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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사과 요구 정부, 그럼 의료혼란 대책은 마련했나"
이광웅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 2020년 10월 07일 06시 02분 ]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전국 의과대학 본과 4학년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재응시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시험을 보겠다는 명확한 의사 표시가 있어야 재응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의대생들은 ‘시험을 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이후 정부는 다시 국민적 수용이 있어야 한다는 추가 조건을 내걸었다.


여론을 달래기 위한 최소한의 재료로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정책에 대해 ‘정당한 반대’를 외치며 단체행동에 나섰던 의대생들은 이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전공의 등 의사 집단휴진 사태에서 가장 먼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렸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광웅 외과 교수[사진]는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작금에 상황에서 대국민 사과가 만사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료수련체계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어 한 연차에 공백이 생기면 그 여파는 몇 년간 계속된다”며 “레지던트 이수까지 최소 5년은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했다.
 

올해 본과 4학년 학생들이 국시에 응시하지 않으면 당장 연말 인턴 모집에서 인력공백이 발생하고 이듬해에는 수련인력이 2배가 된다. 지방병원이나 중소병원들은 수련의 모집을 고민하고 대형병원들은 인력 선발과 운용을 고민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혼란이 병원 내에 국한되는게 아니란 것이 이 교수의 큰 걱정이다.


이 교수는 “가장 걱정되는 것은 국민들에게 돌아갈 피해”라며 “공보의나 군의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지방병원 인턴이 부족해지면서 의료공백의 큰 구멍이 생기게 된다. 사실상 의료취약지는 이번 의사 집단휴진과 맞먹는 의료공백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턴 1년차 공백 사태와 관련해 언급되는 방편들도 결코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이 교수 견해다.


이 교수는 “일각에선 입원의학전담교수(호스피탈리스트)나 진료보조인력(PA) 등을 활용해 인력 공백을 메우겠단 얘기가 나오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어 “호스피탈리스트의 경우 시범사업 중에도 충분한 인원이 구해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필요한 인력이 충원될 수 있을 리가 없다”며 “PA 또한 오랫동안 제도적인 정비가 미흡한 상황이었는데 내년부터 갑자기 의료현장에서 활용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처럼 심각한 혼란 상황이 불 보듯 뻔한데도 정부는 ‘어물쩡’ 설명으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대생 국시 안보면 내년 총파업 맞먹는 의료공백 발생" 

“무턱대고 사과부터 종용하는 정부 태도 문제 있어”
“대국민 사과라는 정서적인 측면에 집착, 문제상황 정확히 설명하고 국민 의견 구하는 방법 모색 필요”

이 교수는 의대생들의 대국민 사과가 관건으로 떠오른 상황에 대해선 “정부가 올바른 중재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국가가 시행하는 시험의 무게감은 잘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재응시 허가’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리는 데는 감정적인 측면보다 이성적인 측면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오히려 의대생들의 ‘반성과 사과’가 (재응시 허가의) 주된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며 “국시 거부로 인해 초래될 국민 편익 저하 등 객관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국민들 의견을 묻는 것이 더 맞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에 대해선 강력한 비판을 이어가는 한편, 이 교수는 제자들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쳤다.


이 교수는 “의대생들 입장에서 말하면, 대국민 사과를 한다고 해서 국시 재응시가 보장된 상황이 아니다”라며 “의대생단체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별로 각개 행동(대국민 사과)에 나섰다가 아무런 소득이 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각 병원과 학교 내부적으로 얘기해보면 이제는 국시에 응시하고 싶단 학생들도 제법 많지만, 정부의 확답이 없는 작금의 상황에서 아직까지 집단논리에 얽혀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새로운 입장이 없다면 고착상태가 해소되지 않을 거으로 전망했다.


“정부 일방정책에 대한 의식 재고, 전공의·의대생 행동 격려 보낸다”
“일부 미숙한 점 있었지만 박지현 前 대전협 회장 대견, 대한의사협회 행보는 아쉬움”

국시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의사 집단휴진사태는 정부·여당과 앞서 대한의사협회의 의정합의가 이뤄지며 일단락됐다.


다만 의정합의과정에서 발생했던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 갈등을 두고 의료계에선 개운치 않은 점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박지현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의 경우 힘든 싸움을 훌륭히 이끌었다”고 격려했다.


의정합의를 앞두고 개인 SNS에 ‘패싱당했다’고 올린 박 전(前) 회장의 행동에 대해선 “다소 미숙한 처사였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하지만 감정적인 반발 이후 바로 의료현장에 복귀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은 대단히 현명한 리더의 모습이었다”고 추켜세웠다.


젊은 의사들로부터 이들의 최종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의정합의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는 최대집 의협 회장에 대해선 “협상 과정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고, 그런 의미에서 이후 탄핵론이 불거진 것도 당연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집단휴진 사태를 책임져줄 사람도 최 회장 뿐이었던 상황”이라고 언급한 이 교수는 “앞으로 국민들에게 올바른 의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갖고 움직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의대생과 전공의, 그리고 전임의 후배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선 “박수쳐줄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년 전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단시간 투쟁에 나섰고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며 “무엇보다 의료현장이 잘못된 정책에 항상 눈을 뜨고 있다는 경각심을 정부에 심어줬다”고 평했다.


이번 집단행동을 계기로 의료정책에 대한 건강한 감시체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예견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병원의 경우 교수 비대위의 경우 국시 사태가 마무리 되어도 해산하지 않고 성격을 바꿔 계속 유지할 방침”이라며 “교수와 학생들이 서로 의료정책에 대해 논하고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도 하는 단체가 구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의사들이 추구하는 제대로 된 국민건강보장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틀을 만들어준 것은 제자들”이라며 “정말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감사함을 덧붙였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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