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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개입 없는 감염병 방역, 국민-정부-의료계 신뢰 중요"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고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 2020년 10월 22일 05시 14분 ]


[데일리메디 신지호기자] 코로나19가 우리 삶의 전반을 바꾸고 있다. 시시각각 터지는 집단감염으로 국민 불안은 여전하다. K- 방역 우수성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긴장의 끈을 늦출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환자 치료와 방역 활동, 생활 속 거리 두기 등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싸우는 요즘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으로서 코로나19가 확산된 금년 초부터 지금까지 대한의사협회의 코로나19 관련 대정부 및 대국민 메시지 검토 역할을 담당하며 합리적인 고찰을 전달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 요청으로 지난 3월 현지에 파견돼 코로나19 방역·예방 자문을 맡기도 했다.  

Q. 우즈베키스탄 총리 근접 자문 당시 경험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한국 의료시스템과 어떻게 달랐는지

A. 방역 국가자문관으로서 우즈베키스탄 보건부 직원들, 장관, 총리와 함께 화상회의를 진행하며 방역 기술을 전수했다. 다행히 우즈베키스탄은 한 달 반 늦게 환자가 발생이 시작돼 우리나라 초기 단계 경험을 주로 공유했다. 그 나라에 맞는 법체계, 행정체계 사회문화적 경제적 요인을 고려해 타당성을 검토해서 우리의 노하우를 전했다.
감염환자 조기 진단 추적 관리, 생활 치료센터, 드라이브스루 등으로 대표되는 K-방역 정책들을 곧바로 우즈베키스탄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즈베키스탄은 땅이 넓어 우리나라의 고층빌딩식 병원과 다른 형태를 가진다. 우즈베키스탄의 대응 지침을 만드는데 자문해주고 필요한 부분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기자재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역학조사는 물론 교육 훈련이 미흡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 자문을 해줬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은 사회주의 잔재가 남아있어 방역 통제 명분으로 국가의 국민 기본권 제한이 한국보다 용이했던 것이 인상 깊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매우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다. 사회 전체가 봉쇄됐고 집 밖으로 못 나오고 도시 간 이동이 금지됐다. 교통통제도 하는 중이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거리 통행이 금지돼 식량이 떨어진 어르신들을 위해 제한적 배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Q. 의협 과학검증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 2차 확진자 증폭과 병상 부족 등 코로나19 초기 전문가들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감염병 확산이 심화 될 경우 3단계 방역지침 혹은 락다운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지 
 
A. 코로나19가 종식되거나 백신을 통한 예방접종이 가능하기 전까지 3차, 소규모 집단 감염은 언제든 올 수 있다. 이번 7월 말 재유행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감염자가 증가하면 방역 조치 단계를 높이는 것은 맞지만 방역만 생각해서 마냥 단계를 높이면 그에 따른 사회, 경제적 충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본다. 코로나19만 보고 방역 조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충격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WHO의 국제적인 지침을 준용해 방역 조치 단계를 설정하고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있다. 방역 조치 2단계, 2.5단계, 3단계는 유연하게 현실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확진자가 증가하면 당연히 강화된 조치를 해야 하고 4단계도, 5단계도 필요하다면 고려해야 한다. 방역지침 단계 운영은 내부적으로 개별 국가 상황에 맡기면 된다. 락다운도 상황이 변한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방역에 도움이 되면서 경제적 충격을 완화시키는 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3단계로 설정하면 좋겠지만 경제적, 사회적 충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비(非)코로나 질환으로 인한 건강 피해와 사망이 증가하게 된다. 한가지만 보고 즉, 코로나19 환자만 보고 방역 단계를 결정해선 안된다. 몇 명 감염이 됐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불안한 상황 자체를 객관적으로 보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의 2차 재유행으로 중증환자 증가세는 당연한 현상이다.
방역 당국이 확보한 공공병원에서의 중증 환자 치료 시설은 부족해서 지금 거의 다 여유가 없다. 그 점은 해소될 거라고 본다. 9월까지 117개 정도 중증환자 치료시설을 수도권에서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방역당국에서 얘기를 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방역에 정치 논리가 개입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병상 부족 문제를 빈번히 제기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며 국민들 불안감만 부추기는 발언이다. 절대적인 병원 숫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 대한민국이다. 정말 병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활용할 병상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의 모든 키를 쥐고 있는 정부가 민간의료기관과 협력을 구하며 정치 논리를 중단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감염자 증가하면 방역 단계 높이는 것도 좋지만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충격 고려해야"
"정부가 민간의료기관과 협력하면 병상 부족하지 않아"
"코로나19 전국 일제 표본조사처럼 사전예방관리 해야 장기 대응 가능"
"지금까지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앞으로는 시스템적인 참여 모색 필요"

Q. 방역 대응의 사후 관리보다 사전 모니터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A. 사후 관리와 사전 모니터링은 병행돼야 한다. 사전 모니터링 및 사전 감시체계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왜 정부가 이런 활동을 펼치고 있지 않은지 의문이다. 방역당국의 무책임한 책임을 회피하는 방기와 다름없다.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를 보면 사후관리에만 초점을 맞춘다. ‘어느 장소에 확진자가 발생했다’ 혹은 ‘어떤 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그래서 그 장소에 방역 활동을 집중해야 한다. 이런 건 사후 관리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다른 전염병을 관리하 듯 코로나19 전수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전국 일제 표본 조사’를 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에서 지금도 C형간염 전국 표본 조사나 인플루엔자 검사를 매년 실시한다. 코로나19 PCR 검사를 하면 된다. 2만명 정도 대상으로 전국 단위로 지역, 연령, 성별로 하는 것이다. 일제 표본검사를 해서 9월 며칠 기준 어느 지역, 어느 연령때 코로나19 환자가 있었다는 것을 사전에 알 수 있다. 특정 지역을 비롯해 계층, 연령에 대해 선제적으로 조사를 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선제적으로 감시체계를 파악하고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런 데이터가 있어야만 장기대책을 세우고 감당 범위를 파악할 수 있다. 
 
Q. 코로나19 방역 관련 보건복지부 개편이 발전적 방향이라고 보는지
 
A. 우리나라 보건체계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을 개선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질병관리청으로 개편하며 방역 부분에 더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된 만큼 인력확보, 시설, 역할 등을 앞으로 어떻게 보완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의료계도 감염병 관리 및 응급의료체계, 공공의료체계 확립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Q. 코로나19 방역 종사자들에게 어떤 지원해줄 수 있을까 
 
A. 인력을 늘려야 한다. 지금까지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했다. 앞으로는 그것만 기대해선 안 되고 적절한 보상과 대우가 필요하다. 시스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의료인력은 전문가인 만큼 숫자가 바로바로 늘지는 않는다. 양성, 교육이 필요하고 추가로 확보하려면 인력에 대한 직제도 바뀌어야 한다.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중장기적으로 해결돼야할 사안이다. 그 전에는 방역 당국과 일선역학조사관, 선별진료소에 근무하는 분들이 좀 더 지속 가능하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들이 무엇인지 들여다 봐야 하겠다.
 
Q. K-방역 성공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A. 국민들과 정부, 의료계 상호 간 신뢰를 통해 그동안 7개월동안 성공적인 방역을 할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한 신뢰 속에서 연대와 공조, 자발적 참여를 통해 K-방역 성과를 이뤄냈다. 국민들은 WHO에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했을 때도 마스크를 착용했고 의료진들은 자발적으로 봉사하며 방역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국민들도 정부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깨져 사회적 거리두기가 소홀해졌다. 의료계도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져 코로나19라는 상황 속에서 파업을 강행했다. 방역에 정치가 개입되면서 이 셋의 신뢰가 자꾸 깨진다.
신뢰와 연대를 어떻게 구축할지, 정부가 가장 중요한 키(Key)를 쥐고 있다. 권력을 갖고 있고 행정력을 갖고 있는 주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과 신뢰를 구축하고 의료계와의 신뢰도 보다 굳건히 해야 한다. 2020년은 코로나19 극복이 최우선 과제다. 모든 걸 그쪽에 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는데 그런 신뢰를 정부가 먼저 깨면 안된다. 정부가 그 생각들을 이끌어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코로나19 방역에 일선에 있는 의료인에게 응원 한마디

A. 의료인의 한사람으로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여러 가지 많은 경험을 했고 지켜봤다. 현장에서 의원 경영의 어려움도 있었고 정작 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어려움도 있었고 많은 부분에서 의료인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의 사명은 환자 생명을 구하고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데 있다. 그래야만 의료계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목표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7개월간 전 세계에서 남부럽지 않은 방역 성과와 놀라운 관리를 이뤄냈다.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의료계 역할이 컸고 다시 한번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뜻을 모아 환자와 국민 함께 했으면 좋겠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sjh@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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