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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관련 보험사들 무분별한 소송 문제 많다"
이영화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
[ 2020년 01월 11일 05시 07분 ]

‘시일야 방성대곡’. 1905년 11월20일 황성신문 주필 장지연 선생께서는 11월17일 을사조약이 발표되자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에게 비분강개하면서 신문 2면 사설에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조선 땅에 충실이 살아온 백성들이 결국 잘못된 조약으로 식민지배에 신음하며 울부짖었듯이 묵묵히 환자 아픔을 치료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믿고 살아온 우리 의사들도 작금의 상황이 비슷한거 아닌가 싶다.

실손보험을 판매한 보험회사로부터 부당이익 반환청구 소송이라는 생소하고 황당한 일을 당할 때 마치 이렇게 울고 싶었다고 할 수 있을까.

현 의료보장제도는 1963년 임의가입 형태로 만들어진 의료보험법을 시작으로 국민의료보험법(1997년 12월31일), 국민건강보험법(199년2월8일)을 거치면서 확립됐다.

건강보험은 사회보장제도로서 질병이나 부상 등과 같은 사고 위험에 있는 다수인이 그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을 보장하기 위한 보험원리에 따라 평소 보험료를 각출, 기금을 조성했다가 사고 등이 발생한 경우에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을 향상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질병일 경우 요양급여로 보장해 준다. 그러다 보니 MRI, 초음파, 고가 항암제, 최신 의료기기 및 치료제 등과 같은 비급여치료에 관한 보장이 없어 해당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는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입자 폭증 실손보험, 제2의 건강보험 역할

이를 극복하고자 지난 1999년 9월6일 실손보험이 도입돼 지난 2009년 10월 이전까지 입원 및 통원치료 보장한도와 범위를 확대하면서 가입자를 급격히 늘려왔다. 근래는 가입자가 3800만명을 넘어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소득수준 높아지면서 스포츠레저 활동 증가, 의료시설 이용 및 실손보험도 확대됐다. 우리나라 소득수준이 3만불로 높아지면서 국민들 문화수준도 더불어 향상하고 스포츠·레저 이용 증가가 부상 증가로 연결되면서 단순한 질병의 치료를 넘어 웰빙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의료시설 이용도 늘어났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와 본인부담금을 보장해주고 다른 보험보다 입금액이 적어 상대적으로 청구가 간편하며 지급도 신속히 이뤄진다.

요즘은 어느 병의원을 가든 진료를 받은 환자가 당연하다는 듯이 ‘보험회사에 청구할수 있도록 병명을 기재해달라’거나 실비로 처리 가능한 치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처음에는 보험료 수입이 보험금 지급액보다 많아지다가 2019년 상반기 국내 보험사 등의 실손보험 손해액이 5조 1200억 원이나 됐다.

이는 2018년 상반기 대비 손해액이 20% 증가한 액수다. 실손보험 손해율도 2017년 121.3%에서 2019년 상반기 129.1%로 뛰었다. 보험 가입자에게 100원을 받아 129.1원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졸지에 실손보험은 효자상품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험회사는 새로운 이익을 창조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 됐고 이것을 타개하는 방편으로 보험가입자에게 특별약관을 들이밀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법률적 지식이 없는 의사들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남발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맘모톰 같은 경우, 20년 전부터 시행해온 유방암 및 각종질환을 검사하는 기기로 양성종양 절제에도 사용돼 환자의 수술상처를 줄여 주는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2016년도 정부가 수가체계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의학적 근거를 갖추기 위한 신의료기술 인정을 받지 못했다. 시술 안전성 때문이 아닌 기술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관절 및 척추 등에 질환이 있는 환자들 중 심하지 않은 외상으로 인해 통증이나 기능 장애가 악화된 경우 환자들은 좀 더 정확하게 관절내 병변을 알아보고 싶어하고 이 때 MRI 장비를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상해 진단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후 사정 고려 없이 의료보험으로 촬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보험사는 비급여로 청구한 것을 반환하라고도 한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척추영역 질환을 다루는 많은 병원들이 시행하는 꼬리뼈 내시경시술 (SELD transSacral Endoscopic Laser Decompression)과 추간공경유 내시경레이저시술(TELA,Tranrsforaminal Epiduroscopic Laser Ablaton)도 그렇다.

이전 수술방법 및 수술기기보다 현저히 발전된 장비와 술식으로 환부 절개면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고 수술 후 기능제한과 재활기간이 훨씬 단축되는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허가 되지 않은 레이저 사용을 이유로 줄줄이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 의료정보가 넘쳐나는 작금의 상황에서 어느 환자나 보호자가 과거의 구닥다리 수술을 원하겠는가?

한창시절 생활고로 인해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는 바람에 여러 군데의 관절이 변형되고 기능에 장애가 생기신 노인분과 약간의 불편감도 잘 참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은 외과적인 수술로 치유가 어려운 불편함과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에는 근치적으로 제거할 병소가 없어도 통증 자체를 하나의 질환으로 보고 이들에게 통증을 줄이거나 조절하는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 비침습적무통증신호요법(pain scrambler Tx) 등을 사용하게 된다.

특히 비침습적무통증신호요법은 통증 원인인 병원을 다루는 것이 아니며 마취상태가 아닌 무통상태를 만드는 것으로 대부분의 신경변성통증에 치료 효과가 있다.

이는 식약처 허가 사항에 따르면 “만성통증, 난치성통증, 수술 후 외상후 급성통증, 급성통증, 치료후 통증, 신경변증통증, 근육통 등 통증완화 등의 증상에 사용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행위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상대가치점수고시제3부 행위비급여목록제7장 이학요법료중 분류항목에서는 “다른 통증치료로 관리되지 않는 만성통증, 암성통증 및 난치성통증환자에게 실시한 경우 산정한다”고 식약처와 다르게 규정하고 있어 논란이 된 것이다.

의료계 유권해석 의뢰했지만 답변 미루는 복지부

지난해 의료계에서 이 같은 조문 불일치에 관해 유권해석을 구하는 공문을 복지부에 보냈으나 명확한 언급이 없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일상적인 법률에 무지한 많은 의료인은 식약처 고시만 알려준 기구상들의 말만 전적으로 믿고 환자를 치료하다 오늘과 같은 낭패를 당했다.

많은 국민들은 법을 모르고도 잘 살아간다. 우리 의사들도 환자만 잘 치료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보험회사에서 임의 비급여로 부당이득을 환수하겠다고 소송을 걸었다. “환자에게 받을 채권을 대위해서 병원에 채권을 행사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환자와 보험사는 사적으로 계약을 한 것이다. 정확한 약관의 설명 없이 가입만 하면 모든 질병과 질환을 보장해줄 것 같이 마구잡이로 가입 시켜놓고는 막상 회사의 손해가 발생하니 자구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사적 보험을 공적 보험처럼 병원을 통제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보험계약과 아무 관련 없는 제3자인 병원에게 책임을 돌리는 현실이 통탄스럽다. 

이는 아이가 식당에 와서 부모님이 돈을 내겠다고 했다며 마음대로 음식을 주문했는데, 아버지가 달려와 ‘왜 더 싼 음식을 주지 않았느냐’고 항의하며 음식 값을 지불하지 못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와 같다. 일반적인 상식에 맞지 않는 것 아닌가 싶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비급여의 과도한 이용증가가 과잉진료에만 있는 것처럼 호도하며 비급여를 급여화해 진료행위를 억제한다고 한다.

그러나 맹자의 ‘무항산 무항심(無恒産無恒心)’이라는 말처럼, 병원에 이익이 생기는 것을 너무 억제하면 새로운 기술과 기구를 발전시키는 데 게을러질 것이고 우리 국민들은 더 나은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워진다.

정부는 3800만명이 왜 실손보험 가입했는지 파악해야

다시 한 번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3800만명이나 되는 국민이 실손보험에 가입했는지 헤아릴 필요가 있다. 상호 법률과 상·하위 법령 충돌이 존재해 일선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인들에게 청구 및 처방시 혼돈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법이 많이 있다고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는 많은 형벌과 규율로 대다수 백성들을 엄하게 통제해 왔다.

압제에 신음하던 백성들은 진시황 사후 기의한 진승과 오광의 난에 대대적으로 호응하며 봉기했다. ‘사람을 죽이는 자 사형에 처한다’, ‘사람을 다치게 하는 자와 남의 물건을 훔치는 자’는 그 죄에 따라 처벌한다는 등 법이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 명료했기 때문일 것이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세계의 부(富)가 무한정 팽창할 것 같았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한다.

국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엄청난 노력과 재정을 쏟아 붓고 있지만 이제는 많은 직업이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것이고 전문가라는 집단도 그 효용이 쇠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로운 직업이 탄생한다고 해서 이전처럼 기존 일자리에서 다른 일자리로 옮겨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전의 일자리는 파괴돼 흔적도 없이 소멸할 것이다. 일자리를 잃은 자들이 새로운 것을 학습하기에는 너무나 힘들고 많은 투자가 필요한 시대다.

이전과 같은 부(富)의 증가가 어려워지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는 사회가 된다고 하니 우리 구성원들 또한 서로에게 따뜻한 가슴과 손을 내미는 태도가 필요해질 것이다.

그런데 오늘도 진료실에 들어온 환자들은 우리들에게 진료를 받으면서 ‘이 치료 실비보험 되게 해 주세요’, 혹은 ‘실비보험으로 되는 병명으로 진단서 작성해주세요’ 라고 요청하며 의사들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이럴바에는 차라리 모든 건강보험을 일반조세로 전환해 전국민이 필수의료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 보편적인 진료보다는 개개인의 경제 사정과 욕구에 맞는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가입하는 것이 실비보험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보험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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