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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의료법 시행 전에 간호사 '대리처방'···법원 "적법"
재판부 "환자 가족보다 건강상태 잘 알아, 법 취지 부합" 판결
[ 2020년 01월 20일 05시 45분 ]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개정의료법 시행 이전에 요양시설 간호사가 환자 대신 처방을 받은 행위에 대해 법원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앞서 요양시설 환자들은 거동이 불편해 가족 등 '대리처방 가능인'의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오는 2월 28일부터 시행되는 의료법 신설 규정(17조 2항)에 따라 기존 환자 가족 뿐만 아니라 요양시설의 간호사도 대리처방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개정 의료법이 시행되기 이전 기간 발생한 대리처방에 여러 의료기관이 제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법원 판결이 개정 전이란 이유로 기존 제재를 받은 의료기관들의 소송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14부(재판장 김정중)는 최근 소속 간호사가 입소 환자의 대리처방을 받았다는 이유로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 요양급여 환수처분을 받은 A의료법인이 제기한 처분 취소 소송에서 A의료법인 청구를 받아들였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지난 2015년 A의료법인이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에 대해 현지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이 요양시설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입소 환자를 대신해 병원에 내원, 담당 의사와 상담한 후 약제를 수령하거나 처방전을 발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현행법은 환자가 직접 내원하지 않고, 환자 가족이 내원해 진료담당 의사와 상담한 후 약제를 수령하거나 처방전만을 발급하는 경우, 재진 진찰료의 50%만을 산정한다.
 

이와 관련한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은 환자 가족이 아닌 대리인의 대리처방은 금지한다.
 

이에 복지부는 해당 요양시설의 간호사가 대리진찰·처방을 받았음에도 급여를 청구, 부당청구에 해당한다며 82일간의 업무정지 처분과 함께 475여 만원의 요양급여 환수처분을 했다.
 

그러자 A의료기관은 복지부 처분에 "법리 오해 위법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법 취지는 거동이 어려운 환자의 사정을 고려하기 위해 환자 상태를 잘 아는 가족 대리인의 대리처방을 허용한다.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으며, 환자와 떨어져 지내는 가족보다 대리처방을 받기 용이하기 때문에 법 취지를 고려하면 이는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 2020년 2월 28일부터 시행 예정인 의료법 17조2항이 '환자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동일한 상병에 대해 장기간 동일한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 등에게 처방전을 교부하거나 발송할 수 있으며 대리수령자는 환자를 대리해 처방전을 수령할 수 있다'고 규정해 요양시설 간호사의 대리처방을 허용하는 사실도 강조했다.
 

또 일부 환자 가족들은 "간호사가 대리처방을 받는 것에 동의서를 작성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A의료기관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시설에서 상근하는 간호사는 입소자의 건강상태를 충분히 알 수 있고,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바탕으로 입소자의 질환을 의사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입소자 가족은 상근 간호사보다 환자의 건강상태를 충분히 알기 어렵고, 더 잘 설명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자신의 건강상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고령의 입소자가 다수 있기 때문에 가족 상담에 의한 진료만으로는 입소 환자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도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 노인복지법은 노인의 질환을 사전예방 또는 조기발견하고 질환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 및 건강 유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간호사 대리처방을 허용해도 노인요양시설의 촉탁의사제도가 잠탈될 염려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노인요양시설의 간호사는 환자 가족이 아니지만, 관련 규정을 유추 적용하면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번 사건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현두륜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에 따르면 그동안 실무에선 대리처방이 많이 이뤄지고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서도 대리처방에 대해서 진찰료를 인정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의료법에는 대리처방에 관한 근거규정이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환자 가족’에 국한해 대리처방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했지만, 의료법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대리처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요건에 대해 "기준이 불명확하고 자의적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 2019년 8월, 대리처방에 관한 의료법 17조 2항 규정이 신설(시행은 2020년 2월 28일)되며 노인요양시설의 간호사가 환자를 대리해 처방전을 수령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개정 의료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구제받을 수 있게 됐지만, 다른 사례에서는 여러 병원들이 의료법 위반 등으로 부당한 제재와 처벌을 받았다"며  "늦게나마 대리처방에 관한 의료법이 개정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정 의료법 시행 이전 대리처방과 관련한 부당한 해석이나 법 집행은 없었는지 점검하고, 부당하게 제재나 불이익을 받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권리구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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