 대한 언급이 잦다보니 실제로 많은 분들이 ODA가 왜 한국산업의 해외 진출에 연계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계시기도 하고, 또 필자는 그러한 질문을 의료해외진출의 현장에서 수시로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실 이 질문은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고민하고 있던 부분이기도 해서, 이렇게 짧은 글의 기고를 통해서라도 ODA가 산업적 해외진출에 있어 어떤 의미와 활용가능성을 가지는가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소개해 드렸으면 한다.

물론 이러한 의문에 명확한 정답은 없으며, 여러 전문가들 견해와 소신도 다양할 것이다. 필자 견해 역시 이러한 다양한 의견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독자분들은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참고만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아울러 필자는 한국 의료의 해외진출을 정부 입장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지극히 의료 해외진출이라는 관점에서 말씀드리는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우선 의료 해외진출 개념부터 살펴보자. 해외진출이란 일반적으로 제품 수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인력 이동을 동반한 서비스 수출이나 서비스 자체의 수출도 포괄하는 개념이다.

2016년 제정된 관련법(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 제 2조에 따르면, 의료적인 측면에 국한해서 볼 때 의료 해외진출이란 해외에서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행하는 국외 의료기관 개설‧운영부터, 수탁운영 또는 운영에 대한 컨설팅, 관련 종사자의 파견, 의료기술 또는 정보시스템의 이전, 국외에서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제공까지 포함된 폭넓은 개념이다.
 
이 개념에 비춰볼 때, 무상(grant)이든 유상(loan)이든 원조를 통해 보건의료와 관련해서 설명한 유형의 행위들이 해외에서 실제 이뤄진다면, 이 역시 법률상 정의된 의료 해외진출 개념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자. 일본은 통계청을 통해 매년 국제의료 진출사업 실적을 공개하는데, 여기에는 일본의 원조기관인 JICA와 정부부처인 경제산업성, 후생성, 외무성이 지원하는 다양한 ODA사업들이 해당 실적으로 포함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ODA 개념에 대해 좀 더 깊게 살펴보자. ODA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좁은 의미에서 ODA란 개발도상국들의 개발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금액인 개발재원(resources for development) 중에서,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위해서 공여국의 공공부문이 개발도상국 또는 국제개발기구에 제공하는 양허성(讓許性) 자금을 말한다.

최근에는 이를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개발도상국의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며 개발도상국의 국민들이 세계인권선언이 주창한 천부적 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구체적인 노력과 행위를 국제개발협력(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또는 줄여서 개발협력(development cooperation)이라고 하고, 일반적으로 가장 좁고 엄격한 의미에서의 국제개발협력으로 바로 이 ODA를 일컫기도 한다.

다시 돌아가 양허성 자금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좀 더 맞춰보면, ODA는 개도국의 발전을 위해 공적기관(다른 국가의 정부‧지방정부‧집행기관, 다양한 국제기구나 다자개발은행 등)이 제공하는 할인율과 증여율이 적용된(에누리된) 지원 자금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형태적으로는 공여국이 수원국에게 직접 또는 공여국의 집행기관을 통해 지원하는 양자원조(bilateral aid)와 공여국이 UN 등 국제기구를 통해 수원국에게 지원하는 다자원조(multilateral aid)로 구분되고, 양자원조는 상환의 의무가 없는 무상원조(grant)와 상환의무가 있는 유상원조인 양허성 차관(concessional loan)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왜 수출 또는 해외진출과 관련하여 많은 이들이 ODA의 활용을 논하는 것일까? 우선, 다른 나라들이 ODA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그 사례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공여국들이 ODA를 지원하는 동기와 목적은 인도주의, 정치외교, 경제, 글로벌 공공재의 보전 등의 측면에서 고려된다.

이 중 인도적인 측면은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므로 넘어가도록 하고, 정치외교적인 측면에서는 예전 미국과 소련이 자신들이 주도하는 냉전시대에 서로의 진영으로 제3세계 국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ODA를 활용한 면을 사례로 들 수 있다.

글로벌 공공재의 보전이라는 측면은, 환경보호, 기후변화, 전염병과 질병 통제 등 모든 나라가 공동으로 대응할 과제에 대한 국제연대를 위해 지원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이 바로 ODA의 경제적인 측면인데, 공여국들은 수원국 시장 진출 또는 수원국이 보유한 자원 확보가 쉬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ODA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공여국과 수원국 공동의 발전과 이익을 도모하는 긍정적인 형태도 있지만, 원조라는 미명하에 공여국의 상업적 이익을 노골적으로 추구하는 부정적인 형태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원조는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게 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에는 공여국의 재화가 수원국에 제공되지 않는 형태의 비구속성 원조(untied aid)의 확대가 강조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그럼 ODA를 이처럼 자국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몇몇 국가들을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미국의 경우는 냉전시대부터 국가의 외교정책 목표에 충실하게 대외원조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는데, 외교(Diplomacy), 국방(Defense), 개발(Development)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3D 원칙'을 도입하고 있다. 즉 자국의 영향력과 안보 강화를 위해 원조정책을 추진해오는 방식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자국의 수출 증진과 국익추구를 반영한 원조정책을 펼쳐서 국제사회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최근 비구속화율을 100% 기록하는 등 나름 꾸준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2015년 발표한 ODA 운용지침인 '개발협력대강'을 살펴보면, ODA를 통해 국익 확보에 공헌한다는 표현을 구체적으로 삽입하는 등 ODA의 목적으로 국익 추구를 보다 명시적으로 뚜렷하게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덴마크는 경제적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인근 스웨덴, 노르웨이 등 다른 북유럽 국가와는 달리 원조에서 '빈곤 퇴치와 자국의 상업적 이익'이라는 목표가 뚜렷하게 공존해온 국가이다. 오랜 기간 동안 양자간 원조의 절반가량을 자국 기업의 수출과 해외투자를 지원하는데 활용하는 등 자국의 이익을 충실히 고려한 원조정책을 펴고 있다.

DAC 회원국은 아니지만 최근 공적개발원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 등 신흥공여국의 경우에도 원조는 '자국의 경제적 이득과 자원 확보'가 우선시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스티븐 브라운(Stephen Brown) 등의 학자들은 '대부분의 국가가 인도주의‧애타적 동기를 바탕으로 원조를 제공하지만, 순수하게 이 동기로만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는 극히 드물다'라고 ODA의 현실을 냉정하게 지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ODA는 그 태생에서부터 외교, 경제, 국방 등 자국의 영향력 강화란 측면이 분명히 함께 포함돼 있었다. 최근에는 DAC회원국들을 중심으로 개도국의 발전을 위한 부분들이 더욱 강화돼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ODA에 있어 공여국들의 이익 역시 중요한 ODA 공여 목적 중 하나임엔 틀림없다.
 

이제 다시금 'ODA와 산업적 해외진출의 연관성'이라는 초기의 논지로 돌아가 질문을 던져보자. 이제 막 주요 ODA 공여국(제공국)으로 발돋움한 우리(한국)의 입장에서, 우리는 과연 ODA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먼저 필자의 견해를 조심스럽게 밝힌다면 “원조의 본래 의미를 추구하고 강화하는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원조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수원국의 발전뿐만 아니라 공여국인 우리의 발전도 반드시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발전의 대상은, 경제를 포함하여 그 나라의 정치, 문화, 외교적 역량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이다.
 
수원국의 입장에서는 원조의 효과성을 위해 지속적인 원조가 매우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이를 공여국인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원조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한국 역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할 것이므로, 양국간 원조의 틀은 개도국의 필요와 개발수요를 충족하면서 한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디자인될 필요가 있다.

그리해야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공적자금의 성격상 ODA 확대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동의, 공감대 형성도 보다 쉬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원국 개별 상황과 수요에 맞는 국가별 원조전략 수립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다시 보건의료분야에 국한해서 볼 때, 수원국의 보건의료현황을 면밀히 분석한 다음 현재의 문제점들에 대해서 한국의 경험을 녹여 넣은 개선책과 향후 발전방안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고도의 전문성과 안목을 공여국인 우리가 먼저 갖출 필요가 있다.

그렇게 도출된 전체적 발전방안의 틀 속에서 수원국에 실질적으로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다양한 ODA 사업들을 발굴해 내고, 상호 협의를 거친 공감대 속에서 함께 엄선한 사업들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여국과 수원국이 열린 마음으로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양국이 공동으로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사업들을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부수적이긴 하지만, 한국의 경우 천연자원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원조를 자원 확보를 위한 영향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수출이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한국의 특성 아래에서, ODA의 대규모 확대는 우리 국민들과 기업들이 국제 ODA 조달시장에 참여할 기회가 크게 확대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ODA 조달시장은 2020년을 기준으로 해외 공공조달시장 9조5천억 달러 중 1,776억 달러(약 213조원) 규모로 약 2%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매우 큰 시장이다. 특히 ODA 시장은 발주처가 정부, 국제기구, 다자개발은행들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은 매우 안정적인 시장이기도 하다.

 
ODA가 이처럼 수원국, 공여국 모두에게 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가져와야만 건강하고 생명력 있는 살아 움직이는 원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앞으로 더욱더 확대될 보건의료분야 ODA를 통해서, 한국이 많은 개도국들에게 긍정적이면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글로벌 헬스케어의 멘토이자 리더가 되길 기원해 본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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